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 RWE 기반 보건의료평가 확산”

ISPOR 도쿄 학회서 의료기기 HTA·급여평가 전략 모색

2025-10-13     의료기기뉴스라인

● ISPOR Real-World Evidence Summit 2025(2025. 9. 28~30.) 참관기

▲배 수 현
한국존슨앤드존슨메드테크 과장

국제약물경제성평가 및 성과연구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Pharmacoeconomics and Outcomes Research, ISPOR)는 보건경제학 및 성과연구(HEOR)를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 의사결정 분야의 글로벌 학회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ISPOR Real-World Evidence Summit 2025: Through the Lens of Asia Pacific’이 개최됐다. 이번 학회에서는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보건의료 환경을 중심으로 실사용데이터(RWD)와 실사용근거(RWE)의 활용 전략, 제도적 과제, 정책적 시사점을 심도 있게 다뤘다.

필자는 이번 학회에서 △아시아·태평양에서의 근거기반 HTA(Health Technology Assessment, 보건의료기술평가)를 위한 환자데이터 활용 △일본의 HTA 제도 현황과 과제 △의료기기 HTA에서의 RWE 활용 △RWE에서의 생성형 인공지능 등 주요 세션을 청취했다. 이를 통해 최신 국제 흐름에 따른 APAC 지역 내 RWE 기반 HTA의 발전 현황과 향후 방향을 살펴봤다.

▲이번 ISPOR Real-World Evidence Summit 2025에 참가한 한국존슨앤드존슨메드테크 관계자 단체사진

<주요 세션별 요약표>

세션 내용
Harnessing RWD for Evidence-Based HTA in Asia-Pacific: Data Challenges, Evolving Paradigms and Empirical Application APAC 지역(중국, 일본, 호주)에서 HTA의 근거로써 RWE/RWD 필요성과 급여의사결정 및 재평가 등에서의 활용 추세 소개. 공통 과제로 데이터 품질 및 접근성 향상 필요성, 방법론 표준화, 공식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성 제기
HTA System in Japan: Progress and Issues 일본의 HTA 시스템 현황과 과제. 최근 의료기술(의약품 및 의료기기) HTA 평가에서 RWE의 역할 확대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음. 이때, 증거 요건의 투명성, 비용-효과 분석 가이드라인의 구체성 등이 주요 과제로 제기됨
Equity-Informative Real-World Evidence: Learning From Global Lessons and Exploring Future Initiatives 공중보건적 측면에서 RWE의 단순 비용효율성 분석이 아닌, 지리적, 사회인구학적, 인종 및 민족 등 사회경제적 격차를 고려한 건강 형평성 정보가 반영될 수 있는 방향 모색
Learning From the COVID-19 Pandemic and Designing a New HEOR Research Model: What is the Role of Real-World Evidence and How does It Work? COVID-19 위기 경험을 바탕으로 RWE/HEOR 모델을 재설계하고 미래 방향 토의
Use of Real-World Evidence in Medical Device HTA Evaluations: Lesson Learned From Australia and Japan 의료기기 분야에서 일본과 호주 HTA 기관들이 RWE를 어떻게 수용 및 활용하는지 사례 중심으로 공유. 최근 일본에서 HTA(비용-효과평가) 목적으로 Micra Pacemaker의 RWE가 보완근거로 활용되었으며, 호주는 관찰연구 및 레지스트리 데이터를 평가에 적극 반영 중
Generative AI in RWE: Real-World Impact and the Road to Reliable Evidence for Decision Making 생산형 AI가 RWE 연구에 미치는 영향과 활용 가능성 탐색. 문선검토 자동화, 증거 요약, 비정형데이터 분석 등에서 효율성 향상 기대. 다만 데이터 보안, 편형성 관리 등 고려 필요
How Is Real-World Evidence Supporting Conditional Listing and Health Technology Reassessment? RWE가 조건부 등재 및 보건기술재평가 과정에서 활용되는 모델 소개. 초기 등재 시 제한적 증거로 입증이 어려웠던 유효성을 RWE를 통해 임상성과를 검증하고 급여범위를 조정하는 제도 사례 제시

RWE, APAC 지역 급여의사결정의 핵심 근거
이번 학회에서는 중국, 일본, 호주 등 APAC 주요국의 HTA 제도에서 RWE 활용 현황과 개선 과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중국은 국가의료보장국(NHSA) 주도로 RWE 가이드라인을 공식 발간하고, 국가의약품급여목록(NRDL) 등재 및 재평가에 RWE를 핵심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호주는 의료서비스자문위원회(MSAC)의 평가 신청 건 중 70% 이상이 RWE를 사용하고 있으며, 의약품급여자문위원회(PBAC) 역시 무작위배정임상시험을 보완하는 실증 근거로 RWE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은 2019년부터 사후 비용효과평가 제도를 도입해 RWE를 약가와 의료기기 가격 조정 체계에 활용하고 있다. 발표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RWE는 HTA와 급여결정의 핵심 평가근거로 자리 잡았지만, 데이터 품질과 접근성, 방법론 표준화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뢰성 높은 RWE를 확보하기 위해 공식 가이드라인 확립과 인프라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 분야, RWE 기반 평가 본격화
‘의료기기 HTA에서의 RWE 활용(Use of RWE in Medical Device HTA Evaluations)’ 세션에서는 의료기기 평가에서의 RWE 적용이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일본은 2019년 의료기기에도 HTA 제도를 도입해 사후 비용효과성 평가를 적용하고 있으며, 특히 MICRA 심박조율기 사례에서는 RWE가 기존 임상시험 데이터를 보완하는 증거로 사용됐다. 발표자는 “현재 RWE 기반 HTA 평가는 주로 의료비용 분석에 초점을 두고 있어, 의료기술의 가치를 반영하고 보험자 관점을 포함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역시 의료기기 특성상 임상시험 수행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관찰연구 및 레지스트리 기반 데이터를 평가 근거로 인정하는 등 보다 실증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었다.
패널들은 데이터 품질, 투명성, RWE 인프라 접근성의 불균형을 문제로 지적하면서도 “의료기기처럼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기술 혁신이 빠른 분야일수록 RWE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기기 HTA에서의 RWE 활용 세션 모습

생산형 AI, RWE 분석 보조 도구로 활용성
‘RWE에서의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in RWE)’ 세션에서는 최근 떠오르는 생산형 AI 기술이 RWE 연구에 미치는 영향이 다뤄졌다. 발표 패널들은 “AI 기반 체계적 문헌고찰은 기존 방식 대비 최대 90%의 시간 절감이 가능하고, 인간 오류를 줄이면서 포괄성을 높인다”며 특히 비정형 데이터 활용에 강점을 보이는 것으로 소개했다. 또한, AI가 단순한 분석도구를 넘어 전문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으며, RWE 연구의 신속성과 일과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국, RWE 기반 평가제도 도입 논의해야
한국은 현재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를 중심으로, 평가유예 신의료기술의 국내 임상 데이터를 한시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제한적으로 HTA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외의 공식적인 RWE 기반 평가제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APAC 지역에서 RWE를 HTA 및 급여결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흐름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RWE 연구와 평가활용을 위한 공식 가이드라인 제정과 제도적 프레임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일본과 호주의 사례에서 보듯, RWE는 단순히 RWD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편향과 불확실성 등 한계를 엄밀히 조정해 신뢰성 있는 근거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도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명확한 기준과 방법론을 갖출 필요가 있다.

RWE, 이제는 ‘중심 근거’로
이번 학회는 단순한 RWE 기반 평가연구에 대한 학술 발표의 장을 넘어, APAC 지역이 RWE를 보건의료기술평가 및 급여정책 결정의 핵심 체계로 전환하는 흐름을 보여준 자리였다. RWE는 더 이상 보완적 근거에 머물지 않고, 의사결정의 중심축으로 논의되고 있다.
다만, 국가별 데이터 인프라 격차와 표준화 부족, 편향 조정 등 방법론적 리스크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향후 국내에서 RWE가 단순히 비용효과 분석을 넘어, 지리적·사회인구학적 형평성, 환자 가치, 실제 임상성과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험자, 학자, 정책입안자, 환자단체, 의학단체, 산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RWE 기반 평가와 정책결정이 우리나라 제도 내에서도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