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가 내게 좋은 19가지' 제주대 이상이 교수 지음

복지국가가 내게 좋은 19가지

늦은 감이 있지만 대선에서 크게 논쟁이 됐던 주제 중의 하나가 보편적 복지였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두 복지에 대하여 논했고 방법과 시기의 문제만 있을 뿐 사실 복지의 확대는 확정적인 대선 공약이자 국민적 염원이 되었다. 국민총생산 3만불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 관문이고 더불어 미국식 복지의 문제가 낱낱이 밝혀지기도 했다.

▲ 복지국가가 내게 좋은 19가지
이상이지음/메디치/2012년 11월

이러한 복지 논란은 우리의 삶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깝게는 무상 급식의 논쟁에서 시작하여, 멀게는 보편적 혹은 선별적 복지라고 하는 거대한 담론의 장을 촉발 시켰다.

이러한 거대 담론이 이제 산업계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 먼 거리에 있는 신기루 같던 정치권의 논쟁이 어느덧 업계에 까지 영향을 준다. 지금 하고 있는 복지부의 치료재료 원가 조사에서 유통관리 개선, UDI까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러 독립적인 사업들이 큰 맥락에서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 공통점은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복지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복지국가가 내게 좋은 19가지’는 2012년 제주대학교 의료관리학 교실 이상이 교수가 집필한 책이다. 이상이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복지국가 전문가이자 보건 복지 분야를 넘어서 교육, 주거, 사회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을 통하여 역동적 복지국가를 표방하며 더 나은 사회를 꿈꾸고 있다. 지금도 복지국가 소사이어티라는 시민운동을 전개하며 완성한 활동을 통한 복지의 확충을 통한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의 암울한 현실을 꼬집는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대비 3배이다. 고령자 자살률은 그보다 더 높은 5배 규모이다. 시장 만능의 경쟁 사회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생활 방식은 결국 극단적 선택지만을 강요하는 사회적 경직성을 꼬집는다. 교육비 부담은 세계 1위이며 주거 부담도 높아 국민의 낮은 가처분 소득은 삶의 질을 저하 시킨다. 이 사이에서 양극화 되고 있는 부의 분배 구조는 더욱 심한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이 없는 것인가? 이 책에서 이상이 교수는 영국의 복지에 기반이 되었던 ‘베버리지 보고서(Beveridge Report)’를 소개한다.

제2차 세계 대전은 인류의 불행이자 참화였다. 전쟁의 여운은 너무도 비참한 삶을 강요했고 인간성은 말살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영국 수상이었던 처질은 국가비전을 위한 각종 위원회를 구성 했는데 그 조사위원회 중의 하나가 ‘사회 보험 및 관련 서비스에 관한 정부 부처 보고서(Social Insurance and Allied Services, Reported by William Beveridge)’였다. 당시 이 위원회의 위원장이 베버리지였는데 나중에 이 보고서가 명성을 날리자 보고서의 이름이 베버리지가 됐다. 정부 간행물이었던 이 보고서는 영국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되었다. 이 정부 간행물을 구입하기 위하여 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구입할 정도의 열풍 이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가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베버리지 보고서를 요약하면 전후 영국은 ‘빈곤 없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사회 보험이 제안되었다, 그러나 사회 보험 만으로는 충분한 사회보장이 되기 어렵다. 그래서 제기 된 것이 △아동수당 △무상의료 △완전고용을 위한 적극적 노동정책이다. 흔히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북유럽의 모토는 영국에서 이렇게 제안되었던 것이다. 국민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생활 수준이 있는데 , 이것을 ‘국민 최저선(National Minimum)’이라 칭하였다.

당연히 기득 세력이었던 영국 보수당은 이 제안에 대하여 부담스러워했고 반대했다. 하지만 전쟁 영웅이었던 처칠을 수상에서 끌어 내린 것은 결국 국민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고 있던 베버리지 보고서의 입법이었다.

영국에서의 실험은 결국 입법화 과정을 거처 대대적인 개혁과 함께 지금에 이르게 된다. 영국이 자랑하는 무상 복지 시스템의 태동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전쟁의 참화 속 영국의 복지국가는 그렇게 건설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도 역시 정의와 복지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매우 높다. 얼마 전 미국 대학 교재로 사용 되는 도서가 50만부 이상이 팔리고 각종 선거에 복지에 대한 확대 논의가 화두가 되고 있으며 영국과 같이 시기 상조란 의견이 늦었다는 의견과 충돌하고 있다.

필자는 북유럽식 복지국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스웨덴 국민이 행복한 이유 그리고 인구 540만명의 작은 나라 핀란드가 교육 선진국이 된 실증적 사례를 들어 가능성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이면에 많은 재정적, 정치적 합의 단계에 대한 체계적 고찰과 연구를 들고 있다.

의료기기는 보건 복지의 전체에서 보면 일부분이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많은 어려움과 이견이 난무함에도 우리 업계가 견지해야 될 큰 틀은 국민 보건향상이라는 대의적 명문을 져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직시 할 때 양자적 승리의 방법이 도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믿지 못하는 시기에 반목보다 나은 합의의 해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는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한다. 그리고 재원이 문제가 된다. 증세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지출 구조를 줄이는 많은 노력들은 그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의 일부로서 원가의 공유 그리고 유통관리가 필요하다. 거시적 정책의 단계적 실행 안이 작동하고 있으며 업계의 협조가 필요하다. 정당성 있는 주장이 절실할 때이다.

비교적 쉬운 예시와 문체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복지에 대한 개략을 이해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책으로 복지 선진국이 되기까지의 많은 어려움도 느낄 수 있다.

‘복지국가가 내게 좋은 19가지’는 메디치미디어에서 펴냈으며 2012년 초판을 발행하였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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