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로봇·AI 도입으로 환자의 삶 변화, 신 의료기기 생태계 전망

■ KMDIA 일본 도쿄 의료기기 전시회(Medical Japan Tokyo 2019) 참관기(2019.10.23~25)

“의료기기, 4차산업혁명의 파도에 올라타다
클라우드·로봇·AI 도입으로 환자의 삶 변화, 신 의료기기 생태계 전망

▲ 김 익 현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공정경쟁관리팀

지난 2019년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일본 도쿄의 마쿠하리 멧세에서 '2019 일본 도쿄 의료기기 전시회(Medical Japan Tokyo 2019)'가 열렸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한국관을 운영하며, 대한민국 의료기기를 일본과 세계에 알렸다.

금번 전시회를 참관하며 필자가 본 의료기기는 더이상 의료기관 내 진단과 치료에 머물러 있지 않았고 △클라우드 시스템 △로봇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과 만나 의료기관 밖으로 나와 실생활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전시회 중 진행되는 강연 및 전시회 구성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RemoCare’라는 명칭으로 환자와 보건의료인의 거리를 줄이는 온라인 메디칼 케어에 대한 강연 등 4차산업과 접목된 의료기기에 관한 다양한 강연들이 진행됐다. 또한 의료 IT 관련 박람회를 함께 개최해 의료기기산업과 정보산업의 융합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연평균 성장률(2011~2017년)이 18%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의료기기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 관련 강의 등 시장 확장을 위한 강의도 함께 진행됐다.

이제 전시회 속에서 의료기기와 4차산업혁명의 만남으로 새롭게 구축될 실질적 생태계에 관해 이야기하겠다.

첫 번째, 시스템을 보유하는 것이 아닌 필요할 때 이용하기 위해 구축하는 데이터의 집합체인 클라우드 시스템을 혈압계 등 진단용 의료기기에서 만날 수 있었다. 국내에서 혈압계로 많이 알려진 '오므론'은 환자가 측정한 혈압 등 진단정보를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고, 이를 보건의료인에게 전달해 환자의 상태를 알리고 진단할 뿐만 아니라 환자 위치 알림, 증상에 따른 실시간 상담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었다.

더불어 타 부스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한 일본 내에서 국민적 사용률을 자랑하는 메신저인 '라인(LINE)'을 활용한 정보 공유 시스템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러한 서비스는 고령화, 1인 가족 증가 등 변해버린 현대 가족상에 알맞은 서비스로 많은 참관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었다.

의료 데이터 클라우드의 대중화가 시사하는 것은 기존 의료기관에서 가지고 있던 의료정보를 클라우드를 통해 환자와 업체에서 보관함으로써 환자에게 의료주권이 열릴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환자가 병원을 옮겼을 경우 추가적인 검사를 받을 필요 없이, 기존 정보를 활용해 효율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가 오용되지 않도록 제도와 더불어 환자와 보건의료인의 의식 수준도 성장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콘텐츠는 로봇이다. 업무상 많이 접할 수 있던 로봇 의료기기는 수술실에서 사용되는 '로봇 수술기'였다. 하지만 전시장에서 만난 로봇은 실생활, 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이었다. 먼저, 국내에서 자동차 메이커로 잘 알려진 '혼다'의 보행 재활 장비로, 뇌졸중이나 교통사고 등 불의의 사고로 보행이 어려운 환자의 재활을 돕는 장비가 있었다.

국내에서 의료재활용 웨어러블 로봇이 처음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것은 2018년이다. 당시 엑소아틀레트아시아의 '이에이엠(EAM)'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인증을 완료했다. 그동안 고정된 형태의 재활치료장비가 국내에서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사례는 있었지만, 웨어러블 로봇까지 승인된 것은 EAM이 처음이었다. 이로써 국내에서도 로봇 의료기기가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2018년 연세세브란스병원에서 재활로봇센터를 개소했으며, 기아자동차는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보행 재활장비를 개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흐름을 보았을 때, 오는 2020년 길거리에서 로봇 의료기기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 콘텐츠는 인공지능(AI)이다. 전시회 속 인공지능은 소프트뱅크의 인공지능 자율주행 청소로봇 '위즈(WHIZ)'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관에서도 AI를 접목한 의료기기를 만날 수 있었다. 제이엘케이인스펙션(대표 김동민·김원태)이라는 업체로 이번 전시회에서 AI를 활용해 뇌·폐 CT 영상, MRI 영상 등을 분석하고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해주는 제품을 선보였다.

전시회에는 참가하지 않았으나, 국내에서 개발한 AI 기반 의료기기 중 최초 허가받은 제품은 뷰노(대표 이예하)의 의료영상 분석장치 소프트웨어인 '뷰노메드 본에이지'가 있다. AI가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환자의 뼈 나이를 제시하고 의사가 제공된 정보를 활용해 성조숙증 등을 진단하는 기기다.

AI는 우리에게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에 대해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일각에서는 AI 도입과 함께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입지가 적어질 거라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AI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우리를 좀 더 편하고 부유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인간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제시한 기기들과 같이 진단에 있어 보건의료인에게 더 많은 진단정보를 제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는 포부와 함께 신(新)국가전략을 발표했고, 국회에 제출된 2020년 예산안에 AI를 포함한 데이터 등 관련 예산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액(1.1조 원→1.7조 원)되는 등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부 방향에 맞춰 국내 AI 의료기기시장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필자는 협회에서 공정경쟁관리팀 소속으로 의료기기업계의 투명한 유통구조 구축을 위한 공정경쟁규약 운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시회 참관을 통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사회, 4차산업시대가 의료기기업계에도 도래했으며, 이에 발맞춰 업계의 윤리의식, 질서 규범 정립을 위한 공정경쟁규약 및 관련 업무도 함께 성장해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4차산업혁명과 의료기기산업에서 협회와 정부, 모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 대한민국이 두 가지 모두를 이끌어 나갈 수 있길 바라며, 어쩐지 공상과학 영화 속 세상이 멀지 않음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미묘한 기분으로 글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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