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D 제품개발, 임상평가시 필요한 검체 확보 문제 해결돼야...시장 접근 프로세스, 인력풀, 신기술개발 지원책 필요

■ 체외진단제품산업에 대한 제언

▲ 박 선 주
한국로슈진단
부장

최근 세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면, 할아버지가 인간의 일생을 꽃에 비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봄이 돼서 꽃이 피면 참 이뻐 거기서 딱 멈추면 좋은데 가을되어 서리 맞고 떨어진다 말이야 다 헛게 돼.” 

인간이나 꽃이나 생로병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생로병사의 순환고리 속에 우리 헬스케어 산업이 존재한다. 체외진단제품은 임신진단검사부터 시작해, 인간의 각종 질병 진단에 도움을 준다. 최근엔 약물 치료에 적절한 도움을 주기위한 동반진단이나, 유전자 검사를 통한 여러 가지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기능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인간의 생로병사에 관여한다.

마치 한약방의 감초와도 같은 이 제품들은 이전에는 적절한 법적 규제 없이 관리됐으나, 현재는 의료기기법에 따라 엄격한 관리를 받는 제품이기도 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빠르고 쉽게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유럽 등에서 제품이 출시되면, 1개월 이내에 국내 환자들도 동일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옛날은 ‘아 옛날이여’가 돼 버렸고, 지금은 미국, 일본, 중국 등과 같은 규제 수준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 한국 내에서 제품을 출시하려면, 유럽에서 제품 출시 이후, 최소 1년~2년은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도 과거에 집착하며 ‘옛날에는 이랬는데’를 이야기 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다. 이런 새로운 일상, New Normal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이다. 공교롭게도 규제의 변화는 체외진단시장의 저성장 기조와 맞물려서 발생했다. 현재 국내 체외진단제품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가뜩이나 어려운 현실에 규제도 강화됐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미 포화된 국내 시장, 높아진 진입장벽, 멀고도 험난한 급여결정의 삼박자 속에서 업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체외진단제품시장 성장 방안
첫 번째로, 현재 가지고 있는 파이를 나눠 먹고, 서로가 상대의 것을 가로채려 노력하기 보다는 다 같이 갖고 있는 파이를 키워야 한다. 그렇다면 파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체외진단제품은 전체 헬스케어 시장에서 2% 정도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의료현장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IVD 역할에 대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프로세스를 거쳐 제품을 인정받아 전체적인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체외진단기술의 특수성에 적합한 시장접근 프로세스(Market Access Process)가 있어야 한다. 이런 프로세스는 체외진단제품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즉, IVD 시장접근 결정을 위해 허가, 신의료기술평가, 급여결정에 이르기까지 예측 가능하며, 적정한 타임라인, 투명하고 명확한 심사기준의 제공, 제품의 혁신을 주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향상시킬 인센티브(Value based pricing)를 포함해야 한다.

현재까지 정부, 산업계 및 학계의 다양한 노력으로 시장 접근 절차는 기간 단축이라는 관점에서 많이 개선됐다. 우리나라 국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덕인지, 이런 개선은 세계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스피드와 함께 반드시 지켜야 할 ‘준수사항’(Compliance)을 잊지 말자. 

인적자원 산업성장의 발판
두 번째로,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다. 회사에서도 인재라 함은, 소중한 인적 자원을 말한다. 인적 자원 개발은 체외진단시장이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회사에서 업무에 열정 있는 인재가 필요하듯, 인재를 개발하는 열정도 필요하다. 대부분 회사에서는 직원을 채용할 때, 새로운 직원을 뽑아 투자하기 보다는 즉시 업무에 투입할 직원을 선호한다.

그러나 체외진단시장은 새로운 판, 새로운 일상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즉시 업무에 투입할 경력 직원을 찾기 힘들다. 이와함께 바뀐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현재 근무 중인 직원들의 사고방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제품 관리자(product manager)가 아닌 전략 스킬이 필요한 마케팅 관리자(marketing manager)가 필요하고, 허가 및 품질, 건강보험정책, 임상평가에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새로운 인력 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업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관련 정부기관의 적절한 지원도 필요하다.

기관과 업체 간 상호협력의 사례로, 한국로슈진단의 VET 제도를 소개하고 싶다. 한국로슈진단에서는 스위스의 직업교육시스템(VET,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을 벤치마킹하여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채용했으며,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1기 마이스터고 졸업생은 1년간 국내에서 교육을 받았고, 2015년 스위스로 파견돼 2년간 본인의 직무분야의 기술 및 관련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스펙, 학력을 뛰어넘는 인재 발굴에 대한 작은 노력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길 기원해 본다.

새로운 기술·마커 찾아야
마지막으로, 필요한 경우 판을 바꿔야 할 것이다. 사고를 전환해 새 판을 짜야한다. 잠시 다른 판을 구경해 보자. 9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 제약업계는 ‘me-too drug’에 집중했다. 하지만 현재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로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또 벤치마크할 산업 중 하나는 화장품 산업이다. 대한민국의 화장품은 한류의 아이콘 중 하나로, 2013년 생산실적은 7.9조원, 해외 수출 실적은 12억 8천만 달러였다. 한류 열풍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의 품질이 좋지 못하고 가격이 비싸기만 했다면, 이런 고속 성장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niche market을 찾아 공략하고, 새로운 마켓을 형성하면서 생긴 시너지 효과라고 생각된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마커를 찾는 노력을 하자. 신기술을 개발하는 국내외 업체들을 지원 및 장려해야 한다. 새로운 마커를 찾기 위해 광범위한 의료 정보 이용이 가능하도록 지원돼야 한다. 또 다가오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 시대에서 체외진단제품의 역할을 생각해 새로운 융복합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IVD 임상평가 지원책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적절한 지원은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체외진단업체는 영세하다. 하지만 빛나는 아이디어로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 중에 적절한 지원이 있다면 성공적인 제품화로 이어져 체외진단시장의 앞날은 밝아질 것이다. 현재 업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대체로 임상이다.

체외진단 임상평가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프로토콜도, 임상기관도, 아니다. 바로 검체 확보의 문제이다. 신체발부수지부모라는 유교사상의 뿌리 탓인지 우리나라의 헌혈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또 혈액원에서 자유롭게 검체를 제공받아 임상을 진행할 수도 없다. 제도 개선과 보완 등을 통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인간유래물을 제공 받아 제품 개발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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