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14화

■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14화

"When you hear my heartbeat baby"
200J만큼 강렬한 심장충격기 이야기 - Part 2

▲ 임 수 섭
LSM 인증 교육원 대표
의료기기 법정 품질책임자
RA 자격증 교육 강사

심장충격기 관련해 두 번째로 중요한 의료기기 규정은 '선한 사마리아인 법(또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다. 이미 선진국에 적용되고 있는 이 법은 우리나라에서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로 제정돼 있다. 여기서 착한 사마리아인이란 성경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관해 설명하면 예수님께 한 율법학자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이웃을 사랑하라 했는데, 이웃이 과연 누구냐?"라고 물었다. 이때 예수님은 강도당한 유대인이 빈사 상태로 길바닥에 쓰러졌는데 교리에 정통한 유대교 사제나 레위인은 그냥 지나갔다. 하지만 그들이 멸시하는 이교도인 사마리아인은 상인을 응급처치하고 돈을 들여 여관에 묵게 했으며 이후에 비용이 더 들면 자신이 갚아주겠다고 했다는 예화를 들면서 '이 셋 중 누가 상인의 이웃이냐'고 반문하시며, 이웃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셨다. 이를 법에 적용한 것이 '선한 사마리아인 법'인데 사람을 살리는 것에 대해 법적 의무는 없지만, 도덕적 차원에서 인간이 해야 할 일을 규정한 것이다.

이런 법의 취지가 가장 잘 적용된 것이 심장충격기에 대한 설치 규정으로 과거와 달리 공공장소에 이 의료기기가 비치된 이유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이용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과 같은 장소에 자동심장제세동기를 설치함으로써, 응급환자에게 처치하려고 2008년에 제정된 ‘선한 사마리아인법' 덕분이다. 이로 인해 메디아나, 씨유메디칼시스템, 나눔테크, 라디안큐바이오 같은 국내 의료기기 회사가 큰 성과를 거둔다. 이는 국민보건과 안전을 향상시키면서도 의료기기 산업을 발전시킨 좋은 입법 사례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선의의 응급의료제공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응급환자에게 상해의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이에 대한 형사책임이 '면제'되며, 사망의 결과에 대해 형사책임이 '감면'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완전 면책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 정도이고,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에는 형사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응급행위를 하려는 선의가 망설여지거나 제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선의의 응급의료제공자임이 확인될 경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응급치료 행위의 결과에 대한 형사책임이 면책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료 된다.

심장충격기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다뤄야 할 의료기기 규정은 바로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규정'이다. 이 규정은 '인체에 1년 이상 삽입되는 의료기기'와 '생명 유지용 의료기기 중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사용이 가능한 의료기기'에 대해서 그 소재와 이력에 대한 파악을 강제화한 것이다. 이런 의료기기의 대표적인 예가 '인체에 1년 이상 삽입되는 의료기기'의 경우, 이식형 심장 박동기, 인공심장 판막, 전동식 이식형 의약품주입펌프, 실리콘겔인공유방, 심리 치료나 통증 완화를 위한 이식형 전기자극장치, 특수재질의 인공관절 및 인공혈관 등이 있고, '생명 유지용 의료기기 중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사용이 가능한 의료기기'의 경우, 인공호흡기, 호흡감시기와 심장충격기가 있다. 특히 심장충격기는 이식형일 경우는 '인체에 1년 이상 삽입되는 의료기기'로, 체외 사용용일 경우는 '생명 유지용 의료기기 중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사용이 가능한 의료기기'로 각각 분류되기 때문에 심장충격기만큼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규정에 가장 확실하게 적용되는 의료기기도 드물 것이다. 이런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규정이 적용될 경우, 그 제품의 허가증, 첨부 문서 등에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라고 표시를 해야 하고, 제조·수입·판매에 대한 기록과 자료(모델명, 제조번호, 판매처, 관련 행위 발생일자 등)를 식약처장에게 매월 다음 달 말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식약처가 심장충격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이유는 이것에 결함이 있거나 오남용될 때의 위해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고, 이런 특성은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양념처럼 언급되기도 한다. 영화 '지.아이.조 2(G.I. Joe: Retaliation)'에서는 '스톰 쉐도우(단언컨대, 성공한 배우 이병헌)'가 코브라 커맨더를 탈옥시키기 위해 감옥에 자진해서 들어간 뒤, 닌자의 능력으로 일부러 심장박동을 멈춘 후 그를 살려내기 위해 모여든 교도관들을 몰살해 버리자, 다른 교도관이 스톰 쉐도우가 밟고 있는 물웅덩이에 심장충격기를 갖다 대어서 그를 감전시켜 쓰러뜨리는 장면으로 심장충격기의 전기적 위험성을 잘 표현했다.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블록버스터의 대가이자, 떡밥 낚시의 제왕 J.J. 에이브럼스가 감독하고, 영원한 톰 형, 톰 크루즈가 주연 및 제작을 맡은 ‘미션 임파서블 3’가 있다.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머리에 든 폭탄을 제거하기 위해 고의로 자신에게 전기충격을 가해 그 폭탄을 무력화시키고 그 부작용으로 심장마비가 되는데, 그의 아내(미셸 모나한)가 심폐소생술을 해서 그를 살려내는 장면을 통해 전기 감전으로 인한 심정지(일반적으로 100mA 이상일 때)부터 심폐소생술까지 심정지 관련된 의료 상황을 흥미롭게 묘사했다.

"When you hear my heartbeat baby(네가 내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때).
You gave me a new life, you gave me a new birth(넌 내게 새 삶을 주었지. 난 새로 태어났어).
I feel you're heartbeat away(나 저 멀리 너의 심장박동을 느껴).
I been losing my mind. I been craving my shine(나 정신을 잃었었지. 내가 빛나길 갈망하며)"

이 문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음악 시장을 석권한 최강의 보이그룹인 BTS의 Heatbeat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이것만큼 심장충격기의 효능과 가치를 감성적으로 잘 표현한 문장도 없을 것이다. BTS가 지금 전 세계 팬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고, 우리나라 심장충격기 의료기기 회사가 전 세계 환자들의 심장을 다시 살렸듯이, 대한민국 의료기기 산업계의 심장이 코로나19와 경기불황 등으로 인한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역동적으로 박동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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