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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더 늦어지면 ‘혁신’은 없다세계 보건의료분야에서 혁신의 리더가 되느냐, 추종자가 되느냐 선택해야 할 때
의료기기뉴스라인 | 승인 2020.09.11 15:33

■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Ⅰ

원격의료, 더 늦어지면 ‘혁신’은 없다

세계 보건의료분야에서 혁신의 리더가 되느냐, 추종자가 되느냐 선택해야 할 때

▲ 권 창 익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홍보위원회 위원
마스트코리아 대표

최근까지 방송됐던 한 TV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과거의 기억 속에 깊숙이 간직했던 소중한 가수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가수들은 활동 기간은 짧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그들을 기다리는 마니아층이 있을 정도로 당시 대중에게 문화적으로 큰 의미를 남긴 가수들이었다. 

십수 년이 지나 반갑고 감사한 마음으로 만난, 다음을 기약하고 싶은 이 가수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활동 중단 이유는 대중의 외면이 아니라, 안타깝게도 소속사의 부도나 관리감독 기관의 규제로 인한 가요계 퇴출이었다. 즉, 가요 시장의 여건과 규제로 인해 신선한 변화를 불러온 가수들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고, 대중들은 이로 인해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를 잃게 된 것이다.

이들을 소개하는 멘트에서 항상 회자됐던 문장이 있다. 바로, ‘시대를 앞서간…’이라는 표현이다. 이 얼마나 잔인한 표현인가. 시대를 앞서간 죄로 대중으로부터 격리시킨 연예인들을 이제와서 칭송하듯 ‘시대를 앞서갔다’며 위로하는 꼴이다.

과연 이들은 시대를 앞서간 것일까, 아니면 당시 관리감독기관이 이들의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일까. 비록, 우리 보건의료분야의 사례는 아니지만 규제와 그 규제를 규정하는 관계 기관의 유연성 부족이, 또 변화에 대한 소극적 수용이나 거부가 ‘혁신’을 어떻게 퇴색시키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사례라 하겠다.

원격의료, 과연 시대를 앞선 논제인가?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고민은 이미 20여 년 전 시작됐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반영한 듯 시범사업 형태로 첫발을 뗐고, 국회에 의료법 개정안이 꾸준히 제출됐으나 매번 무산돼 여전히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환자모니터링에 대한 요양급여수가를 산정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은 여전히 원격모니터링이나 전화상담 서비스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을 뿐이며 진정한 원격진료는 여전히 허용되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원격의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중국과 일본은 이미 원격의료서비스를 전면 허용하고 있고, 정부가 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원격의료시스템 구축 및 도입을 장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를 가진 일본의 경우, 2015년부터 이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고 원격의료 대사 지역과 질환에 대한 제한을 전면 폐지했다.

우리나라가 시범사업과 이해당사자간의 힘겨루기로 20여 년이 지나도록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주변의 중국과 일본은 원격의료를 통해 정책적 이점과 더불어 자국 의료시장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여 년 전, 우리의 원격의료 논의는 혁신이었으나, 지금은 선험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하는 후발 주자가 됐다.

원격의료, 안하는 것인가, 못하는 것인가?

이미 20여 년 전부터 복지부가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원격의료가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여러 이해관계자들 간의 상충되는 의견과 힘겨루기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원격의료 실행에 대해 의료계에서 특히나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명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몇 해 전, 한 의료전문매체의 의뢰로 의료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차 의료의 몰락 등 의료전달체계 왜곡의 심화, 오진에 따른 부작용, 기술적 한계 등이 의료계의 원격의료 시행 반대 주요 이유로 조사된 적이 있다.

먼저, 원격의료의 도입이 과연 1차 의료의 몰락 등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심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최근 만성질환관리 일환으로 진행된 1차 의료기관의 비대면 환자관리에 대한 요양급여 결과를 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앞서 언급됐듯 최근 복지부에서 발표한 두 달간의 비대면진료 청구내용을 분석한 결과, 비대면진료를 실시한 의료기관 중 의원급 의료기관이 2,596개(의원 2,231개, 치과의원 18개, 한의원 347개)로 84.51%(의원 72.62%, 한의원 11.30%)를 차지했으며, 그 다음으로 병원급이 353개(병원 275개, 요양병원 73개, 치과병원 2개, 한방병원 3개)로 11.49%, 종합병원은 109개로 3.55%, 상급종합병원은 14개로 0.46%로 조사됐다. 

진료금액은 의원 7억3,679만2,000원, 종합병원 2억7,470만7,000원, 병원 1억6,734만원, 상급종합병원 4,355만1,000원, 요양병원 3,816만6,000원, 한의원 2,699만6,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원격의료가 1차 의료의 몰락이나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는 기우였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도 초기 원격의료는 만성관리와 처방 등을 중심으로 시작됐으며, 점차적으로 치료적 요법이 필요한 대상으로 확대 적용된 바 있다. 즉, 시스템이나 환자관리에 문제 발생이나 오류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오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환은 후순위로 고려하면 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원격의료의 대표적인 연동매체는 휴대전화나 혈당측정기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 환자의 데이터 처리와 관리를 위한 AI 기반의 다양한 기술적 발전이 이뤄졌다. 더욱이 이런 시스템들은 선험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상당 기간 발전해왔으며, 여러 나라에서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의료장비와 시스템들이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에서 유독 기술적 한계를 가진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원격의료를 도입한 많은 선진국과 선험국들이 과연 자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키면서까지 원격의료를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묻는다면 이는 분명 아닐 것이다.

원격의료 최대의 수혜자는 대한민국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일수록 정부는 최고의 선택보다는 최선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최선의 선택이란 어떤 것일까. 당연히 정책적 결정에 따른 이점이 극대화되고 불만을 최소화하는 선택일 것이다. 

원격의료의 이점은 무엇일까? 정부의 입장에서는 의료시설이나 인력이 부족한 또는 소외된 지역까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클 것이다. 공공재적 특성을 가진 의료서비스지만 우리나라는 상당수가 민간 부문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시장 논리에 의해 의료기관과 인력의 지역적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으로 고려될 정도로 건강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지금도 지역적 편차는 여전해, 이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오랜 과제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의료는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에게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정책적 방안이 될 수 있다.

일본이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격의료를 적극 활용하고자 2018년부터 원격진료를 건강보험에 포함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취합된 건강지표 또는 투약관리 현황에 대한 자료의 모니터링에만 머물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관리를 위한 적절한 조치와 치료가 동반될 수 있다면 정부의 정책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런 원격의료의 활성화는 자연스레 관련 산업의 발달을 촉진하며 궁극적으로는 보건의료산업의 한축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원격의료는 변화하는 질병 환경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도입돼야 할 새로운 의료서비스 전달 수단이며, 그 효과는 이미 주변국들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 

혁신은 조금 이르다고 느껴지지만 용감히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길 때야 비로소 혁신으로서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환경과 기술, 시장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수용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혁신의 의미는 퇴색한다.

우리는 이미 원격진료 시행을 위해 많은 시간을 기다려왔다. 새로운 변화에 두려워만 할 것인지, 아니면 과감한 변화를 통해 한걸음 도약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다.

부디, 세월이 흐른 훗날 원격의료가 안타까운 시대적 불운아가 아닌, ‘혁신’이나 ‘개혁’의 주제와 함께 회자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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