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평가와 산업계의 바람·제도의 생산적 가치 여부 고민할 때

●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Ⅱ

'공공선·환자의 안전·건보재정 지속성' 재정립 해야
신의료기술평가와 산업계의 바람·제도의 생산적 가치 여부 고민할 때

▲ 이 진 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감사
동방헬스다인 상무

4차산업혁명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첨단혁신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하며 그 동안 잠잠해져 있던 신의료기술에 대한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신의료기술평가를 담당하는 보건의료원 역시 의료계와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하고자 변화를 위한 의견을 듣고 있으며 자문회의 등을 개최하여 미래의 역할 변화에 대한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연구원이 생길 당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신의료기술평가가 의료기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참여를 문의했지만 의료기기는 연관이 없고 의사의 술기만을 평가하는 기관이므로 의료기기협회의 참여나 자문이 본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모든 업무는 의료기기에 집중되기 시작하였고 그때부터 제도개선 요구가 시작되었다. 시작 당시는 면담조차 허용하지 않던 폐쇄적인 운영에서 민원인에게 설명의 기회가 주어졌으며 심사평가에 대한 현황 공개나 과다한 검토 기일 또한 원스톱이나 통합심사로 변화를 시도했다.

이런 많은 변화 속에서 숨겨진 불씨가 퍼지듯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제도개선 요구가 급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허가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신의료기술평가 결과에 따라 일시에 침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시장 진입을 못 하여 판매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 가장 근본적인 불만이다.

식약처의 허가를 얻고 판매가 가능하기까지 수백에서 수천의 허가 및 인증에 필요한 직접비용이 들고 많은 공무원의 행정비용과 관리를 통한 국민 세금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사회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이어서 판매를 못 하는 이유가 검토 방법 중 하나인 체계적 문헌고찰 즉 쉽게 이야기하면 충분한 논문이 없거나 논문마다 결과가 달라 제품의 유효성 논란에 대한 여지가 있을 때 평가에서 떨어지게 되는데 여기에도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첨단 혹은 최초 기술에 대한 논문은 당연히 없을 텐데 아직 없는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임상 논문이 없는 업체의 경우 이를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자금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다.

둘째는 자금력이 있는 다국적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가방법이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관련 무역 수지가 적자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의사의 술기라는 평가 목적에도 불구하고 체외진단제품같이 사람의 손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의료기기를 통하여 진단결과가 확정되는 경우까지도 평가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체외진단기기는 쉽게 혈당계와 같이 피를 뽑아서 혈당을 재는 것으로 기계만의 분석으로 수치가 표시되는 것이며 의사의 술기가 들어가지 않음에도 보의연의 설립목적인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결국 산업계 입장에서 보면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통하여 허가를 받았는데 왜 또 평가를 하느냐 하는 이중규제라는 면과 허가 침몰비용, 그리고 자금력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을 지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건강보험체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는 코로나 같은 국가적 재난을 이기는 근본적인 힘이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의 존속을 위하여 과잉진료와 비급여는 당연히 통제되어야 하고 환자가 갖는 정보의 비대칭은 분명 제도를 통하여 보정되어야 한다. 고도의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의술은 의사의 판단이 절대적이라 진입 장벽을 통해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지금도 온갖 광고를 통하여 새로운 시술이 광고되고 있는 현실에서 비급여와 과다한 진료비를 청구하는 병·의원으로부터 환자가 제대로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역할별로 살펴보자. 재정 안전성을 위하여 심평원의 경제성 평가팀이 있고 안전성과 유효성은 식약처가 책임지고 있다. 비급여는 이제 예비급여를 통하여 가격 통제와 사후 평가를 받기 때문에 줄어들 것이며 정부 또한 모든 비급여에 대한 실태파악과 더불어 비급여를 관리하고 있다.

현재 보의연이 주장하고 있는 평가의 목적이나 방법이 갈수록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나마 제도개선 방안 중 가장 긍정적인 시도가 체외진단의료기기의 선진입, 후평가였지만 이조차 산업계의 외면을 받고있는 점을 보면 보의연이 갖는 제도개선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되는 점을 민원인들만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산업계 입장에서 제도 개선에 대한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면 진입장벽보다는 후평가 기전을 개발하여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4차산업기술이 출시될 것이고 기술의 발달로 인한 실제사용결과를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실시간 데이터분석 RWD와 같은 평가기술 또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첨단기술에 대하여 1년 혹은 2년 등의 제품별 차등에 따른 선진입을 보장하고 보의연이 사후평가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지키미가 되어야 한다.

아직 병, 의원에서는 수많은 인증을 받지 않은 시술들이 시행되고 있다. 이를 조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비급여와 과잉진료가 집중되는 분야에 국민의 피해가 집중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안정성, 유효성 평가는 식약처의 전문성을 인정하여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게 하면 된다.

치료재료목록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항목의 경우 등재 신청과 평가는 심평원이 전문기관이다. 역할과 목적에 맞는 전문성이 인정되고 기관별 특화를 통한 조화와 견제가 필요하다.

시대가 바뀌었고 정부 제도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기보다는 국민을 위한 생산적 가치를 가질 때 존속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

기술의 혁신을 통한 공공선을 추구하고 환자의 안전과 건보재정의 지속성을 지키기 위한 역할 바꿈을 한다면 보건의료연구원을 비롯한 모든 정부기관이 산업계와 국민들의 보다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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