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평가 탈락한 연구단계 의료기술,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 활용해 임상근거 축적해야"

● 의료기기산업 미래를 향한 연속 제언 ⑤

'완성도 높은 임상 근거 창출', K-의료기술 가치 제고 핵심
"신의료기술평가 탈락한 연구단계 의료기술,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 활용해 임상근거 축적해야"

▲ 신 채 민한국보건의료연구원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장
▲ 신 채 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장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의료기술평가기관인 동시에 임상근거 창출의 조력자, 협력자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연구단계 의료기술의 근거 생성을 지원하고자 보건복지부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 취지 및 개요

신의료기술평가 결과 안전성 또는 유효성 근거가 부족해 연구단계 의료기술로 심의된 의료기술의 경우 현재 건강보험시스템 상 의료시장 도입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경우 추후 해당 의료기술에 대한 임상적 근거를 축적해 신의료기술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체 치료법이 없는 질환 또는 희귀질환 및 중증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 및 진단법의 경우, 또 임상현장의 요구는 높으나 산업계의 투자 유인이 적은 경우 국가 차원에서 임상 근거 창출을 지원하지 않으면 근거 생성이 용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이유로 근거의 질도 향상시키고 환자의 치료선택권도 확대하고자 보의연에서는 관련 기획연구를 수행해 2014년도에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한 연구단계 의료기술 중 유망한 의료기술의 근거창출을 돕는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를 시작했고, 현재 다양한 임상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제한적 의료기술로 선정된 의료기술의 경우, 복지부장관이 지정한 실시기관에서 일정기간 동안 비급여 진료로 사용됨과 동시에 연구목적으로 임상결과를 축적할 수 있다. 기간 만료 후 연구결과는 보고서화 돼 신의료기술평가 재수행 시 활용된다.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 법적 근거

제한적 의료기술의 정의 및 대상은 ‘신의료기술 평가에 관한 규칙’ 제3조제10항제2호에 명시돼 있으며, 심의기준,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사항, 실시기관의 준수사항 등은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 및 실시에 관한 규정’에 담았다. 이와 함께 제한적 의료기술의 비급여 진료 허용은 2014년 7월 1일‘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제1항 관련 [별표 2]에 비급여 대상에 제한적 의료기술을 추가함으로써 관련 법적 기반을 완성했다<표 1>. 

<표 1.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의 법적 근거>

해외 유사제도

선진국에도 근거가 부족한 연구단계 의료기술의 제한적 임상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Coverage with Evidence Development (CED) 프로그램이다. Center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 (CMS)에서는 메디케어 프로그램의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2005년에 근거가 불확실하나 유망한 의료기술에 대해 일정기간 지정된 병원에서 근거창출을 조건으로 급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해 주고 있다. CMS에서는 기술별로 정해진 CED 기간만료 후 축적된 근거를 분석해 급여 여부 등을 재검토 하고 있다. 현재까지 다양한 의료기술에 대해 CED 프로그램이 수행됐으며, 일부 기술에 대해서는 성공적으로 환자가 모집돼 근거가 축적됐지만 일부 기술에 대해서는 의료진 및 환자의 요구도가 낮거나 다양한 사유로 근거창출이 미비한 경우도 있는 실정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2006년도에 선진의료 제도를 도입했는데 동 제도 또한 근거가 부족한 의료기술에 대해 일정 수준의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후생노동성의 허가를 득한 후 보험진료와 병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는 원칙적으로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의료행위와 비급여에 해당하는 의료행위를 병용하는 혼합 진료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선진의료에 한해 혼합진료 금지 원칙을 예외적으로 허용해 선진의료에 관한 비용 이외의 통상적인 진료를 일반 보험진료로 인정받게해 환자 및 의료진의 편의를 제공함과 동시에 원활하게 근거가 축적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은 2003년에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ance (NICE)에서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근거를 마련하고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수 있도록 Only in Research (OIR)를 도입했다. OIR은 유망한 의료기술이지만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잘 설계된 연구에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연구에 포함된 환자에 대해서 급여하는 제도로 영국 의학연구회(Medical Research Council, MRC)가 대표적인 기관이다.

제한적 의료기술의 종류 및 신청자 요건

제한적 의료기술은 국고지원여부에 따라, 2가지 형태로 구분되며, 국고지원의 경우는 대체기술이 없거나 희귀질환 또는 중증질환 대상인 의료기술을 매년 선정해 환자검사비, 연구활동비 및 환자보험료 등의 지원을 받으며 근거를 창출할 수 있는 반면, 국고미지원의 경우는 비급여 진료만 허용된다<표 2>.

제한적 의료기술의 선정절차는 연 1회 신청공고를 통해 국고지원 대상기술을 게시하고 병원급 이상인 의료기관이 근거창출계획서 및 일체서류들을 제출하면 다학제 전문평가단에서 수행 적합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고시한다. 또한, 국고미지원의 경우는 제한적 의료기술 대상기술 중에서 연구능력이 확보된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상시 신청이 가능한 점이 국고지원과 차이가 있으며, 선정평가항목과 심의과정은 유사하다<표 3>. 신청은 단독연구 또는 공동연구의 형태로 신청할 수 있으며,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이하, 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가 설치된 의료기관이어야 한다. 제한적 의료기술 실시기간 이후에는 실시기간 내에 창출된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하므로 해당 기술에 대한 임상적 근거 창출 연구에 관심이 크고 경험이 풍부한 의료인이 신청하는 것이 적합하다.

<표 2. 제한적 의료기술 국고지원여부에 따른 요건 구분>

제한적 의료기술 선정 및 관리

제한적 의료기술로 선정되려면 우선 실시기관이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제15조에 따른 연구중심병원에 해당되거나 이에 준하는 진료환경 및 연구 역량을 조성하고 있어야 하며, 실시책임의사 및 연구진의 연구 실적이 우수해야 한다. 또, 실시기관이 관련 시설 및 장비를 구비함과 동시에 제한적 의료기술 근거창출 계획서에 기재된 근거창출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선정 후 보의연에서는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 및 실시에 관한 규정’과 ‘제한적 의료기술 관리지침’에 따라 실시기관을 지원하고 관리한다. ‘제한적 의료기술 관리지침’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자료와 결과를 얻고 대상자의 안전과 권리 및 복지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알기 쉽게 기재한 것으로 근거창출계획서 변경 절차, 정기 보고 사항, 중대한 이상반응 및 이상신체반응 보고에 관한 절차, 제한적 의료기술 자체 모니터링 및 보의연의 점검에 대한 내용과 준수사항을 비롯해 윤리적 고려사항, 연구결과물 소유권과 국고지원비 사용 등에 대한 내용을 관련 양식과 함께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보의연에서는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를 위해 수집된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제한적 의료기술이 근거창출 계획서, 관련 규칙 및 규정, 지침 등에 따라 수행되고 있는지를 체계적·독립적으로 조사한다. 점검은 정기점검과 특별점검으로 구분되는데 정기점검은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 및 실시에 관한 규정’에 근거해 보의연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실시기관을 방문해 수행하는 것으로 연 1회 이상 진행된다. 점검 시 제한적 의료기술 근거창출 계획서 준수여부, 주요 유해사고 및 부작용 발생 시 의료안전예방체계 및 위급대응체계 작동 여부, 실시기관이 제출한 자료 또는 보고한 사항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특별 점검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점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그에 따른 필요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되는데 중대한 이상반응·이상신체반응 발생 시, 안전성 및 윤리성에 대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정기점검에서 발견된 위반사항의 해결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이다. 

<표 3. 제한적 의료기술 선정 평가 기준>
<그림 1. 제한적 의료기술 [국고지원/국고미지원] 절차도>
<그림 2. 제한적 의료기술 [국고지원] 근거창출 기간(총4년)>

제한적 의료기술 선정 건 및 진행현황

현재 제한적 의료기술은 총 17건(국고지원 11건, 국고미지원 6건)이 선정돼 실시됐거나 실시 중에 있다<표 4>. 2014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매년 꾸준히 국고지원 및 미지원 각각 1~2건씩 선정돼 수행되고 있으며, 시술가능 기간이 만료된 건 중에 2건은 신의료기술평가가 완료된 상태이다. 이중 하나는 혁신의료기술로 인정됐으며 나머지 한 기술은 신의료기술로 부분 인정됐다. 

<표 4. 제한적 의료기술 [국고지원]/[국고미지원] 실시 현황>

시행과정에서의 윤리적 고려사항

실시기관은 제한적 의료기술 실시와 관련해 국제 임상시험 관리기준(ICH-GCP) 및 의약품 임상시험관리기준(KGCP)에 의거해 환자설명서를 기술해야 하며, 이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의 취지 및 특성 등도 포함해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실시기관은 제한적 의료기술 실시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적절한 피해자 보상에 대한 규약 및 절차 마련 시, 국제 임상시험 관리기준(ICH-GCP), 의약품 임상시험관리기준(KGCP), 임상시험 피해자 보상에 대한 규약 및 절차 마련을 위한 가이드라인(식품의약품안전처)을 참고해 기술해야 하며, 이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제공해야 한다. 또한, 제한적 의료기술 참여로 인한 손상이 발생한 경우 스스로 정한 보상 기준·절차 및 관련법령에 따라 적절하고 신속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근거창출 후 신의료기술 재평가

시술기간 및 추적관찰기간이 끝나고 최종보고서가 제출되면 최종보고서 및 그 간의 출판된 문헌을 토대로 신의료기술평가가 수행된다.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무조건 100%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해당 보고서를 활용한 논문을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종보고서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문헌으로 인정되며, 평가 시 유사 제품에 대한 문헌이 있어 조건에 맞을 경우, 신의료기술평가에 포함돼 분석될 수 있다. 다만, 문헌적 근거가 많다고 해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근거가 일관성이 있고 견고해야 한다.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 활용 후 신의료기술평가 통과 사례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 치료술(상과염, Autologous Platelet Rich Plasma Application)은 보존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상과염, 회전근개건병증, 족저근막염, 슬개건병증, 아킬레스건염 환자를 대상으로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autologous platelet rich plasma, PRP)을 주입해 환자의 조직 재생, 기능 향상 및 통증 완화를 위한 기술이다. 동 기술은 제한적 의료기술로 신청·고시돼 5개 의료기관에서 실시·종료된 이후 의료법 제53조 및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제3조의 규정에 따라,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 치료술’이란 명칭으로 3개 기관에서 2019년 4월에 신청됐다. 제한적 의료기술 실시를 통해 제출된 5편의 의료기술 보고서를 포함해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신의료기술평가를 수행한 결과, 안전성과 관련해 시술관련 합병증 사례가 많지 않고, 대부분 경미한 수준으로 단순 처치 등을 통해 증상이 해결돼 동 기술의 안전성은 수용 가능하다고 평가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렸으며, 유효성은 조직 재생, 기능, 통증, 진통제 사용량 변화, 환자 만족도, 삶의 질에 대해 평가했으며, 상과염에 대해서만 유효성이 있는 것(근거의 수준 B)으로 평가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렸다.

향후 운영 방향 및 기대하는 바

그 간의 동 제도를 수행하면서 실시기관 및 연구자들의 의견을 참고해 향후 나아갈 방향 및 기대하는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책 당국과 협의해 제한적 의료기술로 선정될 경우, 사용목적, 대체기술의 존재, 적용되는 질환의 중증도, 기술의 종류 및 의료기기 사용 여부 등에 따라 국고 지원의 필요성을 심층 검토하고 지원 범위 등에 대한 기준을 구체화하고자 한다. 당초 제도 출범 시에는 국고 지원 여부만 평가위원회에서 결정하면 되는 것으로 정했으나, 다년간의 경험을 통한 관련 소위원회의 의견을 빌리자면 국가차원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근거창출이 어려운 기술에 대해서는 시술비 및 관련 연구지원비를 많이 해 줄 필요성이 인정되나, 고가 시술비용에 따른 의료접근성 양상, 임상도입의 시급성 수준, 대체기술의 유무, 추적관찰기간 등을 고려해 지원규모를 달리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추후 정책 당국인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구체적 방안 마련을 위한 조사 및 정책적 합의 과정을 거쳐 개선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특히, 임상시험보상보험의 경우 현재 국고 미지원 영역에서는 지원되고 있지는 않으나 질환의 중증도, 해당 의료기술에 대한 근거의 불확실성, 경제적 이익관계가 있는 의료기기업체 유무 등을 감안해 환자 보호를 위해 그 지원 범위 및 규모 등이 사전에 논의되고 추후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정돼야 할 것이다.

둘째, 2014년에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를 도입한 이후 그간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근거창출의 충실도를 위해 성실한 연구자 및 연구기관 선정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앞으로 연구 경험이 많은 우수한 임상연구자 및 의료기관들이 컨소시움 형태로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홍보 활동에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수한 연구자로부터 견고한 데이터를 얻어 향후 신의료기술평가 수행 시 통과율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셋째, 제한적 의료기술로 선정된 이후, 선정 시와 달리 본의 아니게 근거창출 계획서대로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애로사항을 갖는 연구자 및 기관이 일부 있다. 사전에 관련 상황 발생 우려를 미리 감지해, 기술 선정 시 및 선정 후 관련 실시의사 보강 및 실시기관 추가는 물론 관련 임상학회 등의 참여 활성을 독려하는 등 대비책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이와 관련해 보의연에서는 관련 소위원회 및 평가위원회에 관련 사항 등을 수시로 보고하고 임상 근거가 원활하게 창출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를 포함한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존재의 이유는 새롭게 개발되는 의료기술의 시장진입을 촉진하고자 의료기술들의 가치를 더 높여주고 그를 통해 환자에게 치료의 기회를 확대해 궁극적으로 보건의료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의연 연구자들은 의료계 및 산업계에서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를 잘 활용해서 각각의 유망한 의료기술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의료기술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하고자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또한, 우수한 의료기술의 신의료기술평가 통과를 위해 임상시험자문서비스를 포함한 사전·사후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으니 산업계에서도 보의연을 규제의 주체가 아닌 임상근거 창출의 조력자, 협력자로 인식하고 관련 제도 및 지원 서비스들을 잘 활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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