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경쟁으로 소비자 보호 추구'란 법의 목적 상기해야"

● 공정거래법 이해와 사례 ⑧

의료기기 유지보수와 관련된 공정거래법 4가지 이슈
'공정한 경쟁으로 소비자 보호 추구'란 법의 목적 상기해야

▲ 김 현 희
법률사무소 다감

치실에서 사람이 들어가 검사를 받는 대형 영상진단기기까지 의료기기의 영역은 방대하고 품목도 실로 다양하다. 이번 회차에서는 의료기기 중에 유지보수를 필요로 하는 장비에 있어서 제기되는 공정거래법 이슈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의료기기 업체 중에는 5~10년 정도의 사용주기를 갖는 장비를 공급하고 공급시의 마진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되 사용기간 동안 부품교체나 수리, 업그레이드 같은 유지보수 수수료로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들이 존재한다. 그러한 회사가 자체적으로 물품 공급도 직접 하고 유지보수 서비스도 직접 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전국적으로 서비스망과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지보수 협력업체나 대리점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료기기 유지보수와 관련해서 실무상 문제 되는 공정거래법 이슈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사나 대리점이 아닌 제3의 업체가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고객들에게 본사나 대리점의 서비스가 우수하다는 공문을 발송해도 될까?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 마진이 괜찮다고 보고 귀사의 장비에 대해 유지보수를 하겠다고 나서는 신규업체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신규업체는 귀사 장비에 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귀사나 대리점 출신 엔지니어를 영입해서 병원들을 상대로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영업을 하는 것이다. 이때 본사 입장에서는 병원들에 공문이라도 발송해서 고객 이탈을 막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러한 공문을 발송하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본사나 대리점의 서비스 인력은 일반적으로 장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오랜 기간 교육과 실무를 통해 높은 기술적 숙련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실제 그렇다 하더라도 실증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본사 입장에서 막연히 “본사나 대리점 이외의 업체로부터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을 경우 제품의 품질 저하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던가, “해당 의료기기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영향을 줄 수있어 의료기기법에 위반된다”거나, “제조사의 품질보증을 받을 수 없어 환자에게 발생하는 부작용 및 제품의 직간접적인 문제에 대해서 제조사의 책임이없다”고 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러한 공문들은 공정거래법적 측면에서 고객에게 오인을 일으켜 자신과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 즉 「부당고객유인」(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3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1 제4항 나호는 ‘사업자가 자기가 공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의 내용이나 거래조건 기타 거래에 관한사항에 관해 실제보다 또는 경쟁사업자의 것보다 현저히 우량 또는 유리한 것으로 고객을 오인시키거나 경쟁사업자의 것이 실제보다 또는 자기의 것보다 현저히 불량 또는 불리한 것으로 고객을 오인 시켜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를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으로 보고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 공정거래법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공문발송을 고려한다면 전문가의 면밀한 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다.

둘째, 본사는 대리점으로 하여금 고객과 직접 유지보수 계약을 하지 못하게 하고 본사와 고객 간에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점이 하도급을 받는 구조를 강제할 수 있는가?

대체로 큰 규모와 자금력을 보유한 대형병원에서는 수수료가 좀 비싸더라도 제조사인 본사의 브랜드 파워와 안정적인 기술력, 신뢰 등을 이유로 유지보수계약을 본사와 직접 체결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적인 측면에 더 무게를 둬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에 대리점과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선호하는 고객들도 존재한다.

본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객이 본사와 직접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하고 본사가 이를 다시 대리점에 하도급(엄밀히는 업무위탁이다) 주는 구조를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것을 넘어서 대리점에게 고객과 직접 유지보수계약 체결을 막는경우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중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4호)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본사는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대리점에 대해 ‘거래상 지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리점은 본사와 계속적인 거래 관계를 맺고 있으며 오랜 기간 본사 장비에 특화된 자본설비, 인적자원, 기술 등에 대한 투자를 하는것이 보통이며 본사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거래상 지위를 가진본사가 유지보수 대리점으로 하여금 고객과 직접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대리점의 거래상대방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구속조건부 거래’에 해당하게 되니 유의를 요한다(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1의2 제7항 나호). 만약 본사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 아니라 대리점과의 ‘합의’에 의해 본사와의 유지보수하도급 거래만을 하기로하는 경우는 어떨까. 공정거래위원회는 구속조건부거래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을 요하지 않고 거래상대방 즉, 대리점이 요구한 경우나자발적인 합의에 의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보고 있다. 즉, 대리점과 협의에 의해 병원과 직접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본사와 유지보수하도급 거래만하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셋째, 대리점과 대대리점이 아닌 유지보수 업체에 부품공급을 거절하거나 부품 가격을 달리해 공급할 수 있을까? 대리점이 아닌 신규 유지보수 업체가작년까지 우리 고객이었던 병원에 유지보수를 하고 있고 교체용 부품을 구입하겠다며 연락을 해왔다. 부품공급을 거절하거나 대리점보다 비싼 가격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부품공급 거절이나 대리점보다 고가에 공급하는 것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중 「거래거절」과 「차별적 취급」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1호, 2호). 즉, ‘부당하게 특정사업자에 대해 거래 개시를 거절하거나 거래하는 상품 또는 용역의 수량이나 내용을 현저히 제한하는 행위’(「기타의 거래거절」, 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1의2 제1항 나호)와 ‘부당하게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에 따라 현저하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행위’(「가격차별」, 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1의2 제2항 가호)는 모두 공정거래법에 위반됨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당하게 특정사업자에 대해 수량·품질 등의 거래조건이나 거래내용에 관해 현저하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취급을 하는 행위’(「거래조건 차별」, 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1의2 제2항 나호) 역시 공정거래법에 반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되므로, 대리점이 아닌 유지보수업체에 공급 일자를 현저히 늦춘다던가 재생 부품만을 공급하는 등 가격 이외의 거래조건에 있어서도 차별을 할 수 없다.

넷째, 본사는 유지보수업체의 직원에 대한 유지보수 교육이나 유지보수 업무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할까?

경우에 따라서는 후발 주자인 유지보수 업체가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면서도 실제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할 인력이 제대로 관련 교육을 이수하거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본사는 대리점이 아닌 해당 유지보수업체에 대해 교육을 제공하거나, 해당 업체의 인력이 유지보수업무를 수행하던 도중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경우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 목적을 갖고 있는 법률이다. 유지보수 시장에서도 동일한 규칙이 적용된다. 본사는 해당 유지보수 업체가 사업활동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 즉 교체용 부품의 공급을 거절할 수는 없겠으나 이를 넘어서 경쟁사인 해당업체에 직접적으로 유지보수업무에 관하여 도움을 줄 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는다. 단, 방사선이 발생되는 의료장비와 같이 일정 제품군의 경우에는 정부인증 검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방사선 검사에 있어 제조사인 본사의 엔지니어의 입회가 요구되는 예외적인 경우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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