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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 길을 돌아보며-의료기기산업계에 보내는 11가지 당부"■ 윤영로 교수, 의료기기산업을 말하다⑫
의료기기뉴스라인 | 승인 2020.07.10 11:27

■ 윤영로 교수, 의료기기산업을 말하다⑫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의료기기산업계에 보내는 11가지 당부"

▲ 윤 영 로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의공학부교수

이번 12번째 기고가 요청받은 마지막 원고다. 필자는 평소 소신이 '행정은 역사다'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며 필자가 경험한 과거의 의료기기산업 역사를 글에 담아 보려하니, 예전 자료와 사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년을 앞두고 시작한 연재기고는 필자의 자료를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또 글 자료를 찾는데 10년 전에 시작한 페이스북(그림 1)이 큰 도움이 됐다.

그림 1. 지난 10년 의료기기 산업 역사와 같이 한 페이스북

과거를 돌아보면 지난 26.5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삐삐 시대에서 PDA폰 그리고 스마트폰(그림 2)으로 변하고 사진 역시 아날로그 카메라에서 DSLR로 발전하면서 옛 자료를 찾는 것은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여정이자 추적이었다. 필자의 기고문에 조언을 보내주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권덕철 원장은 얼마 전 고생했다는 멘트와 함께 명쾌하게도 필자의 속마음을 읽어줬다. 필자가 기고 요청을 여러번 거절했던 이유는 간혹 누군가 필자 자신의 공치사를 나열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을까하는 염려에서다. 12회 중반에 펜을 놓을까도 생각했지만 인터넷 조회 수가 높다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임민혁 대외협력부장의 언급과 만나는 지인들의 ‘잘 읽고 있다’는 격려가 큰 힘이 됐고, 이제 마지막 글을 퇴고했다. 그리고, 얼마 전엔 어려운 시기인 만큼 다음에는 ‘원로를 찾아가서 조언을 듣는 칼럼’을 제안하였고, 이 글을 쓰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과 같이하지 못한 게 마음에 남는다.

그림 2. 지난 26.5년 모바일 앱 솔루션 개발을 위해 연구에 사용된 PDA와 스마트 폰

코로나 이후 의료기기 사업의 패턴
코로나19는 잠시 진정 국면을 맞는가 싶더니 수도권과 각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 세계 추세를 보면 이제 코로나19는 감기와 같이 인류와 함께 생활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 상황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라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사태를 맞아 이제는 삶의 패턴과 일자리의 형태 그리고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기업 문화가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필자는 지난 한달 사이에 6월 24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주최한 2020 최고경영자 제1기 3강좌 중 첫 강사로 최윤섭 대표의 ‘의료의 미래 디지털헬스케어’, 29일 원주에서 지역구 의원인 이광재 의원과 송기헌 의원, 강원도와 원주시가 주관하고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가 주최하는 ‘의료데이터 기반 생명과학산업 포럼’에 다녀왔다. 필자의 페이스북 친구이면서 지금은 대학 교수인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님의 첫 강의는 깊은 인상을 줬다. 필자는 2002~08년까지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재택건강관리시스템 센터장과 2003년 3월~2004년 4월까지 지식경제부 지원으로 의료기기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을 위한 사이버교육센터인 의료공학교육센터장을 맡으면서 비대면 강좌의 초기 모델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기획 1년과 과제 수행 4년간 (주)비트컴퓨터와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에 있는 인구 2만의 마나카푸르시에 브라질 스마트보건선사업 그리고 비대면 강의을 하며 한 학기를 보냈는데 감회가 새롭다. 앞으로 보건산업, 초중고대학의 강의는 물론 수출 역시 비대면 접촉과 상담으로 이루어질 것 같다. 

그림 3. 코로나 치료중 사망한 고Dr. Rangel Ruiz

4년간 브라질을 열 차례 다녀왔다. 기사로 보는 브라질 상황은 심각했다. 브라질 정부가 발표한 확진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현지 펠로타스연방대학의 연구 결과는 정부 통계의 6배인 600만 명이 감염자라고 밝혔다. 불행하게도 우리와 같이 스마트보건선사업을 하던 마나카푸르시 현지 의사인 Dr. Rangel Ruiz가 코로나 환자 치료 중 사망했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그림 3). 다행히 지난 2월 진수식을 끝내고 돌아온 브라질스마트보건선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모습(그림 4)을 보니 불행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개발한 진단키트, 인공호흡기등 의료기기 장비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그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그림 4. 코로나 사태에 사용하고 있는 브라질 스마트 보건선

의료기기산업 발전, 산・학・연・관이 합심한 결과
필자가 거듭 말하지만 지난 11회에 걸쳐 언급했지만 국내 의료기기산업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다. 기업은 기업대로 1세대 분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또한 IMF등 위기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의료기기산업 행사에서 많은 분들이 축사에서 ‘산・학・연・관이 합심해야 한다’고 이구동성 말씀하지만 정작‘학’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에 종사하는 분들께 물어보면 학은 학대로 ‘그런 것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라고 한다. 또 정부나 지자체별로 의료기기에 대한 지원과 유관단체들은 우후죽순 생겨났으나 정작 서로 협력하며 시너지 내는 결과는 꽤 드물다. 또한 새롭게 생기는 기관이나 단체의 수장은 서로 맡으려 하지만 정말로 의료기기산업에 헌신하고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의 자세는 아직은 먼 이야기인 듯싶다.

마지막 기고를 통해 전하는 당부의 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산・학・연관・이 뭉쳐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또 공정성을 발휘해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최근 정부가 많은 투자로 주도하는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이 잘돼야 하고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KISTEP이 작성한 ‘2018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4페이지에 기획과정의 적절성이 기술됐듯이 ‘기획에 참여한 전문가 41인 중에 의료기기 제조사 소속은 1인’, 이 또한 세부가 아닌 총괄에 소속된 것이다. 기획 단계에서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기업에서 산업화를 할 수 있는 기획이 돼야 한다. 이 때문에 임상과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필자가 기업의 요청으로 총괄책임자에 지원한 적이 있어서 사례가 적절치 않을 수 있지만 이런 총괄 책임자를 선임할 때 아무리 조직이 갖춰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도 지원서 접수는 공공기관에서 담당해야 한다.

두 번째, 기업은 기업대로 도움을 준 학에 계신 분들, 또는 자신의 회사에 고급 인력을 보내준 연구실이나 대학에 보답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지난 세월 필자의 모토는 ‘중소·중견 기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산다’였다. 미국에서 학비를 벌기 위해 테스터, 테크니션 그리고 엔지니어까지, 졸업 후에는 해군연구소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강원도 원주의료기기 산업을 위해 산학 과제를 할 때 느낀 점은 필자가 지금까지 버틴 건 중소기업에서 코끼리의 내부를 보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자의 연구실을 거쳐 간 연구실 제자들에게 대기업에 들어가서 코끼리의 겉면만 보지 말고 중소·중견 기업에서 주어진 여건에서 많은 것을 해보라고 권한다. 또한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그 경험으로 자신이 일취월장(日就月將) 하는 기회가 올것이라 말한다. 필자의 졸업생은 의료기기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그림 5). 

그림 5. 생체신호처리 연구실 졸업생현황

한편, 지금은 공직을 떠난 산업부의 김남규 과장에게 기업연계형연구인력양성사업을 제안했다. 현재 청와대에 있지만 당시 강석천 국장님 제안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의 70% 이상을 동종 업종에 취업시키는 것으로 목표를 다시 정했고, 당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정재훈 원장과 소속 기관 분들이 이를 좋은 프로그램으로 승화시켰다. 기업과 연계한 현장실습과 캡스톤 디자인 프로그램은 필자의 사업단과 타 사업단의 중소·중견 기업 고급인재 채용에 많은 도움이 됐다(그림 6). 앞으로도 이 사업은 누군가가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 최초로 귓속형 체온계를 기업과 상품화 했지만 대학이 받은 혜택은 없다. 매년 인재를 요청하면서도 그런 인재를 통해 수익이 나면 대학에 장학금을 지급한다든지 또한 공동 연구를 한 분들에게 로얄티를 지급하는 경우는 극소수였다. 단지 당신은 우리와 과제를 했을 뿐이다가 답이었다. 미국 대학은 예산의 상당부분 이런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고 산학이 공동발전하는 선순환 문화를 갖추고 있다.

그림 6. 중소중견 기업과 대학원의 당면 과제

산・학이 상호 성장하는 선순환 보상 필요
세 번째, high tech과 mid tech를 모두 중요하게 바라보고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 몇몇 분들은 ‘high risk high return’이라 하지만 필자는 high risk는 쪽박이 될 확률이 크다고 본다. high risk는 산업화해보지 않은 high tech를 말한다. 또한 대학에서 교수 채용에 SCI 논문 수를 강조하다 보니 최근 임용된 많은 분들의 전공이 바이오 분야가 많다. 바이오 즉 high tech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high tech를 산업화할 수 있는 mid tech의 연결이 가장 중요하다. 몇 년 전에 필자와 함께 의공학부에 몸담고 있는 이상우 교수가 공동 연구를 하자고 제안해 왔다. 필자는 ‘우선 교수는 빠지고 대학원생끼리 뭔가를 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바이오 전공인 이상우 교수의 실험실 장비를 LABVIEW 보드를 통해 카메라와 카메라 조작 기구를 인터페이스하기로 했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그림 7). 각 연구실 대학원생들이 서로의 연구실 평가를 했는데 저의 연구실에 대해‘저 연구실은 공작실보다 더 하네요’ 그리고 다른 연구실은 ‘첨단을 하는데 사진을 찍을 때 손으로 버튼을 눌러 촬영하네요’였다. 이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아직은 high tech만으로 의료기기 시장이 재편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림 7. High_tech과 mid_tech의 결합

당면한 화두, 소프트웨어・디지털헬스케어・원격의료
네 번째, ‘소프트웨어’ 세상이 온다. 하드웨어는 기존에 있는 모듈이나 임베이드 시스템을 사용하고 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의 변천으로 모바일 컨트롤에 대한 욕구는 더욱더 커질 것이다. 또한 요즘 자주 언급되는 AI, 빅데이터를 통한 플랫폼 구축 또한 소프트웨어이다. 이를 위해 대학이나 기업, 취업을 생각하는 학생들 그리고 백세 시대를 살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엔지니어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 번째, 최근 화두는 디지털 헬스케어다. 많은 연구자들이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고 센터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필자는 ‘과연 현실적으로 보건의료산업에 필요한 데이터가 있느냐?’고 묻고 싶다. 없으면 지금이라도 많은 전문가들이 하나가 돼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어떻게 만드느냐를 놓고 돌다리도 두들겨 가는 심정으로 시작을 해야 한다. 기상청의 날씨 예보의 정확성은 오랜 화두였다. 기상청은 현재 슈퍼컴퓨터 5호기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기 예보의 정확성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필자는 1960년대 박사 학위를 받았을 당시와 미해군연구소에 근무하던 1990년 초기에 잠수함 탐지를 시도하며 AI를 경험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전으로 AI가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날씨 예보, 그리고 적의 장비 탐지 나아가서 사람의 생명과 관련해서는 다량의 데이터를 이용해 탐지하는 정확도가 필요하다. 필자 생각에는 60년대, 90년대 그리고 현존하는 AI 알고리즘 사이에 커다란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간 데이터가 많이 쌓였고 이를 처리하는 컴퓨터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질병관리본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데이터를 제공한다해도 현존하는 데이터를 기존의 의료기기 개발 또는 AI를 이용한 환자 치료 또는 진단 시스템에 사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질병 예방에 대한 통계에는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긍정적인 답을 하기가 어렵다. 필자가 90년대에 심전도 개발을 위해 한국형 심전도 데이터를 구축하자 제안했으나 쉽지 않았다. 결국 MIT-BIM 데이터에 유럽과 러시아에서 만들어 놓은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했다. 또한 ECG를 개발하고 연구할 때도 대상 모델이 Marquette 사의 제품을 이용해 임상 데이터를 받아 연구하고 개발 시 비교 분석을 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 연구진이 Marquette 사의 제품으로 획득할 수 있는 데이터는 scramble 된 데이터이기에 비교 분석을 할 수 없었다. 이에 1995년 Marquette 사 엔지니어와 통화를 해 scramble 데이터를 풀 수 있는 exe 파일을 받았다(그림 8). 지금도 늦지 않았다. 현실을 직시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모두 개인정보 보호법 등 데이터 3법이 문제라 하지만 필자는 오래 전부터 데이터를 전문가들이 열어 보고 분석해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 방법을 논의할 것을 권한다.

여섯 번째, 원격의료의 문제는 당연히 풀어야 할 과제이다. 자동차산업 역시 원래는 영국에서 시작했지만 영국의 붉은 깃발법 또는 적기법이라는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미국에서 활성화됐다. 필자는 몇 년 전에 ‘심장 박동수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시계는 공산품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또한 6년간 재택건강관리시스템센터장을 지낸 경험, 얼마 전 브라질에서 스마트 보건선을 진수하고 느낀 점, 코로나 19 사태와 미국에서 14년간 생활한 경험을 토대로 원격의료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브라질이나 미국의 의료 체계가 우리와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브라질의 경우 의사들이 3개의 병원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지역 의사가 자신의 환자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면 자신이 연관된 대학병원에 가서 수술 집도를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1차, 2차, 3차 병원의 구분이 명확하고 의사가 타 병원에서 의료 행위를 하게 되면 의료법 위반이다. 원격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원의와 대학병원의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에 대한 우려, 환자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보다는 원격의료가 시행됐을 때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원격의료 문제는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일곱 번째, 보험수가 문제이다. 의료기기산업은 공산품과 달리 개발도 중요하나 사람의 생명이 관여되기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임상이 중요하다. 임상 시험을 거치고 허가가 나오더라도 보험 수가와 홍보 마케팅이 또 하나의 관건이다. 보험 수가는 치료재료 수가와 행위 수가로 나뉘는데 수액 세트, 소모품등은 행위 수가에 속한다. 특히 소모품은 우리나라가 수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이다. 보험 수가는 국가의 한정된 예산에서 정해져야 하는 문제이기에 이 또한 자신이 만드는 제품에 대해서 언급하기보다는 전문가들이 모여 정확한 분석을 해야 한다. 특히 최근 대두되는 AI기술을 이용한 의료기기 제품들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이용해 정확도를 높이고 그에 따라 의료 현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여덟 번째, R&D와 산업화, 상품화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개발자는 개발과 산업화, 상품화가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아무리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어도 수익성이 떨어지면 시장에 내놓을 수가 없다. 연구는 들어가는 비용에 관계없이 좋은 결과만 나오면 논문을 쓸 수 있다. 산업화를 위해서는 백개, 천개 때로는 만개 단위를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을 산출해야 하기에 low cost이면서 high quality를 생각해야 한다. 상품화는 그에 더해 홍보 마케팅을 고려해야 한다. 개발 단계에서 전부 고려가 되면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의료기기, 사용자 입장에서 개발해야
아홉 번째, 개발자는 연구 초기에 자신이 만든 결과물의 인허가와 임상 실험을 고려해야 한다. 가끔 세계 최초 또는 국내 최초 개발한 제품이 뉴스에 나올 때, 필자는 과연 언제 저 제품이 산업화와 상품화가 언제 될지 의문이 들고는 한다. 대한민국 의료산업이 세계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의사, 기업 그리고 의공학자가 한마음 한뜻으로 불철주야 노력해야 한다.

열 번째, 정부나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산업체 현장을 자주 찾아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가까이 들으며 우문현답 하길 바란다. 또한 장기간 한 분야에서 근무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나, 가능하다면 일정 기간 한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전문 지식을 넓히기 바란다. 이제는 많은 연구자들이 해외에서 획득한 자료들을 생각 없이 관련 기관에서 통‧번역하는 것이 아닌, 자료를 가공하고 의사와 의공학 전공자 그리고 기업들이 함께 해외 전시회에 직접 참석해 정보 수집을 하는 등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문현답, 학계의 역할
마지막으로, 자신의 연구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자나 서울대 김희찬 교수와 같이 사심을 버리고 시간을 내어 중앙정부와 관련 기관 그리고 대학과 산업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책을 공부하고 기업의 애로를 청취해 직언하고 때로는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오해가 있을 때 대변해주는 역할은 학에 몸담은 사람의 몫이다.

강원도 원주의료기기 산업이 여기까지 오기에는 지역의 모든 대학과 폴리텍 그리고 마이스터 고등학교에서 의료기기 과정을 개설하고 좋은 인재를 양성해 기업들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강원도 원주의료기기 산업은 때로는 좌절도 있었지만 이를 딛고 다시 일어났다. 첨단의료복합단지 미선정은 첨복단지만이 아닌 정부 여러 부처의 사업이 함께 이동했기에 원주 입장에서는 여파가 꽤 컸다. 최근 원주에서 개최된 포럼에서 필자는 강조하기를 ‘누군가가 다시 산・학・연・관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 주장했다. 간혹 누군가는 ‘원주에 얼마를 투자했는데 결과가 뭐냐’했지만 2009년 첨복단지 선정 후의 결과는 무엇이냐 되묻고 싶다. 또 연구재단에서 의료기기 분야에 투자한 ERC 결과는 무엇이냐도 묻고 싶다. 1억의 지자체 대응 자금을 내면 우대를 한다고, 당시 4000억 원주시 예산에서 1억을 투자했다. 10억을 투자한 지역에 비해 성적에는 우위였으나 대응자금액수로 타 지역으로 간 고령친화센터의 결과는 무엇이냐 묻고 싶다. 국정 감사로 당시 대학 내에 있는 첨단의료기기테크노타워를 방문한 국회의원 한 분이 ‘죄송합니다. 제가 제 지역구로 가져가는데 일익을 담당했습니다’라고 했다. 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이 살 길은 산업의 육성이다. 산업이 육성하려면 미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어디가서 강연을 할 때 ‘고스톱은 고도리 세 장만을 갖고 하면 이길 수 있다. 그러나 갑자기 피박이니 쌍피니 하는 것들이 생겨 판을 깨니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끝인사, 고마운 마음뿐...
필자는 이제 2년 후면 그간 열정으로 살아왔고 정들었던 대학을 떠난다. 지난 세월 한국전쟁으로 할아버지를 여의고 자신을 포함한 9남매 형제와 자신의 5남매 자식까지, 가족을 위해 온 인생을 바치신 아버지. 그를 옆에서 묵묵히 지키신 어머니의 숭고한 마음이 없었으면 과연 여기까지 왔을까 싶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필자에게 아버지는 조부를 여의고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시곤 했다. 당시 속마음은 과연 대학이나 졸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수 후에도 서울에서 1차를 떨어지고 삼수는 할 수 없는 상황에 프랑스 유학을 보내 준다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 수원에 있는 대학을 1년 다닌 적이 있다. 원서를 사러 가신 아버지와 작은형은 필자에게 기숙사비를 낼 수 없어서 그 대학에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필자는 ‘전철로 통학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필자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이었다. 아마도 의학 계열을 고집한 것에 대한 필자의 업보가 아닐까 싶었다. 집에서 나와 학교까지는 왕복 4시간. 통학으로 얻은 깨달음은 1초만 늦어도 전철을 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작은형이 대학 때 돌아가시고 몇 개월 후 작은형과 같은 과 ROTC 동기 세 명이 임관을 앞두고 가스 중독으로 사망했다. 형을 포함한 4명이 당시 성균관 대 전기과에서 임관도, 졸업도 못하고 세상을 등진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연대 전자공학과로 편입하고 카톨릭의대 김태욱 교수님을 만나게 되면서 중학교 때 시골 농촌 봉사를 하면서 꿈꾸게 된 의학도는 아니지만 의공학을 알게 됐다. 대학 졸업 무렵 은사이신 김봉렬 교수님이 아버지를 모셔 오라는 말씀을 거역하고 있었는데 두 분이 우연히 만나게 됐다. 그날 은사님은 아버지에게 필자의 유학을 권했다.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하염없이 우시면서 몇 번을 ‘영로야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얼마 후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큰누님의 도움으로 아버지와 저만 이민을 결정하셨다. ‘기회는 주겠다. 학비는 니가 벌어라.’ 미국에서 주유소 펌프 등 13개 일을 하면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 시민권을 취득 후 미해군연구소에서 연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늘 들었던 생각은 ‘왜 공부를 했지’였다. 시민권을 포기하고 교편을 잡은 날, 아버지께서는 ‘네가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해 학생들은 네 자식처럼 대하라’고 말씀하셨다. 또 ‘국가나 대학 그리고 학생들이 너를 필요로 할 때는 앞장서라’였다. 필자의 아버지 역시 1995년 조모의 묘소 보상금 천만원을 꽃동네에 기증하고 2004년에는 가지고 계시던 귀한 자료를 규장각의 후신인 서울대 규장각에 기증했다. 인터넷에 ‘윤중섭 서울대’를 검색하면 관련 기사가 나온다. 필자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자원봉사(그림 9)는 물론 매년 학생들, 기업들과 연탄 봉사활동(그림 10)을 이어오고 있다. 또, 가수 인순이씨가 만든 다문화 가정을 위한 대안학교 해밀학교 이사(그림 11)를 맡고 있다. 미천한 필자에게 이런 기고 기회를 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감사를 드리면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필자의 곁을 떠나실 때 많은 꽃다발 속에서 외롭지 않게 돌아가시게 해주신 의료기기업체 지인들께도 이 글을 통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 

왼쪽부터 그림9, 그림10, 그림11

대학 교수는 교육과 연구활동이 중요하지만 사회에 봉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료기기 업체분들께서도 소외된 분들을 위해 나눔의 기회를 찾길 바란다. 대한민국 의료기기산업이 세계에 우뚝서는 그날까지 모두 모두 손잡고 그날을 위해 같이 뛰어갑시다.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필자에게 의료기기 국제적 마인드를 갖게 하여 주신 포항대 총장을 지내신 김용민교수님과 일본 의료기기업계와 연관을 갖을 기회를 만들어 주신 건국대 이철규교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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