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의료·제약업계 ‘리베이트’ 세무조사 강화
“리베이트, 손금 부인·소득세 추징부터 형사처벌까지 연계 대응해야”
● Medtech를 보는 율촌의 눈 22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국세청, 리베이트 탈세 전방위 추적
지난해 9월 국세청은 “부당이득을 누려온 리베이트 탈세자, 끝까지 추적하여 불공정의 고리를 끊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기획해 이를 실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국세청은 품질 향상 및 원가 절감을 통해 소비자 후생에 기여해야 할 사회적 자원이 리베이트 비용으로 소진돼 경제·사회 전반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부실시공, 의약품 오남용 등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부작용까지 낳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의료·제약업계에 대한 세무조사가 치밀한 기획 하에 시행되고 있다. 의료기기법 역시 약사법과 마찬가지로 ‘의료인에 대한 이익제공 금지’ 규정을 두고 있어, 의료기기업계 또한 동일한 기조의 세무조사를 피하기 어렵다.
법인세 손금 부인과 소득세 추징
세무조사는 법인세 신고자료 분석에서 시작된다. 과세관청은 회사의 비용 지출 내역을 정밀하게 분석해, 의료인에 대한 리베이트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국가 입장에서는 리베이트 정황이 포착되면 손금 부인과 소득과세로 연결돼 국세·세외수입이 늘어나게 되므로, 과세관청의 조사에 탄력이 붙게 된다.
먼저, 조사대상 업체에 대한 손금 부인으로 법인세를 거둘 수 있다. 손금은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손비로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비용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지출은 ‘통상성’을 인정받지 못해 손금 부인되고, 그에 상응하는 만큼 법인세가 추가로 과세된다. 대법원 2015년 판결(2012두7608)은 의약품 리베이트 비용을 손금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후 약사법에서 리베이트 금품 제공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면서, 과세관청은 이와 같은 비용의 지급 사실을 밝혀내면, 곧바로 해당 지출의 손금을 부인하고 법인세를 추가로 과세할 수 있게 됐다.
다음으로, 과세관청은 리베이트 귀속처를 끝까지 추적해 소득과세를 할 수 있다. 통상 리베이트를 수령하는 의료인은 고소득자로 실효세율이 높다.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행위가 의료법 위반이나 조세포탈 등 형사 범죄로 구성하면, 벌금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형사고발이 되면 세금을 뒤늦게라도 완납했는지 여부가 양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무관서는 세금을 조기에 징수하기 위해서라도 조사에 착수하면 적극적으로 리베이트를 포착하려고 한다.
리베이트로 간주되는 이익 제공 유형
그렇다면 어떤 경제활동이 법이 금지하고 손금으로 인정될 수 없는 리베이트일까? 의료기기법과 약사법이 금지하는 ‘이익 제공’이라면 손금으로 인정될 수 없는 리베이트로 본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리베이트용 자금을 마련해 의료인에게 직접 현금을 제공하는 경우다. 인테리어 비용 대납, 여행·행사 비용 제공 등도 모두 리베이트로 본다.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형태도 존재한다. 예컨대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가 도매상에 매출할인을 통해 자금을 조성하고, 도매상이 의료인에게 대신 이익을 분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또 의학 전문 저널에 광고비를 집행하고, 이를 재원으로 저널이 특정 의사에게 원고료를 지급하는 방식도 리베이트로 적발된 바 있다.
최근에는 고가 의료기기를 의료기관에 무상으로 대여하고 장기간 회수하지 않는 사례도 문제가 됐다. 세무당국은 해당 기기 자체를 의료기관에 제공한 ‘이익’으로 간주해 비용을 세무상 손금 부인하고, 나아가 형사 수사로까지 이어갔다.
리베이트 세무조사, 조세범칙조사로 전환
리베이트에 대한 세무조사는 단순한 과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관할 보건소로 통보돼 행정제재로 이어질 수 있고, 경찰청 또는 지방경찰청 차원의 중대범죄 담당 부서에서 의욕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뒤 과세관청에 리베이트 사실관계를 통보하기도 한다. 특히 리베이트 재원을 마련하면서 허위 장부 작성이나 허위·가공 세금계산서 발급 내지 수수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포탈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등 중대한
범죄 혐의로 발전한다. 이런 행위가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를 구성하기도 한다. 만약 조세포탈죄가 성립하게 되면, 회사는 포탈세액의 3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받으면서도 법인세 본세와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가공세금계산서 누적 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더 심각하다. 특정범죄가중법에 따라 징역형에 더해, 공급가액 합계액에 부가가치세율을 곱한 금액의 2배에서 5배까지 고액의 벌금이 부과된다. 더구나 매입세액 공제 혜택을 박탈당해 거액의 부가가치세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 역시 관련 세금은 별도로 납부해야 하므로, 회사는 이중·삼중의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이 같은 혐의가 인정되면, 회사와 거래한 도매상이나 병원도 허위·가공거래의 거래상대방이라는 이유로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되고, 조사 대응에 따른 현실적 부담과 거액의 추징세액으로 곤란을 겪게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거래 관계가 단절되는 등 사업상의 타격까지 이어질 수 있다.
마무리하며
세무조사 과정에서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지면, 조사 범위가 업무상 횡령·배임뿐만 아니라 조세포탈,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등 중한 혐의로 확대될 수 있다. 리베이트는 그 특성상 명확한 증거가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사기관과 법원은 물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당사자의 진술이나 증언을 기초로 사실관계를 확정하게 된다. 그러나 회사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 혹은 책임을 전가해야 자신의 책임이 희석되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실 관계에 대해 확정적으로 진술하거나, 의도적으로 진술을 왜곡할 경우 회사에 불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심지어, 담당 직원이 불완전하고 희미한 기억을 토대로 한 진술이 억울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익 제공의 범위와 규모가 다퉈질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수년 전 거래의 구체적 내역을 직원이 정확히 기억해 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된 진술은 곧잘 불리한 증거로 활용된다. 따라서 의료기기 기업은 세무조사나 수사에 직면했을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면밀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 본 원고는 필자 개인의 견해로써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