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관리 시행령 개정, 인허가 절차 강화돼

"베트남, 의료기기시장 연 18% 이상 성장, 기회 잡아야"
의료기기관리 시행령 개정, 인허가 절차 강화돼

▲ 김 유 호
베이커맥킨지 로펌
베트남 법무부 등록
외국 변호사

한때 동남아로 은퇴 이민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도 동남아로 은퇴 이민에 관심을 가지고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등 은퇴 후 살 만한 나라가 어디일까 알아본 적이 있다. 현재까지 베트남에서 10여 년을 살면서 베트남이 은퇴 후 살기에 꽤 괜찮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10곳도 안 됐던 하노이의 한국 식당도 이제는 한인들이 많이 사는 미딩 지역에만 100여 곳이 생겼고, 온라인 쇼핑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고, 커피 한잔도 아무 때나 스마트폰으로 주문해 마실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베트남을 은퇴 이민지로 추천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의료시설' 때문이다. 심각하게 아플 때는 한국에 가면 된다고 하지만,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관계자에 따르면 비행기를 탈 수 있다면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정도로 심각하게 아픈 것은 아니라고 한다. 베트남에서 살면서 아플 때는 어쩔 수 없이 베트남에서 치료를 받지만 오래된 의료기기를 보며 내심 매우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불안함 때문에 위가 아팠지만 한국에 갈 때 위내시경을 하려고 기다렸다가 통증이 너무 심해져 어쩔 수 없이 베트남에서 위내시경을 받은 적이 있다. 베트남에서는 좋은 병원에 속하는 곳이었음에도 커튼으로 구분도 하지 않은 채 한 방에 놓여 있는 여러 개의 철제 침대 위에는 내시경이 끝나고 침을 흘리며 자는 사람, 내시경을 받는 사람, 누워서 대기 중인 사람이 뒤엉켜 있었다. 한국에서는 위내시경 정도는 비수면으로 했는데, 굵은 호스에 낡은 내시경 기계를 보고는 수면내시경을 선택하고 몇 번이나 의사에게 안전한 것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

최근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7% 정도로 높은 편이다.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은 연 18~20% 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베트남에서 자체 생산이 가능한 것은 거즈, 주삿바늘, 핀셋 등의 의료 소모품과 간단한 수술 도구 정도뿐이고, 90% 이상의 의료기기를 수입한다. 의료 소모품과 간단한 수술 도구의 제조 분야는 이미 베트남과 중국 업체가 많이 진출한 상태다. 따라서 한국 업체는 X-ray,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 기구, 초음파 기기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의료기기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 베트남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미용과 성형에도 관심이 커져 고급 미용·성형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도 증가 추세이다.

▲ 베트남 의료기기시장 현황

[출처: British Business Group Vietnam https://bbgv.org/business-center/knowledge/sector-reports-knowledge/healthcare-vietnam-2019/]

베트남 의료기기 관련 규제

의료기기 관리에 대한 시행령 36(Decree 36/2016/ND-CP)을 개정하는 시행령 169(169/2018/ND-CP)가 2018년 12월 31일부터 발효되면서, 베트남의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가 더욱 강화됐다. 베트남 자체 분류 제도에 의거, 의료기기의 위험도에 따라 그룹 1-A(저위험), 그룹 2-B(저·중 위험)~D(고위험) 등급으로 분류하고, 모든 의료기기는 반드시 시판허가권(Marketing Authorization License)을 취득하도록 했다. 또, 베트남에 수출하는 기업을 위해 (i)미국, EU, 일본, 캐나다, 호주 중 2개국에서 유통이 된 의료기기와 (ii)2018년 12월 31일 전에 유통되던 의료기기 중에서, 5년 중 3년 이상 실제 유통되고,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경고를 받지 않은 의료기기는 30일의 ‘빠른 등록 (Fast Track Approval)’제도를 이용해 의료기기의 수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A등급의 의료기기 수입을 위한 자유 판매 증명서(Certificate of Free Sales)가 추가됐고, 2020년 7월 1일부터 B~D등급의 의료기기와 관련해서는 아세안 공통 제출서류 서식(Common Submission Dossier Template)이 추가 된다.

한국 의료기기 업체의 베트남 진출 기회

한국 의료기기를 판매할 수 있는 곳은 베트남의 군 병원, 보건센터, 국영·민간 종합병원, 의료연구·교육기관 등이 있다. 또, 어린이병원, 암치료병원, 전염병과열대성 질환 치료병원 등 전문 병원이 있지만 보유한 의료기기가 매우 열악하고 의약품도 부족한 상태이다. 일례로 필자가 아프리카에 가기 전에 베트남에서 황열병 예방 접종을 하려고 여러 곳의 병원을 방문했으나 약을 구비한 곳이 없어서 결국 한국에서 예방접종을 해야 했다.

한국 의료기기를 베트남에 판매하고자 한다면, 베트남에서 열리는 의료기기 관련 세미나와 전시회에 참여해 자사의 의료기기를 홍보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 100% 입찰을 통해야만 하는 국영 병원보다는 우선 개인·민간·전문 병원 의사를 공략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을 것 같다.

또한 베트남의 젊은 노동력, 그리고 한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 때문에 베트남에서 의료기기를 제조하려는 한국 의료기기 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베트남에서 생산 가능한 의료기기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 없는 단순한 제품뿐이어서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의료기기를 제조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의료기기 제조는 이미 숙련된 인력을 보유한 의료기기 제조업체를 인수하거나 그 제조업체에 임가공을 맡겨 베트남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베트남은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의료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베트남에 의료기기 제조와 판매 법인을 설립하면서 병원도 함께 설립하려는 한국 의료기기 회사도 있다. 베트남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의료법인 설립 절차는 (1)투자등록증(IRC)과 법인등록증(ERC) 발급, (2)의료기관 운영허가 취득, (3)의료인 자격인정(또는 베트남 의사나 이미 등록을 마친 외국인 의사를 고용해도 됨)이다.

베트남에 이미 진출한 일부 한국 의료기기 업체 중에서 베트남에 의료기기를 판매한 후 고장 수리나 사용 방법 교육 등의 베트남 현지 AS가 미흡하거나 샘플과 실제 배달된 제품 간의 품질 차이가 발생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 의료기기 업체의 베트남 진출 기회를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한국 의료기기는 합리적인 가격과 가성비 있는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베트남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베트남이 한국 의료기기 업체의 새로운 큰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

*상기 내용은 베이커 맥킨지 로펌의 공식적인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 베트남 보건부(MoH) 웹사이트에 게시된 인증서

https://dmec.moh.gov.vn/cong-khai-phan-loai-ttbyt

▲ 필자가 어린이병원에서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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