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세평 - KMDIA, 김미리 보험위원회 위원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정부의 비급여 전면해소 정책을 바라보는 산업계의 우려

 

▲ 김미리
KMDIA 보험위원회 위원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지난 11월 10일 문재인 케어와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주제로 한 ‘2017 KMDIA 보험위원강화 대책의 방향성과 큰 틀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다.

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은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라는 기치 아래, 2022년까지 총 30.6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의료비 부담에 대한 국가 책임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함으로써 의료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건강보험 보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궁극적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올리겠다는 방향이다.

이 같은 보장성 강화 대책 중산업계가 가장 신경을 집중하는 부분은 단연 비급여의 전면 해소일  것이다. 기존 비급여 항목 중 MRI, 초음파 등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는 2022년까지 모두 급여화를 할 계획이며, 안전성·유효성은 있으나 비용 효과성이 낮은 비급여는 본인 부담률을 차등화하는 예비 급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20% 내외로 추정되는 비급여 비율을 미용·성형 등 치료에 필수적이지 않은 영역 3~4%를 남기고 모두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비급여 항목 또한 신의료기술 평가 개선을 통해 예비 급여로 제도권으로 편입함으로써, 구조적으로 비급여의 추가적인 발생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비급여를 정책적으로 없애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전에 없이 강력하다. 정부가 현재 낮은 수가로 인해 비급여로 수익을 보전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솔직하게 ‘주고받기’를 제안한 데서 그 의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의료계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급여 총액을 전액 급여권으로 이전해, 비급여 급여화로 인한 손실분을 적정수가로의 의료 수가 인상 및 신포괄 수가제 확대 등을 통해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의료계는 불필요한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고도 급여 수가만으로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해지며, 의료의 질 저하 없이 급여권에서의 적정수가 적정진료가 실현될 수 있을으리라 전망한다.

그런데 비급여의 전면 해소를 이야기하면서, 비급여 치료재료를 소비하는 의료기관과의 논의만 있다. 비급여 치료재료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의료기기산업계와의 논의 계획이 분명하지 않다.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수익 보전을 위해 의료계에 대한 적정수가 보상은 언급되는데, 3,863개에 해당하는 비급여 치료재료가 급여화가 되는 산업계의 수익 보전을 위한 적정가격 책정에 대한 언급은 없다.

비급여 치료재료가 급여화가 되면 당장 일차적으로 영향을 받는 부분이 치료재료의 가격일 것인데, 이 ‘가격’으로 치료재료를 공급해야 하는 산업계와는 논의가 정책의 결정과 집행에 있어 당연하지 않은 것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의료기기산업계에서는 이번 비급여의 전면 해소 계획이 반가움보다는 우려로 다가온다. 정부가 정책 마련과 집행에 있어 산업계의 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요구되는 재정 부담을 치료재료 가격 책정과 관련해 의료기기 산업계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실제로 비급여 급여화 이후 의료기관의 수익을 보전해 주는 방안 중의 하나가 치료재료 가격 인하라는 한숨 섞인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과거 경험으로 미루어, 비급여 치료재료가 한꺼번에 급여화되면 건강보험에서 관행 수가의 50% 정도만 인정해 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단순히 손익을 따지는 몇몇 업체의 볼멘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급여화 과정에서 비급여 치료재료 가격이 현행가의 50% 이하로 떨어지면 손익계산은 커녕 시장에서의 존폐를 결정해야 하는 업체들도 분명히 있다.

비급여 급여화로 인해 의료기관에 발생하는 손실분은 수가 인상으로 보상이 된다고 하나, 의료기기산업계는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렇기에 더욱 이번 비급여 전면 해소 논의에 치료재료 공급자인 산업계가 배제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는 그간 의료기기산업계에서 치료재료의 원가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거나, 업계의 수익 보전만을 좇아 무리수를 둔 사례를 들며 산업계의 신뢰도에 물음표를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에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속단으로 비급여 전면 해소와 같은 주요 정책 실현에 있어 의료기기산업계의 목소리에 등 돌리지 않았으면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대책으로써 비급여 전면 해소라는 큰 틀은 정해졌다. 이를 진정 기존 건강보험 보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바른 정책으로 실현하고자 한다면, 현실에 맞는 적절한 형태의 세부안이 마련되고 또 무리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 의료계, 의료기기산업계가 같은 방향을 보고 발을 맞춰 나아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함께 논의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이날 정책포럼에서 손영래 과장은 제도 실행 계획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면 산업계의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 밝히며 산업계의 우려를 덜어 주었다. 이른 시일 내에 이런 소통의 시간을 가져 비급여 전면 해소가 국민과 의료계를 위한, 동시에 산업계도 상생하는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도록 시행 준비 단계부터 정부와 산업계 간 원활한 협력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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