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약품 도매상의 수직적 통합
이상수의 Health Policy Insight
[Health Policy Insight 519호]
메드트로닉코리아 부사장
최근 몇 년간 입법자와 규제당국은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 내 수직적 통합과 ‘중간 유통업체(Middlemen)’의 역할에 대해 경고해 왔다. 유나이티드헬스 그룹(UnitedHealth Group)과 CVS 헬스(CVS Health) 같은 대기업들이 약국, 의료기관(Medical Practice), 급성기후 케어 제공업체(Post-acute Care Providers)를 인수함에 따라, 이해 상충, 반경쟁적 피해, 의료의 기업화(Corporatization) 문제에 대한 비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이 소유한 약국급여관리자(Pharmacy Benefit Manager, PBM)는 독립된 약국에 피해를 주고, 제약사와 담합하며, 불투명하고 착취적인 사업관행에 관여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또 다른 중간 유통업자인 의약품 도매업체들은 대체로 대중의 감시를 피해 왔다. PBM이 제조회사 및 약국과 보험급여를 협상하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 반면, 도매업체는 구매 측면에서 운영되며 제조회사로부터 의약품을 구매해 약국, 병원, 의료기관(Medical Practice)에 판매 및 유통을 한다. 적어도 독립적인 의료기관들이 저가 의약품을 찾아 쇼핑할 유인이 있는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 하에서는 도매업체들은 약국 및 의료기관에 의약품을 유통하기 위해 경쟁한다.
도매업체 시장은 수직적 통합으로 인해 점차 집중화되고 변모해 왔다. 단 3개의 도매업체 맥케슨(McKesson), 카디널 헬스(Cardinal Health), 센코라(Cencora, 구 아메리스소스버겐(AmerisourceBergen))가 도매시장의 98%를 장악하고 있다.매출 기준으로 이들 중 가장 큰 맥케슨은 2024년 3,45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CVS 헬스(3,730억 달러)와 유나이티드헬스(4,000억 달러)의 매출에 근접한 수치이다.
다른 헬스케어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도매업체들도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직적 통합을 추진해 왔다. 현재 이들은 집단구매조직(Group Purchasing Organizations, GPO), 자사 브랜드 제약회사(Private-Label Drug Manufacturers), 의료기기 유통사, 데이터·분석 기업, 약국 프랜차이즈, 전문약국(Specialty Pharmacy), 재택 주사 서비스(Home-Based Infusion Services) 기업, 그리고 PBM 및 보험자와의 협상에서 약국을 대표하는 약국 서비스 관리조직(Pharmacy Services Administrative Organizations) 등을 소유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도매업체들은 의료기관을 수십억 달러 규모로 인수해 왔으며, 이들은 관리 서비스조직(Management Services Organization, MSO)으로 알려진 법인체를 통해 이를 통제하고 있다.
맥케슨은 2010년 현재 미국 최대의 종양학 진료 네트워크(Oncology-Practice Network) MSO인 U.S. Oncology를 인수하며 이 추세를 주도했다. 2024년, 맥케슨은 당시 남아있는 최대 규모의 독립적 종양학 의료기관인 Florida Cancer Specialists and Research Institute의 한 사업부문(Division)에 대한 지배 지분을 매입했다.
다른 두 도매업체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2023년 센코라는 OneOncology의 소수 지분을 인수했으며, 2024년 카디널 헬스는 Integrated Oncology Network를 인수했다. 이들 기업은 현재 종양 이외의 전문진료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 중이다. 2025년, 센코라는 약 300명의 망막 전문의로 구성된 네트워크인 Retina Consultants of America의 지분 85%를 인수했다. 2024년에 카디널 헬스는 비뇨기과, 위장병학 및 류머티즘 진료에 대한 MSO 및 GPO인 Specialty Networks와 미국 최대의 위장병학 진료 네트워크인 GI Alliance의 지분 대부분을 인수했다. GI Alliance는 이후 2개의 비뇨기과 진료 네트워크인 Urology America와 Potomac Urology를 인수했다. 2025년, 카디널 헬스는 250개 이상의 비뇨기과 의료기관을 보유한 비뇨기과 MSO 네트워크인 Solaris Health를 인수했다. 맥케슨은 90개 안과 의료기관 네트워크인 PRISM Vision Holdings의 지분 80%를 매입했다. 이들 의료기관의 거의 전부가 사모펀드 투자자들로부터 인수되었다.
이러한 통합 확대는 제약시장을 재편하며 잠재적 효율성과 잠재적 유해성을 동시에 창출하고 있다. 제약회사 대비 도매업체의 협상력 증가는 의약품 조달 비용을 절감시켜 보험자와 환자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공급망 내 중간단계(및 그에 따른 이익)를 제거함으로써 도매업체가 의약품을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유나이티드헬스 같은 보험 대기업들도 수직적 통합에 대해 유사한 주장을 펼친다: 의료기관과 약국을 소유함으로써 더 효율적인 케어를 제공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효율성 실현의 기회는 경쟁 시장이 존재할 때 가능하며, 제약 공급망의 통합되고 불투명한 시장과는 대조적이다. 의료기관 인수가 도매업체의 의약품 구매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이들은 보험자와의 협상력을 강화해 해당 의료기관 진료에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 있으며, 보험자와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격을 낮추지 않을 수 있다.
도매업체의 의료기관 소유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연구는 부족하지만, 사모펀드 회사들의 위장병학 및 안과 진료를 포함한 의료기관 인수 사례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헬스케어의 수직적 통합과 소비자 비용절감 간 연관성은 일반적으로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인수는 효율성을 창출하기보다 비용을 증가시키고 임상적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
도매업체는 의료기관 자체를 인수함으로써 의료진료의 ‘주요 공급업체(Prime Vendor)’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MSO를 통해 의료기관의 업무 및 행정 운영을 통제함으로써, 이러한 대기업들은 의사가 도매업체와 제휴 GPO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의약품을 처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MSO는 예를 들어 특정 의약품 사용을 장려하는 업무흐름이나 의사 보상 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 조달 및 재고 관리 역시 영향력의 또 다른 핵심요소다. 이러한 인수합병은 반경쟁적 행위, 이해 상충, 의료 진료에 대한 기업의 침범과 관련된 법적 문제를 야기한다.
보험자, PBM, 유통업체 등 중간 유통업체의 지배적 기업들은 관련 시장에서 기업을 인수해 고객을 확보하고,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며, 경쟁사들이 공급망의 여러 단계에서 경쟁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의료기관을 인수한 도매업체는 경쟁 도매업체의 사업 기회를 차단하며, 높은 이익률을 내는 의약품을 자신들의 진료로 유도하고, 의약품 유통에 있어 도매상에 의존하는 독립적 의료기관을 압박할 유인을 갖게 된다.
이러한 “독점적(Captive)” 경쟁 모델은 도매업체들이 의료기관의 사업을 놓고 경쟁하는데 달려있는 비용 억제보다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선택적으로 통합하여 각 단계에서 마진을 확보하는데 더 가깝다.
소송 당사자들은 주 및 연방 반독점법과 가격차별법(Price Discrimination Laws) 등 반경쟁적 행위를 금지하는 기타 법률에 따라 이러한 시장구조와 사업 관행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입법가들은 아칸소州가 최근 PBM의 소매 약국 소유를 금지한 법안과 유사하게, 도매업체를 의료기관 및 약국으로부터 분할하거나 ‘구조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소유주를 가진 도매업체, GPO, MSO 간 다중 계약 구조로 인해 의약품 조제에 부당한 영향력이 행사되는 경우, 연방 사기 및 남용 법규와 주 차원의 의료행위 기업화(Corporate Practice Of Medicine, CPOM) 금지규정에 저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방 헬스케어 프로그램에서 의뢰(Referral) 유도를 금지하는 뇌물 금지법(Anti-Kickback Statute)에 따라, GPO는 일반적으로 회피조항(Safe Harbor)에 의해 보호받지만, 회원사(이 경우 의사진료)를 전적으로 소유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MSO를 통해 의사진료를 기능적으로 통제하는 도매업자와 제휴 GPO는 해당 진료와 소유권을 공유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 잘 알려진 소유구조 MSO가 의료기관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형태는 CPOM 금지조항을 위반할 수도 있다. 법원과 주 의회는 MSO의 의료진료 참여에 대한 제한을 점차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 오리건 주 의회의 입법 활동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별도로, 도매업자의 의료진료 및 약국 소유는 의사 자가의뢰법(Physician Self-Referral Law, 스타크 법(Stark Law))에 따른 위험을 초래한다. 면제조항이 없는 경우, 스타크 법은 의사가 재정적 관계가 있는 약국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것을 금지한다. 도매업체들은 진료소 내 소매 약국 사용을 허용하는 법의 예외조항을 확대하여 우편 주문 의약품(Mail-Order Drug)까지 포함시키도록 로비하고 있다. 규제당국은 도매업체, GPO 및 MSO 간의 계약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여, 시행 지침을 포함한 법정 및 규제 회피조항을 관리하는 정책 개혁을 검토할 수 있다.
의사진료는 독립성을 유지하는데 점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기업 인수합병을 촉진하고 있다. 도매업체와 보험자들의 가격차별은 독립 진료가 의약품 구매 및 공급 과정에서 협상력이 약해 대규모 기관에 비해 체계적인 불이익을 받게 만든다. 다양한 규정준수 및 행정부담 역시 통합을 촉진한다. 도매업체 주도의 수직 통합과 관련된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는 진료소가 도매업체 소유권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들 — 보험자, 사모펀드 기업, 또는 지역 병원시스템에 의한 인수 등은 전문적 자율성을 유지하려는 의사들에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규제당국은 다양한 계약형태와 연관된 인식된 위험에 따라 특정 인수유형을 선호할 수 있다. 고가 의약품이 처방되는 전문진료 분야에서는 의약품 도매업체 주도 통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헬스케어 분야와 마찬가지로 도매시장도 대기업 중심의 통합이 진행 중이며, 이는 비용 증가와 의사 자율성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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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
* 본 컬럼은 의료기기를 비롯한 헬스케어 분야의 국내외 학회지에 발표된 논문 및 연구보고서 등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 의료기기 관련 보건의료정책 마련에 통찰력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주 발표됨
출처 : Pharmaceutical Wholesalers — Under-the-Radar Middlemen?
Rooke Ley H, et al. n engl j med 393;14 nejm.org. October 9, 2025. DOI: 10.1056/NEJMp2507855
https://www.nejm.org/doi/pdf/10.1056/NEJMp2507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