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진단, 약물오용 줄이고 비용효과성 높여 올바른 치료기회 제공

■ 동반진단의 가치 반영을 위한 정책개선 제안

“국민안전 전제로 하는 헬스케어산업 육성 고민해야”

동반진단, 약물오용 줄이고 비용효과성 높여 올바른 치료기회 제공

 

신 영 기
서울대 약대 교수
前 미래부 항암제동반진단사업단장

올해 6월 3일부터 의료기기법 개정으로 최근 환자에게 최적화된 약물 혹은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에 대해 의료계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밀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병력, 습관 등의 의료정보 및 이와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환자를 세부 그룹으로 분류하고 해당 그룹별로 치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이런 정밀의료가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크게 동반진단, 표적 치료, 유전체 분석을 통한 질병 위험도 예측 및 약물유전체 맞춤 치료의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CDx)은 특정 약물에 대한 환자의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진단 기법으로, 개인의 유전적 특성 및 유전자 변이를 진단해 적절한 치료제를 처방하기 위한 핵심 근거를 제공한다.

동반진단의 탄생 ‘Herceptest’
동반진단의 탄생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제넨텍(Genentech)사는 HER2라는 종양유전자를 표적으로 개발한 ‘허셉틴(Herceptin)’이라는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었고, 1997년 3월 임상 3상 시험을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 승인을 신청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제넨텍은 허셉틴의 치료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허셉테스트(Herceptest)라는 진단을 사용해 HER2 양성이며 타 장기로 전이된 유방암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선별적 임상시험을 실시했고, 그 결과 허셉틴의 약효를 성공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다. 만약 허셉틴의 임상시험을 무작위로 선별한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면 통계적으로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않아 신약으로서 허가를 받지 못 했을 것이다. 결국 허셉틴의 승인은 약물의 효과를 사전에 예측 가능하게 한 동반진단, 허셉테스트(Herceptest)의전략적 활용이 가져다준 승리였다고 볼 수 있다.

동반진단의 가치
반면 동반진단의 가치는 허셉틴의 사례와 같이 환자 선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동반진단의 주된 가치는 바로 약물에 반응하지 않을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하지 않음으로써 △약물의 오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의 비용대비 효용성을 증가시키며, △처음부터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환자에게 올바른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허셉틴은 좋은 표적항암제이지만 항암치료와 허셉틴 치료를 받는 환자의 5~30%는 심장독성이라는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만약 허셉테스트 동반진단 검사를 통해 약물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환자는 이런 부작용을 인지하고 그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허셉틴 치료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허셉틴이 환자 선별 없이 사용된다면 다수의 환자들이 효과도 없는 치료를 받으며 심장독성으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현재 처방되는 표적항암제들은 일반 항암제에 비해 약 5배 이상의 약가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재정독성(Financial Toxicity)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사회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런 고가의 표적치료제들은 반드시 동반진단을 통해 해당 약물이 치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환자에게 선택적으로 사용돼야 고가의 약가로 인한 환자와 보건의료재정의 부담을 덜고 표적치료제 치료의 경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가치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동반진단을 혼동하는 개념들
하지만 이렇듯 다양한 의학적,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는 동반진단이 우리나라에서는 그 의미가 왜곡돼 사용되고 있다. 주로 혼동되는 개념들은 아래와 같다.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해당 치료제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사용에 대해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검사로 분석적 성능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쳐 사용목적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는다. 사용목적의 예로 “특정 약물치료 대상 환자의 선별” 등을 들 수 있고, 이것을 사용목적에 기재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 예측보완진단(Complementary Diagnosis with predictive biomarker)
특정 환자군에서 해당 치료제의 효능을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검사로 분석적 성능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쳐 사용목적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는다. 사용목적의 예로 “특정 암에서 특정 약물치료 처방시 환자의 객관적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이 향상되는 데 연관이 있다” 등을 들 수 있고, 이런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한다.

△체외진단(In Vitro Diagnostics)
질병 또는 그 후유증을 치료, 완화, 치료 또는 예방하기 위한 건강상태를 결정하는 것을 포함해 질병 또는 기타 상태의 진단에 사용하기 위한 시약, 도구 및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런 제품은 인체에서 채취한 샘플 수집, 준비 및 검사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분석적 성능 시험을 통해 성능을 검증한 체외진단의료 기기로 환자 샘플로부터 바이오마커 발현 정도나 약물 표적 유전자의 돌연변이 유무를 검사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나,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한다. 사용목적의 예로 “특정 암에서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검출할 수 있다” 등을 들 수 있다.

△실험실자체개발검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인한 성능시험 없이 병원 또는 서비스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검사이다. 현재 국내에서 ‘실험실자체개발검사’라는 용어는 임상검사실이 공인된 미국의 ‘실험실개발검사(Lab-developed test)’와 혼동되고 있다. 국내 실험실자체개발검사는 향후 검사실 공인에 대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제시된다 하더라도, 사용목적에 관련된 검증된 임상결과를 보증하기는 어렵다.

 <의학적 근거 기반의 표적치료제 사용을 위한 진단 적용 및 보험급여 체계>

동반진단 제품, 강력한 GMP 필요
동반진단은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위험 부담이 큰 표적항암제 등의 선택을 위해 사용되고, 동반진단의 결과에 따라 치료의 성공 여부 및 부작용 발생 위험에 대한 차이가 커 환자에 대한 위해도가 크다. 따라서 동반진단은 반드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체외동반진단의료기기(In Vitro Diagnostics-Companion Diagnostics; IVDCDx)로 허가를 받은 제품만을 사용하게 돼 있다. 게다가 동반진단은 임상시험을 통해 정량화된 의사결정 기준(cut-off)을 설정하도록 돼 있어 약물을 사용할 환자를 선별할 수 있으나, 일반 체외진단이나 실험실자체개발검사는 검사결과만으로 약물의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가 있지 않다. 한 마디로 동반진단과 타 진단은 임상적 근거의 수준이 다른 것이다. 이것은 마치 약물이 특정 질병에 유의한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의 결과로 얻어진 근거를 기반으로 생산장비 및 환경, 인력 등이 강력히 통제된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에 따라 생산되는 것과 같이, 동반진단도 특정 질병의 진단 또는 약물에 대한 반응성을 담보한다는 임상적 근거를 가지고 의료기기 GMP에서 생산돼 각 검사실로 유통돼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7년 1월 24일 미국임상암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를 비롯한 관련 분야 전문가 단체 33곳에서 제115기 미국연방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 내용은 FDA가 환자의 안전과 임상검사의 유효성 보장을 위해 공인실험실 검사를 포함한 분자진단검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수십 년간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질병에 대한 새로운 진단법들이 공인실험실(CLIA Laboratory) 검사로 개발돼 왔으며, 이들 검사는 임상의의 환자 치료계획 수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인실험실 검사의 복잡성이 크게 증가하고 이를 FDA가 미처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많은 환자들은 진단의 오류로 인해 잘못된 치료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 이번 청원의 주된 내용이다. 그 배경으로는 최근 진행된 한 조사에서 동일한 암 환자의 검체를 각기 다른 공인실험실에서 검사한 결과, 단 25%의 사례에서만 일치하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과,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가장 충격적인 사례로 언급된 테라노스(Theranos) 사태를 겪으면서 회사가 수행한 수천 건의 실험실자체개발검사의 문제점을 발견해 2년 동안의 검사 결과들을 전부 무효화 시킨 것을 꼽을 수 있다.

‘특정 표적치료제’ 사용, 안전 가이드라인 필요
동반진단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임상의들과 분자진단 연구자들의 의견은 당장 모든 표적치료제에 대해 동반진단을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다. 특정 표적치료제에 대해 국내 허가를 받은 동반진단 또는 예측보완진단이 있다면 동반진단이나 예측보완진단을 최우선으로 사용하고, 허가받은 동반진단이나 예측보완진단이 없다면 일반 체외진단을 사용외 목적(off-label)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그마저도 없다면 실험실자체개발검사라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당장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노력해야만 국민의 안전은 우선되고 헬스케어산업은 보다 수준 높은 임상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가는 이를 차세대성장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결언
이 네 가지 검사의 임상적 근거 수준이 크게 다르고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해에 대한 책임의 소재도 다르다. 따라서 환자는 약물의 사용을 결정하기 위한 검사를 받을 때, 자기가 받는 검사의 종류와 그 검사가 어떤 근거에 입각해서 진단을 하는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으며, 이런 환자의 권리는 반드시 보호돼야 할 것이다. 지난달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Commission)가 발표한 체외진단기기 규칙에서도 일차적으로는 시장감시(Market Surveillance)와 추적성(Traceability)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서는 “결함 있는 의료기기로 인해 피해를 본 환자가 재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재정적인 방법이 마련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가 신뢰할 수 없는 검사 결과를 내어놓고 이를 근거로 잘못된 치료, 수술, 투약 등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이런 검사로 인해 안전사고를 당한 환자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국가는 안전하고 신뢰도 높은 보건의료 서비스를 전제로 헬스케어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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