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의료 혁신’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배성윤 옮김

파괴적 의료 혁신(Innovator’s Prescription)

 
▲ 파괴적 의료 혁신/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배성윤 옮김/
㈜청년의사/2010년

오랜만에 어깨가 아파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물리 치료 후 나왔다. 마지막에 진료비를 지불하며 동일 증상에 대하여 이전에 낸 금액과 비교한다. 그리고 과거 진료와 지금의 진료를 양적으로 비교하고 시간이 지난 후 질적 비교를 한다. 개인적 경험은 이후 나의 병원에 대한 선택의 근거가 되며 질적 효과에 대한 환자간 비교는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일반인들은 병원비가 비싸다고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 의료비가 세계적으로 낮다고 하며, 의사 단체는 저수가로 인하여 경영상의 문제에 항상 봉착 하고 있다고 한다. 모두가 틀린 주장을 펴는 것일까? 정답은 모두 틀린 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환자가 느끼는 병원비가 비싸다는 것은 비급여진료, 특진비, 병실료 등이 포함되어 실재 지불 비용이 높다는 것이고 개별 고시 수가로 비교를 하는 정부는 OECD에 비하여 결코 높지 않은 수가를 책정하고 있으며, 병원의 운영자는 정부가 정한 수가로는 적자 구조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어떨까? 불행히도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지만 최악의 시스템으로 평가 받고 있다. 70년대 국내 총생산의 7%에 불과한 의료비가 2007년 기준 16%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지출이 늘어났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시장이 늘었다는 것이고 특성상 국민의 건강이 증진됐다는 의미. 지난 35년간 미국의 전체 소비지출은 7.2% 증가한 반면 의료비는 9.8% 증가했다고 한다.

문제는 가격이 증가함에 따라 의료혜택의 소외계층이 생겨나게 되고 의료보험료는 급격히 증가할 것이며 일부 정부의 공적부조로 운영되는 보험의 경우 곧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비싼 의료비는 중산층 조차도 적기에 병원을 가는 것을 주저하게 하며 결국 국가 예산의 많은 부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미국은 행위별 수가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제기 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기본은 서비스를 늘려야 수익이 증가하는 것이며 이 고리를 끊지 않을 경우 결국 모두가 감당치 못하는 상황에 오게 된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이 책에서는 담고 있다. 저자는 비행기나 프린터 컴퓨터 등이 처음에는 고가 구조로 인하여 일부 부유층만의 전유물이었지만 어느 시점에 가서는 산업이 변화를 겪게 되고 결국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낮아져 많은 이들이 이용 할 수 있게 되었듯이 보건의료 역시 같은 변화의 과정을 통하여 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과정으로 우선 기술적 촉진 요인으로서 과학의 발달은 환자 치료의 직관적 방법에서 경험이나 근거 중심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이를 통하여 진단과 치료가 표준화 되면 기존의 복잡하고 난해한 치료 과정이 단순화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병원 구조는 1세기 이전 고안된 종합병원과 의사진료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파괴적 혁신을 통한 추진력이 축적 되어야 하며 정보기술의 발달을 통한 특정 공간의 해체, 환자기록의 표준화와 공유 그리고 환자 건강기록의 진화가 이루어 져야 한다는 것이다.

혈관성형술은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 시술을 받을 수 있게 만듦으로써 관상동백질환의 중재적 시술에 변화를 가져 왔다. 외과의만 가능하던 질병이 내과의사에 치료가 가능하게 됐으며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딘계의 약까지 생겨 전체 환자수는 감소 추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진료간호사(Nurse Practitioners)와 의사보조원(Physician Assistants)가 상당수의 진단과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진료의 표준화는 질병에 따른 분업체계를 구축하며 의료접근성에 대한 비용적 장애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의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가치 사슬의 파괴를 통한 정책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보건의료의 비용을 낮추어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것을 위하여 사회 구성원들은 여러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의사에서 발간하였으며 의료기기업계에도 잘 알려진 인제대 배성윤 교수가 번역을 한 도서이다. 저자는 하버스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지금은 고인이신 제롬 H. 그로스만 그리고 이노싸이트의 수석연구원인 제이슨 황이 공동 집필했으며 2010년 ㈜청년의사에서 초판이 발행 됐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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