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병원 되려면 40년째 이어진 ‘저수가체계’의 수익구조 바꾸는 특단의 조치 있어야

■ KMDIA 협회장, 대한병원협회장을 만나다

 

“의료기기산업의 발전
‘수요자인 의료기관의 수준 향상’과 직결, 상호 신뢰 관계돼야”

좋은 병원 되려면 40년째 이어진
‘저수가체계’의 수익구조 바꾸는 특단의 조치 있어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황휘 협회장은 지난 1일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대한병원협회를 방문하고 홍정용 회장과 대담인터뷰를 진행했다. 양 단체는 보건의료산업의 한 축으로서 국민보건향상과 회원사의 권익 보호, 상호 단체의 발전과 성장에 있어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편집자 주>


대한병원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대한병원협회는 우리나라 3천 2백여 병원들을 대표하는 단체로 1959년에 창립한 이후 현재까지 국민건강과 회원 병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실력 있는 전문의들을 키워내기 위해 총 26개 진료과목의 전공의들을 수련시키는 업무를 1967년부터 해오고 있는 것을 비롯, 일선 병원들이 국민에게 더 나은 진료환경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장애가 되는 우리나라의 여러 보건의료정책과 건강보험 제도상의 불합리한 규제들을 찾아내 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렇게 병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규제별 정책대안을 연구하고, 정부나 국회를 대상으로 관련 법령 개선에 반영되도록 활발한 정책제안 활동을 펼침으로써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협회장님 취임 후 100여일이 지났다. 그간 주요 활동과 소감은?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정말 숨 가쁘게 달려온 것 같다. 회장에 취임했던 5월은 당시 병원계 최대 현안인 내년 건강보험 수가 결정을 두고 건강보험공단과 수가 계약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상황이었다.

지난해 공단과의 수가협상이 결렬된 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병원의 건강보험수가 인상률이 터무니없이 낮은 1.4%로 결정됐던 아픔과 메르스 사태로 회원병원들이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회장 당선의 기쁨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곧바로 수가 협상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수가협상에 총력을 다하는 것으로 회무를 시작했다. 비록 부대조건 없이 1.9% 인상안에 공단과 합의하긴 했지만, 협상 자체가 의료계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현행 수가협상 체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회원병원들에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수가협상 외에도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국가방역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입원실 시설기준 변경과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비롯해 환자안전법 시행에 따른 병원 내환자안전전담인력 의무배치, 전공의특별법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시행에 따른 병원의 의료인력난까지, 산적해 있는 수많은 현안에 대응하느라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다.

여러 사안들 아직은 결론이 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라 구체적으로는 언급할 수 없지만, 병원협회 회장으로서 지금까지 국회와 여러 정부부처를 찾아다니며 병원의 실상을 알리고 정책 개선을 요청해 온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허탈함’으로 요약될 것 같다.

경제기획부처들은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유망서비스산업인 보건의료산업의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정책자금 지원 수단으로 경쟁력만 갖춰주면 ‘일자리 확대’와 ‘부가가치 창출’로 대표되는 서비스산업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는 병원들을 옥죄는 규제들만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중소기업 요건을 갖추고 있어도 ‘비영리’라는 이유로 중소기업으로 적용받지 못해 중소기업들을 위한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각종 금융지원에서 차별을 받는 법인 중소병원들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병원이 가진 사회 공공재적 성격은 유지하면서도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 그리고 잠재된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회장직을 수행하는임기 동 안에 정부부처들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시각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야겠다는 것이 병원협회 회장으로서 현재까지 활동하며 느낀 소감이다.

2년 임기동안 중점적으로 해결해 나갈 문제와 중요 추진 사업들은?

회원병원들의 권익과 관련된 모든 사안이 중요 추진사업에 해당된다 할 것이다. 환자안전법에 따른 병원들의 환자안전전담인력 배치, 전공의특별법에 따른 수련시간 단축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시행에 따른 병원인력난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진료공백 방지, 국민들의 의료이용에 큰 불편을 끼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대응, 병원계의 오랜숙원인 저수가를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 등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대표적인 사업들이라 하겠다.

우선 지난 7월 29일부터 시행된 환자안전법으로 인해 회원병원들의 환자안전관리에 필요한 전담인력 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병원협회는 회원병원들이 환자안전전담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전담인력 교육사업에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전공의특별법 시행의 경우 전공의의수련시간 단축에 따른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한 대체인력 확보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의 경우 상급종합병원들로의 간호사 쏠림 현상에 따른 중소병원의 간호인력 이탈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심각한 병원인력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병원 협회는 개편되는 수련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전문의들이 양성될 수 있도록 의학회를 비롯한 각 학회와 함께 전공의수련교육체계를 강화하고, 수련의 질을 높이는데 노력할 예정이다. 간호인력난의 경우 유휴간호사들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간호대학 정원 증원을 비롯, 대형병원으로 간호사를 몰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단계적 추진 등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 역시 의료이용을 인위적으로 제한해 국민에게 큰 불편만 가져다주는 방향 대신, 국민편익을 증진하면서 국민건강 향상을 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수많은 사안이 계속해서 발생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병원계 발전을 위해 작은 부분에서라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회무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며 좋은 병원과 의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요구가 높다. 국민보건향상에 있어서 병원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환자들의 의료욕구가 커지면서 눈높이도 높아졌다. 각급 병원들은 이같은 트렌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오고 있다.

병원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차입금의존도가 높다. 2014년의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37.4%로 4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차입 경영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원인은 1977년 의료보험제도 도입이래 40년째 계속되는 ‘저수가체계’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병원의 수익률은 2% 남짓이다. 이런 수익구조로는 투자는 고사하고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경쟁에서 뒤질 수도 없는 상황이니, 결국 차입금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병원규모가 작을수록 더욱 심해 중소병원들은 한계상황에 내몰려 있다.

게다가 법인 중소병원은 M&A나 퇴출조차 할 수 없는 법체계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의료기기 개발에 의료인 및 병원의 참여가 늘고, 큰 병원에서는 의료기기 중개임상 및 의료기기개발센터를 개설해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동참하고 있다. 보건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고견을 주신다면?

병원이 보건의료산업 발전의 허브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보건의료산업에서 병원과 의료기기산업은 병원과 제약산업 못지않은 동반성장의 관계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이 2020년까지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으로 진입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세계 7대 강국 진입을 위해 전략적인 R&D도 중요하지만 국산 의료기기제품들이 해외에 진출하기에 앞서 국내에서 먼저 신뢰성을 인정받고 인지도를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의 많은 병원에서 새로 출시된 국산 의료기기 제품과 기존의 외국산 수입제품의 성능을 비교하는 테스트를 하며 우리 국산 의료기기 품질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확보된 신뢰성을 국내 의학계와 연계해 해외에 홍보한다면 우리 국산 의료기기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병원 내 감염사고 등 환자안전과 병원 종사자를 위협하는 사고들이 종종 매스컴에 크게 보도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개선 노력이 있는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병원 내 감염사고를 줄이고 예방하기 위해 입원실을 비롯한 병원 내 주요 시설의 시설기준이 강화되고 환자안전법이 만들어졌다. 환자안전법이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법령에 담을 내용도 중요하지만, 원활한 법 시행을 위해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 여부도 꼼꼼히 따져가며 준비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병원협회는 일선병원에서 환자안전 전담인력이 원활히 배치될 수 있도록 교육사업에 나선 것외에도 환자안전이나 의료사고 예방을 위한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병원협회는 환자안전법이 제정된 직후부터 법이 시행된 지난 7월 말까지 환자안전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규정하는 하위법령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주도적으로 개최해 의료현장의 현실에 맞는 환자안전 활동들이 하위법령에 담기도록 했다. 또한 본격적인 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환자안전법이 안정적으로 도입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일선 병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상세히 안내하기 위해 지역별로 순회하며 설명회도 가졌다. 나아가 설명회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병원이 궁금해했던 내용들을 모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Q&A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정부 정책들이 병원들에 새로운 시설 투자비용과 인건비 추가 부담을 강요하는 책임을 병원에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라 정부 차원에서의 예산 지원이 크게 요구된다.

왼쪽부터 병원협회 박용주 상근부회장, KMDIA 황휘 협회장, 병원협회 홍정용 회장, KMDIA 홍순욱 상근부회장

대한병원협회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상호 교류 및 발전하기 위해 의견을 주신다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병원과 의료기기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양 단체가 해야 할 일들인 것 같다. 한국 의학계의 높은 의료수준과 의료기기산업의 높은 기술력이 발휘하는 시너지 효과가 연구개발 협력을 비롯해 제품 생산, 활발한 국내외 홍보를 통해 한국의 의료서비스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갔으면 좋겠다. 아울러, 병원 및 의료기기 역시 건강보험수가 개선이 신중하게 또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양 단체가 건강보험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

끝으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870여회원사에게 한 말씀 전하신다면?

한국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은 그 수요자라 할 수 있는 병원을 비롯한 국내 의료기관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병원협회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여러 회원사와 우리 회원병원들이 상호 신뢰하는 공급자-수요자 관계가 되어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데 윤활유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홍정용 대한병원협회 회장

서울의대를 졸업한 정형외과 전문의로 1983년 동부제일병원을 설립한데 이어 풍산의료재단지난해 3월부터는 서울의대 동창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7년부터 병원협회 이사로 발을 들여놓은 이후 회장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보험이사, 사업위원장, 총무위원장, 부회장 등을 맡아오면서 폭넓은 회무운영 경험이 있다. 대한병원협회 산하단체인 중소병원협회 회장, 서울시병원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면서 중앙단체인 대한병원협회에 직역·지역 병원회의 목소리를 전하는 가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회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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