중국인의의 삶과 불교의 변용, K.S. 케네스 첸 지음

중국인의 삶과 불교의 변용 

요사이 화두가 되는 세월호 참사를 통하여 눈물 흘리고 마음 아파하는 분들 보며“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라는 유마거사의 동체대비심을 떠올리게 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이타심과 측은 지심이 있으며 남의 아픔을 덜어 고통 받는 이를 위하고자 한다. 간단해 보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이지만 실천하기는 녹록하지 않다.

▲ K.S. 케네스 첸 지음/장은화 옮김
/씨아이알/2012년2월

실천이 어려운 만큼 누구나 한번쯤은 내가 알고 있는 성인의 가르침을 반추하며 의미를 곱씹게 되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 중 하나가 체네스 첸의“중국인의 삶과 불교의 변용”이라는 책이다. 원제목은 Chinese Transformation Of Buddhism으로 인도의 불교가 중국을 거치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 케네스 첸은 중국 불교(민족사:1991), 불교의 이해(분도출판사:1994) 등을 출간한 저명한 불교학자로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이 책을 저술했다. 한국에서는 도서출판 씨알아이에서 출판하였다.

인도의 불교가 중국에 전파되며 이를 접한 중국인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 짐작 할 수 있다. 원시 종교의 형태로서 자연 및 기복에 충실하던 운명론적 세계관에서 하늘의 여러 층에 각기 다른 신들이 살고 있으며 우리의 고행을 통하여 근심 걱정과 더불어 모든 고통으로 해방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고차원적인 가르침이었다.

이런 불교관은 송대를 거치며 합리적 철학자인 유학자를 중심으로 세속을 탈피하고 개인주의적 세계관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척불(斥佛)의 주요 공격점이 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불교가 세속화 되어가는 변곡점이 되며 일체화된 종교의 형태로 삶 속에 체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몇 가지 예로 송나라 이후부터 이전에 없던 사회적 규율이었던 과부의 재가를 금지하며 여성의 정조를 중요하게 내세우고 이를 따르도록 비석 등을 세워 장려하였다. 이는 개인의 쾌락을 최소화하는 인도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으로 불교에서는 인도에서 남성의 형상을 가지는 관세음보살상이 중국에서는 여성황제인 무측천이나 어머니의 은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문화적 영향으로 여성화 되어 나타나고, 13세기 다시 선보인 배불뚝이 미륵의 모습에서는 중국 전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승려의 영향을 받아 배가 나오고 가족을 많이 거느린 상징을 통하여 부와 대가족의 가치관을 반영한 것이다.

이후 중국 불교는 정치 경제 문학 등 사회전반에 영향을 끼치며 때론 중국 황실과의 갈등을 구조 속에 그 위치를 자리매김하였다. 4세기경 유빙에 의하여 발화된 이 논쟁은 인도에서와 같이 사회 정치적으로 독립된 공동체로서의 사찰과 승려 집단이 세속의 법령에 따라 황제에 예의를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시작하여 7세기 예의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칙령을 통하여 종료되었지만 이미 논쟁의 과정 속에서 조직화된 사찰과 승려는 제국의 관리하에 들어오게 된다.

인도불교는 철저히 개인의 고행과 쾌락의 최소화를 통하여 욕심을 버리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승려와 사찰은 속세를 떠나 인간의 법이 아닌 부처의 법을 통하여 독자적 영역을 지켜나갔으나 왕권과 제국의 권한이 강한 중국에서 유교와의 조우는 많은 영향을 거치고 아시아 각국에 퍼져 나갔다.

다원주의 신학자이자 미국 유니언 신학대학 석좌교수 폴 니터는 “과학이 우주의 복합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하고 불의와 폭력에 의하여 인간과 자연이 막대한 고통을 겪고 있음을 더 고통스럽게 자각하고 있으며 개인의 평안은 만인의 평안에 의존한다는 상호 연관성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결국 그의 성찰의 결론은 부처가 없이는 그리스도인일 수도 없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초기 그리스도 예수의 제자들이 설립한 교회를 원시그리스도교라 칭한다. 이후 많은 사회 문화 정치적 변동을 거처 오늘의 종교가 있는 것처럼 종교적 교리의 절대성은 사실 시대상의 반영 중 하나이며 본질은 매우 단순하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저자는 불교의 오랜 세월 동안 번영했던 불교의 생명력은 이타행이며 이는 사회의 낮은 자와 고난 받는 자를 돕고자 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찰은 그들을 거두었으며 지나가는 나그네의 잠자리와 휴식처가 되었던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반목과 갈등을 지속시키는 체제를 유지하기보다는 본원의 가치를 추구하여 반씩 양보하는 절충과 아픔을 나눠야 하는 국가적 대재난의 시대에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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