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MDIA 대담인터뷰 - 국제위장관·궤양연구학회 함기백 학회장

■ KMDIA 대담인터뷰 - 국제위장관·궤양연구학회 함기백 학회장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KMDIA, 의료계 명사 대담인터뷰’를 기획, 대한민국 의학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의료계 명사와 대담을 통해 보건의료 현안을 공유하고, 의료와 산업과의 연계 및 협력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호에는 위장관·궤양연구의 성과로 인류건강에 기여가 지대한 ‘국제위장관·궤양연구학회의 함기백 학회장과 KMDIA 김영민 이사(회원지원위원회 부위원장, 지인씨앤티 대표)가 만나 의학연구 및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대한 의미있는 대담을 담았다. <편집자 주>

“위 질환 기초·중개·임상연구 위한 후학 양성에 최선”
철저한 규범하에 연구자와 기업 소통해야, 내년 3월 ICUR 서울 개최

▲ 국제위장관·궤양연구학회의 함기백 학회장과 KMDIA 김영민 이사(지인씨앤티 대표)

국제위장관궤양연구학회(ICUR, International Conference on Ulcer Research)에 대한 소개를?

국제위장관·궤양연구학회(ICUR)는3년마다 열린다. 1977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첫 모임을 시작한 이래로, 캐나다에서 15회차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위염·위궤양 원인균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처음 발견해 2005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배리 마셜(Barry J. Marshall) 박사를 비롯해 3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회는 강력한 위산분비 억제약물은 물론 위장 보호제 약물 개발에 기여하고, 현재는 위·십이지장 궤양 병변부터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대장질환까지 연구하는 학회로 확대됐다.

나아가 다양한 치료약물 개발과 밀접한 국제약리학연합(IUPHAR)과 ICUR은 매년 2~3회 정도 국가별 학술대회를 통해 교류하고 있다. 올해 4월 미국 시카고, 6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10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렸다. 특히, 현재 남녀 80세 이상 고령 인구 증가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NSAID,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의 사용에 따른 위장관 궤양 등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약물개발(GI safer NSAID)에 대한 연구가 성과를 내고 있다. 또, 만성적인 염증 질환과 궤양은 암 발생과도 연관돼 ICUR 학회는 암 예방에까지 활동폭이 넓어지고 있다.

내년 국내에서 제16차 국제위장관·궤양연구학회(ICUR)가 개최되는데?

▲ 국제위장관·궤양연구학회의 함기백 학회장

제16차 ICUR 국제대회는 대한소화기암학회(이사장·송시영 교수)와 공동으로, 2018년 3월 22일부터 사흘간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대회의 학회장으로 한국인이 선출된 건 처음이다. 20년 이상 국제교류 및 국제협력연구를 이어온 성과가 기반이 돼 궤양연구의 석학들이 만장일치로 추천해 이뤄졌다.

세계적으로 궤양연구 및 학회의 3대 축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유럽연구팀, 미국과 캐나다 연구팀, 그리고 일본연구팀이다. 옆 나라 일본만 해도 ICUR를 세 번이나 개최했다. 비교적 연구역사가 짧은 한국이 소화기 궤양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국제학술대회 개최는 어려움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위암, 대장암, 췌장암 등의 소화기암의 예방과 치료를 다루는 대한소화기암학회에서 주도적으로 행사를 주관하며, 학술대회는 ICUR와 소화기암학회가 각각의 주요 주제를 다루고, 두 학회의 통합 세션을 구성될 예정이다.

이번 제16차 ICUR은 송시영 연세대 교수, 최호순 한양대 교수, 전훈재 고려대 교수가 주축으로, 방승민 연세대 교수가 사무총장에 선임돼 준비하고 있다. 학술대회는 약 40명 전후의 외국 석학들이 국내 연구자들과 어울려 ICUR을 빛낼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가 후발주자이지만 국내 소화성 궤양 및 염증성 장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위장관·궤양연구학회(ICUR)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한국인하면 대표질환이 위장병이다. 70년대 경제적으로 어렵고 국가발전이 목표였던 시절, 위장병은 매우 흔했다. 치료제라고는 위산을 일부 중화시킬 수 있는 정도의 노르모산이나 암포젤 밖에 없었다. 위장병 의사는 많았으나 위장병 연구자는 찾아볼 수 없는 게 국내 의료연구의 현실이었다.

1990년 초 일본·미국학회에 초청받아 처음 국제학회에 참석했다. 당시 신세계를 경험했다. 처음 듣는 위장질환 관련 연구를, 위산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약제가 미국, 일본, 유럽에서 개발된 것을 알게 됐다.

한국인의 대표 질환이라는 위장병을 연구하자는 마음의 궐기가 섰다. 위염 및 위궤양에 대한 기초 및 중개연구를 위해 과감히 모교 교수직도 던져 버리고 연구시설을 가질 수 있는 신설 의과대학에서 평생의 연구주제에 매달리게 됐다.

마침 세계적인 ICUR 학회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으면서 본격적인 임상진료와 함께 기초연구를 시작하게 됐고 급기야 2015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제15차 ICUR 대회에서 제16차 대회를 책임지는 대회장(학회자)직을 맡게 됐다.

현재 재직 중인 차병원에서 의학적 성과가 많고 연구팀도 운영하고 있다. 연구 주제와 의학적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중개연구가 주요 주제이다. 연구주제는 대부분이 미충족 임상적 요구(unmet medical needs)에서 시작한다. 즉, 임상에서 필요로 하는 주제에 따라 연구가 기초과학(basic science)까지 이행된다. 이 연구는 바로 T2B(Technology to Business)를 위해 유효성 검증을 거친 후에는 산업화를 시키는 단계에 필요한 임상연구로 이행하는 것이다. 즉, 기초의학연구는 임상 질환에 연관돼 시작하고 반대로 임상으로 응용하기 위한 연구로 이어진다.

실제 예를 들면, 지금부터 5년 전 미국의 하바드대학의 Jing X Kang교수가 오메가3지방산을 만들 수 있는 형질전환 생쥐를 만들어 Nature 지에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우리 연구실과 공동연구를 시행했는데, 오메가3지방산이 유익한 건강기능 식품이지만 소화기질환에 실질적으로 사용이 되도록 하는 연구가 요구됐다.

이를 위해 헬리코박터 감염 연관 위암모델, 대장암 모델, 대장 용종 모델, 진통제에 의한 위장손상 모델에 응용해 무려 5~6편의 우수한 SCI 논문을 발표했다. 향후 지아이메딕스(대표·박용진)와 공동으로 위장관에 안전성을 부여하는 NSAID 약물개발, 위암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그리고 대장선종의 재발을 막기 위한 오메가3지방산 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연구의 대부분이 미충족 의료수요에 기반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더불어 대표적인 공동협력 임상연구로는 한국에 흔한 헬리코박터 필로리감염으로 인한 위암 발생을 억제하는 김치 개발(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연구과제)를 CJ푸드연구소와 진행하고 임상 진입을 목표하는 다수의 연구가 있다.

소화기내과 의학자로서 천착하는 연구의 최종 목표는?

한국인의 위장병을 고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해보아야겠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시작한 위 질환 전공이 다행스럽게도 몇 개의 약물개발과 논문 발표, 그리고 국제적 명성을 얻었지만 진정한 성과는 미흡하다. 연구자로서 전 세계 위장질환의 선두가 돼 보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현재의 최선은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기초 및 중개연구가 가능한 이학박사(PhD) 교수를 양성하고, 한편으로 임상연구와 중개연구가 가능한 의학박사(MD) 교수를 키우는 것이다. 아울러, 산업적 성과를 이뤄 국가에 보답하고픈 마음이다.

▲ KMDIA 김영민 이사(지인씨앤티 대표)

위 질환 검사 및 치료에 있어 의학 장비·치료재료의 발전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업계에 고견을 주다면?

중개연구자로서 최첨단 내시경 기기를 만들고 싶은 열망에 기초연구의 연장인 공초첨, 라만 분광계, 인공 지능, 로봇 기술 등이 축합이 된 정보내시경기기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재 일본은 우리의 것보다 성능은 조금 미진하지만 첨단의 정보 및 진단이 가능한 내시경 기기가 시판을 앞두고 있다. 의학선진국이 이렇게 앞서 나갈 수 있는 바탕에는 항상 미충족 임상연구를 사용자나 개발자가 서로 고유해 진전시켜 나가면서 얻는 결과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현재 김영란법 테두리에서 제약사 연구자를 만나 제약 개발을 식당에서 이야기하면 위법으로 생각한다. 병원에 제약사 직원의 출입을 금하라는 지시도 있는 정도인데 반해, 일본은 철저한 규범 하에 제약사 직원은 병원을 오고 가며 소통하고, 임상교수를 초빙해 R&D 회의를 수시로 하는 현실을 비교해 보면 무엇을 향해 나가야 할 것인지를 알게 된다.

현재 개발시도 중인 정보내시경 기기를 함께 개발할 기업체를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임상에서 얻은 우수한 아이디어가 T2B로 이어지기 어렵고 세계 최초의,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연구개발은 더욱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

의료시장에서 성공하는 기업, 제품이 많아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연구 주제가 생기면 연구실 연구원들이 힘껏 배경 및 예비연구를 한다. 이렇게 시작한 연구결과가 Figure 7-8로 이어져 상당한 수준의 논문으로 나오게 된다. 이후 첨단적인 Figure 3, 4, 5, 6, 등이 이어져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 출발은 Figure 1이다. 의료기기 개발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figure 1이 제대로 성립돼야 한다. 여기에는 기기를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미래에 이 기기를 사용할 의료인, 그리고 이 기기가 가지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그리고 산업적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기업은 이런 Figure 1의 의의를 너무 단순히 돈으로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의사는 이 기기가 완성될 경우 임상적 적응 및 응용을 같이 도와줘야 한다. 끝으로, 이런 과정의 결과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병원 내 환자안전과 병원종사자를 위협하는 사고가 많다.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모든 연구개발 분야(R&D)에 가장 중요한 기본은 바로 윤리이다. 윤리가 없는 개발은 있어서 안 된다. 연구의 기본은 개발자, 사용자, 심지어는 혜택을 보는 환자까지‘정직성과 인간성’이라는 윤리에 기초해야 한다. 산업화 및 산업화에 따른 성공도 모두 인류애와 정직함이 기본인 것은 비단 의료기기 분야뿐만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의료인(의료기관)과 의료기기업계는 보다 밀접하게 상호 교류 및 협력해야 한다. 상호 발전하기 위한 의견을 준다면?

윤리를 기반으로 하는 상호교류는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김영란법이 필요하지만 진정성이 있는 협력개발에 장애가 된다면 윤리 기반으로 신속하게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 연구센터는 거창한 로비, 화려한 설비를 자랑한다. 그런데 선진국의 잘 나가는 연구센터를 보면 온통 회의실, 세미나실이 화려하게 건물에서 위치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모여서 계속 세미나와 성과 회의를 열고 바로 그 끝은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930여 회원사에 한 말씀 전하신다면?

정기적으로 여는 의료기기개발상생 세미나가 있는지 묻고 싶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해당 분야가 항상 만나서 이것이 idea·prototype·technology·product로 이어지는 IPTP가 되는 협회가 되길 바란다. 이제는 우리의 의료수준을 보면 마지막 필요한 부분이 세계가 사용하고, 일본이 화들짝 놀랄 수 있는 의료기기가 있었으면 한다.

국제위장관·궤양연구학회(ICUR) –함기백 학회장

현재 차의과대학 분당차병원 소화기센터 위장질환 전공 교수로서 중개연구를 전공으로 하는 ‘Lab of Translational Medicine’을 운영하고 있다. 1983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의를 거쳐, 1987년 내과전문의가 된 이후 군의관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 1990년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조교수가 됐으나 1994년 아주대 의대 병원이 개원하면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중개연구를 시작, 연간 1,000억원 이상을 판매하는 애엽추출물로 만든 최초의 위염치료를 개발했다. 이후 공동약리영구개발을 통한 신약을 만든 경험이 있으며, 2000년부터는 연간 100억이 넘는 정부연구과제인 소화기질환 유전체 연구센터 등을 운영했다. 2009년부터는 가천의대 암당뇨 연구원, 2013년 현재의 차바이오컴플렉스(CHA Bio Complex)에서 암예방연구센터를 운영하며 전형적인 소화기질환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의 대표주자 중의 하나로 활동하고 있다. 즉, 임상 40% 및 기초연구 60% 비중으로 두 가지 일을 하는 의사-과학자(Physician-Scientist)이다. SCI 연구논문에 주저자로 200편 이상, 그리고 다수의 특허를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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