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품 개발·미래의료 선점·의료복지 구현·의료기기 사업화 지원

■ 정부의 의료기기산업 R&D 정책

"범부처 의료기기 R&D 1.2조원, 산업계 성장 기회"
글로벌 제품 개발·미래의료 선점·의료복지 구현·의료기기 사업화 지원

▲ 박 지 훈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의료기기PD

작년 5월 충북 오송에서 바이오와 의 료기기 담당 부처인 산업부, 과기부, 복 지부, 식약처는 사람중심 혁신성장 실 현을 위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국내 바이오헬스 기업인 등이 모인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서 ‘건강하게 오래 사 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산업 의 지속성장을 뒷받침할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업계 현 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최고기술 국인 미국 대비 78%에 불과한 기술력 에도 불구하고, 국내 10대 제약기업의 R&D 비용을 모두 합해도 연간 13조 원을 투자하는 세계 1위 기업 로슈 연 구비의 8%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래서 국내 제약기업은 해외 임상을 위한 자금력 부족으로 신약개발의 완성 보다는 중간단계 기술 수출만으로도 큰 성공으로 자부하는 것이 현실이다. 의 료기기의 경우에는 더 부족해서, 국내 상장사의 모든 연구개발 투자비를 합해 도 2천 1백억원 수준으로 세계 1위 기 업으로 연간 2조 5천억원을 투자하는 메드트로닉의 약 9%에 불과하다.

연구비 부족과 함께 바이오헬스산업 현장에서 토로하는 큰 어려움은 단연 인허가 과정이다. 일반 공산품과 달리 연구개발, 원료조달이나 공정단계부터 엄격한 관리와 인증이 요구된다. 단순 한 성능평가가 아니라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실제와 거의 동일한 환경에서 검증해야 한다. 여기에는 최대 수년에 달하는 추가적인 기간과 제품개발비에 버금가는 비용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국민의 안전과 국제 조화를 모두 고려 해야 하는 규제 당국으로서는 규제를 무한정 풀어줄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규제완화와 함께 바이오헬스 기업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사업화까 지의 지난한 길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 을 길러주는 것이다. 기업이 신기술, 신 제품이라는 무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 는 가장 직접적인 정책수단은 연구개발 자금 지원이다.

정부, 2025년까지 R&D 자금 4조원 투입

문재인 대통령은 자금이 없어서 기 술 개발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 R&D를 2025년까지 연간 4조 원 이 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자금의 양적 증 대를 뒷받침할 정교한 투자 전략이 병 행돼야 한다.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 산업에 동일한 방식으로 연구 개발 자금을 지원해온 그간의 정부지 원R&D 방식을 답습할 수는 없는 시점이다.

그래서 범부처의료기기연구개발사 업(이하 범부처사업) 설계의 첫 시작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었다. 부처별로 R&D지원 단계가 구분돼 있어서 단계 별 성과가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 고 사장되는 투자의 비효율성 발생했 고, 부처별 R&D 사업 간 유기적 연계 없이 사업별로 원천기술개발 과제와 제 품화 과제 등이 산발적으로 지원되어 중복지원 영역도 피할 수 없었다. 한 부 처에서 이미 실패한 품목을 타 부처에 서 다시 지원하거나, 동일연구자가 유 사한 연구주제로 ‘부처맞춤형’ 과제를 양산하는 등 국가 재정지원 효율성이 하락한다는 뼈아픈 지적도 많았다. 무 엇보다 의료기기를 개발했으나 인허 가·보험 등재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 으로 시장 출시지연 또는 포기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4개 부 처가 협력해 단일사업체계를 구성했 고, 부처별 역할 분담보다는 부처가 힘 을 하나로 모으는 방식을 선택했다. 특 정 부처 연구개발전문기관에 종속되지 않도록 독립적인 사업단을 설립해 연구 개발뿐만 아니라 의료기기의 사업화 과 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 을 부여할 계획이다.

범부처 사업은 크게 4개 연구개발 영 역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글로벌 제품개발’이다. 시 장수요가 높은 현존 의료기기 중 우리 기업이 제조역량과 강점을 보유한 품목 의 고도화를 지원하고, 국산제품의 경쟁 력이 낮아 수입의존도가 높은 분야의 국 산화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치과, 초음파, X선, 레이저, 체외진단 등 국내 주력분야 제품과 스텐트, 정형외과 용 의료기기, 분자영상기기 등 수입량이 많은 의료기기가 지원 대상이다.

두 번째인 ‘미래의료선도’는 범부처 사업이 끝나는 6년 후의 의료현장에 대 한 예측을 바탕으로 혁신적 융복합 의 료기기를 조기에 개발해서 글로벌 태동 기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다. 여기서는 특정 품목이나 진료과를 지원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고, 인공지 능, 가상증강현실(AR/VR), 사물인터 넷(IoT),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의료기기에 접목돼서 활용될 수 있는 상상력의 마당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원대상도 초연결 지능화 의료기기, 정밀치료 로봇, 생체재료·바이오 소 재 의료기기 등으로 설정해서 기반기술 과 원천기술을 폭넓게 확보하되 조기에 사업화할 수 있는 제품화 개발연구도 병행할 계획이다.

세 번째인 ‘의료복지구현’은 고령화 에 따른 의료비용 부담 급증을 극복하 고 의료 소외층을 배려하기 위한 의료 기기 개발로 복지 구현 및 사회문제 해 결이라는 큰 소명을 바탕으로 구성됐 다. 여기에는 장애인과 고령자의 재활 과 치료를 돕는 의료기기와 의료정보연 결망도 함께 구현된다.

마지막 네 번째는 ‘사업화 지원’이다. 특정한 의료기기를 개발한다기보다는 기존에 산업부가 지원해온 시험평가, 복지부의 임상지원, 식약처의 가이드 라인개발 등을 모두 모아서 의료기기가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각종 지원책을 운영할 계획이다.

범부처 사업의 성패는 다양한 연구개 발 성과를 모아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데 있다. 과거 의료기기 분야 연구개발 과제는 계획한 개발목표는 달성했지만 인허가 방법이 없거나, 임상적으로 적 용이 어려워 사업화까지 이어지지 못하 는 사례가 많았다. 현재는 이를 보완하 기 위해 과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병원 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인허가, 임상시 험, 보험등재, 수출전략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사업 화 적용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는 경 우는 연구 과제를 조기에 중단하고 새 로운 연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연 착륙 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는 병원에게 책임성을 부여하 기 위해 과제가 종료된 이후에는 병원 의 구매실적을 평가에 반영하거나, 더 나아가 대형병원을 의료기기 평가센터 로 지정해서 국산의료기기 성능 개선을 지원하고, 과제의 성과를 포함한 국산 의료기기 사용실적을 공공의료기관 평 가 및 국가 R&D 참여 가점에 반영하는 등 다각적인 사용 촉진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바이오헬스, 차세대 3대 유망 산업 분야

이미 바이오 분야는 매출 1조원 이상 의 선도기업이 여럿 탄생했다. 기술력 과 도전정신을 보유한 유망 바이오벤처 들이 속속 등장하고 이를 위한 투자자 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의료기기 분 야는 글로벌 지배기업이 없는 인공지능 진단기기나 융복합 의료기기에서 새로 운 시장이 형성되고, 작년에 통과된 혁 신의료기기법을 통해 성장의 작은 기반 이 마련됐다. 병원에게도 혁신연구거 점의 기능뿐 아니라 의료기술협력단이 나 기술지주회사 설립 등을 통해 산업 의 중추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가고 있다.

정부는 바이오헬스를 차세대 3대 주 력산업 분야로 설정하고 비메모리 반도 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중점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 산업 육성을 위한 다방 면의 규제완화도 예고했다. 일반 국민 에게도 바이오헬스가 유망산업으로 확 고하게 인식되고 우수한 인재가 속속 참 여하기 시작했다. 지금이 곧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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