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2회

■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2회

"Heal The Michael Jackson"

▲ 임 수 섭
LSM 인증교육원 대표

세계 최고의 팝 아티스트는?
싸이가 불가능이라 여겼던 빌보드 차트를 뒤흔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작년에는 방탄소년단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팝 시장을 정복했다. 최근 1년만 따진다면 세계 가요 시장의 대세 중 하나는 단연 방탄소년단이다. 그렇다면 세계 팝 역사상 최고의 가수는 누구일까? 대중적 인기와 유지 기간, 음악 성과, 음반 판매량, 차트 성적, 팝 역사적 의의 그리고 사회, 문화 영향력까지 반영하면 프랭크 시내트라,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마이클 잭슨 그리고 마돈나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안타깝게도 우리의 '퀸'은 여기에 못 들어간다).

그중 음악적 성과가 약한 프랭크 시내트라와 미국에 국한된 엘비스 프레슬리를 빼면 세 명으로 압축된다. 여기서 음반 판매량과 음악적 성과를 까다롭게 적용하면 마돈나도 탈락이다. 이제 남은 것은 비틀스와 마이클 잭슨. 각자 장점과 성과가 극명히 차이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하겠다.

마이클 잭슨과 실리콘 보형물
이번 의료기기 이야기는 실리콘 보형물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남은 둘 중 마이클 잭슨에 대해서 더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팝의 황제라는 그에게만 허용된 별칭을 제외하고 그에 대해 가장 자주 화자 되는 말이 바로 성형이다.

대중의 편견과 달리 그는 성형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가 성형 중독자처럼 보인 이유는 피부가 하얗게 변하는 백반병을 앓았고, 40대 이후 스트레스와 채식과 소식의 성향에 따른 체중 감소 그리고 노화에 따른 피부 탄력도 저하 등에 의한 외모 변화 때문이다. 그는 코 성형을 목적으로 하는 수술은 단 2번 받았다고 한다. 첫 번째 수술은 어린 시절 외모에 대한 아버지의 비하에 따른 콤플렉스로 인해, 두 번째 수술은 춤 연습 중 넘어져서 기존 수술 부위가 망가지는 바람에 한 것이었다.

그의 코 성형에 사용된 것이 실리콘으로 국내외에서 의료기기로 관리된다. 우리나라의 정식 품목명은 '고형이식의료용실리콘재료'로 성형 및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실리콘 재료이고, 이식형의 단단한 재료로 정의되며, 중등도의 위해도로 인해 3등급으로 분류된다.

액상 타입일 경우, 변질과 인체 흡수 가능성이 높음을 고려해 4등급으로 격상된다. 실리콘은 규소와 산소의 결합을 포함한 중합체 중에서 폴리실록세인(polysiloxane) 계열의 화합물을 말한다. 이것은 화학적으로 안정돼 반응성과 생체 독성이 거의 없다. 이로 인해 생활용품이나 각종 산업 목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탄성과 촉감이 인체와 비슷해서 코와 유방 성형 같은 보형물로도 사용된다.

실리콘 보형물의 부작용
하지만 부작용도 없지는 않다. 실리콘을 넣으면 피부가 늘어나면서 얇아지는데 마치 풍선에 공기를 많이 넣으면 풍선이 얇아지고 탄력을 잃는 것과 비슷하고, 이것이 심하면 실리콘 돌출과 피부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부작용으로는 염증과 피부 거부 반응을 들 수 있다.

실리콘 보형물 의료기기에 대한 법적 요구사항
이런 점 때문에 실리콘이 의료기기가 되기 위해서는 복잡다단한 허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인체에 대한 독성과 거부 반응을 확인하는 세포독성 시험, 감작성 시험, 피내반응시험, 급성독성시험, 아급성독성시험, 이식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때에 따라 만성독성시험과 발암성시험도 받아야 한다.

그 외에 탄성, 강도 등 물리, 화학적 시험과 성능 시험도 합격해야 한다. 또한 제품의 외관, 색상, 치수, 중량, 기능 등에 대한 근거 자료와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 COA(Certificate Of Analysis) 등 물질 안전과 성분 자료까지 제출해야 제품(품목)에 대한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당 제품이 무균 상태로 멸균이 돼야 하고, 이런 상태가 제품의 유통기한 동안 유지되도록 포장의 밀폐성과 내구성이 확보돼야 한다. 또한, 제품이 유효기한(포장 및 멸균유지 유효기한 포함) 동안 변질이나 품질 저하가 없는 것도 증명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제품 자체에 대한 요구 사항이라면 제품 제조 과정과 설비에 대한 요구사항은 별개로 적용된다. 즉, 제품의 제조는 세균과 먼지 같은 이물질이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되는 청정실에 이뤄져야 하고, 제품의 가공 과정에 생성된 잔여물이나 이물질이 제품에서 제거돼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통과해야 비로소 인체 이식용 실리콘이 될 수 있다.

'오해' 받지 않을 '신뢰'의 중요성
다시 마이클 잭슨으로 돌아가자.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 했던가? 그의 영광의 시대가 찬란하고 길었던 것만큼, 고난의 기간도 그 못지않았다. 힘들었던 그의 삶을 통해 의료기기와 관련된 교훈을 찾는다면 두 가지가 떠오른다. 그 첫 번째가 아무리 안전하고 성능이 좋다 하더라도 가장 좋은 보형물은 실리콘 같은 인공물이 아닌 자연물, 즉 신과 부모님이 주신 뼈(연골)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마이클 잭슨의 귀가 40대 이후 바뀐 것도 코 재수술을 위해 그의 귓속 연골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두 번째로 그를 낙심케 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코 수술의 부작용도 아니고, 천형 같았던 백반병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언론의 거짓 뉴스와 이로 인한 대중의 오해와 편견 때문일지도 모른다.

생전의 그는 그에 대한 루머에 대해 그의 노래와 인터뷰로 항변했지만 공감을 많이 얻지는 못했다. 만시지탄이라고 할까. 그의 사망 후에야 그런 오해와 억측이 풀렸다. 이처럼 진실을 바로 알리는 것과 상대가 이를 신뢰하게 만드는 것만큼 누군가를 살리고 융성하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 의료기기 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 이는 의료기기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 업계는 의료기기 규정을 어기거나 기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준수하고, 소비자 관점에서 제품을 개발, 생산함으로써 규제 당국과 소비자로부터 신뢰와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의료기기의 화양연화가 열리고 이것이 지속하게 만드는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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