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브라질·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흐리고, 멕시코·콜롬비아·페루 맑음

[산업통상자원부_함께하는 FTA_ 2016년 9월 vol.52]


중남미 지역의 경제 판도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33개국 가운데 이른바 ‘빅7’이라고 일컫는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칠레, 페루는 지역 전체 경제규모의 90% 가까이 차지한다. 이중 우리 기업에게 가장 추천할 만한 시장을 간단히 경제규모 순으로만 답할 순 없다. 각 나라마다 처한 정치·사회적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남미 경제 판도의 최근 변화를 살펴보고 이에 맞는 중남미 진출 전략을 세워보자.

중남미 지역 국가들은 1980년대 외채위기 이후 1990년대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하다 사회적 비용이 커지자 많은 국가에서 좌파정권이 출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들 좌파정부들은 과거에 비해 비교적 오랫동안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 경제가 광물, 농·축산물, 에너지 자원 등 원자재 수출 기반 경제이기 때문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각국의 재정수입이 늘어나 좌파정부의 팽창적 재정정책도 넉넉히 유지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중남미지역 전체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5%에 달했다. 이중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1.3%를 기록한 2009년 실적을 제외하면 연평균 5.3%로써 유례없는 고성장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남미 경제는 19세기 말과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도 고성장을 경험한 바 있었다. 고성장 뒤에 다시 경제위기가 찾아왔던 아픈 경험을 되새겨 보았다면 중남미 국가들은 호황기에 산업화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 투자에 전념해야했다. 그러나 중국 등지로부터의 원자재 수요폭발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된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은 원자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오히려 탈산업화 즉, 산업공동화로 치달았고,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한 인프라부문에 대한 관심은 더디게 나타났다.

그러는 사이 2012년 후반기 중국경제가 둔화되면서 국제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자 중남미 경제의 대외여건은 갈수록 악화되어왔다. 특히 유가의 하락은 멕시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브라질, 에콰도르, 페루 등 석유수출국에, 대두가격 하락은 아르헨티나에, 구리가격 하락은 칠레와 페루에 직격탄이다. 중남미 지역경제 성장률은 2012년 2.8%, 2013년 2.9%로 둔화되더니 2014년 0.9%, 2015년 –0.5%, 2016년 전망치 –0.8%로 곤두박질 쳐왔다.

태평양동맹 4국과 남미공동시장 5국의 명암

중요한 것은 이 시점에서 국가별로 차별화가 뚜렷해진 점이다. 21세기 들어 원자재가격이 치솟아 재정여건이 나아질 때에도 사회적 고통을 이겨내며 1990년대의 개혁을 지속해나간 국가들이 있었다. 이 국가들은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칠레로써 2012년 이른바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을 맺었다. 이들은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중요시하고 경제개방 가속화만이 살 길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미약하나마 남아있는 국가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그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가 칠레, 페루, 콜롬비아인 점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중 일찍이 1970년대부터 개방을 추진해오면서 급성장한 ‘라틴 용(Latin dragon)’ 칠레는 남미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2015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중남미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1만5천 달러에 이르렀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최근에는 고성장 후유증으로서 분배요구가 높아지면서 세제, 노동, 교육, 연금,의료보험 개혁 등 경제사회정책 과제에 직면해 경제 활력을잃은 편이다.

흥미롭게도 태평양동맹 4개국은 지리적으로 태평양을 끼고 있는 국가들인데 이와 반대로 대서양을 끼고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파라과이 (내륙국) 등 5개국이 형성하고 있는 이른바 ‘남미공동시장(MERCOSUR)’은 미국 및 유럽, 아시아 국가들과의 자유무역을 거부하고 국내경제정책에서도 분배중심의 정책을 펴왔다. 최근 들어선 아르헨티나 마크리 정부나 브라질 과도정부가 어떤 개혁을 이루어나갈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볼 일이지만 최근 유엔중남미경제위원회(ECLAC)가 발표한 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브라질 –3.5%, 아르헨티나 –1.5%, 베네수엘라 –8.0%, 우루과이 0.5%, 파라과이 2.8%로 매우 비관적이다. 경기둔화 즉 자본흐름의 둔화는 재정지출을 통한 고용 및 수요 창출이라는 좌파정책이 한계에 봉착함으로써 재정긴축 또는 공공투자 축소가 불가피하다.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중미 전망 밝아

결국 중남미 주요국 가운데 오늘날 역동성이 살아있는 국가로 주목할 나라는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로 남는다. 멕시코는 2012년 12월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일부기업의 시장독점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체제를 종식시키고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한 이른바 1990년대에 이은 ‘제2의 시장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거세고 이전 정부가 추진한 ‘마약전쟁’의 여파로 사회혼란이 계속되고 있어 현 정부의 개혁이 성공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멕시코 제조업계의 반대로 태평양동맹 4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멕시코와 FTA를 맺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이래 교착상태에 빠진 FTA 협상을 재개할 돌파구를 2018년 11월로 만료되는 현 정부 임기 내에 찾아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페루는 1990년부터 지금까지 26년간 후지모리, 톨레도, 가르시아, 우말라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당파를 달리하는 대통령들이 오갔지만 개방성향의 경제정책을 꾸준히 펼쳐온데다 최근 경제관료 출신 쿠진스키가 대통령에 집권하면서 성장세 지속이 기대되고 있다. 또한 콜롬비아는 지난 6월 23일 주력 반군인 콜롬비아혁명군(FARC)과의 휴전협정이 체결되는 등 반세기만에 평화 정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10년간 외국인투자가 급증해왔다. 오늘날 콜롬비아는 세계 주요기업들의 선점각축장으로 변모했고,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를 제치고 사실상 중남미지역 제3위 경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태평양동맹 4개국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는 멕시코 2.3%, 콜롬비아 2.7%, 칠레 1.6%, 페루 3.9%로 남미공동시장 국가들과 대조적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18개 중남미국가 순위도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 순으로 이들 4개국이 상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다음 순위는 코스타리카, 파나마,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비교적 경제규모는 작으나 역시 개방적이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미지역 국가들이다. ECLAC이 발표한 이들 국가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 역시 파나마 5.9%, 코스타리카 4.3%, 과테말라 3.5%, 엘살바도르 2.3%로 높은 편이다. 이들과 진행 중인 우리나라의 FTA협상이 기대되는 것도 이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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