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준모드시에서 되새긴 봉사의 의미”

회원사와 함께한 의료봉사, 코로나19 이후 처음 재개된 나눔

2025-09-04     의료기기뉴스라인

● KMDIA 몽골 준모드시 의료봉사(2025.8.3.~8.)

▲이 채 원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산업육성본부 산업육성팀장

다시 찾은 땅, 다시 만난 사람들

지난달 3일부터 8일까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서울의료봉사재단과 함께한 몽골 해외 의료봉사 활동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봉사는 몽골 투우아이막 준모드시 소재의 KMDIA 무료진료센터(중앙병원)에서 진행됐으며,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재개된 해외 봉사였기에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단순한 진료 활동을 넘어 봉사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고, 나눔이 주는 감동을 다시 체감한 여정이었다.

몽골은 낯설지만 정겨운 나라다. 지난 방문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그 땅을 다시 밟으니,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가움이 밀려왔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듯 펼쳐진 초원과 청명한 하늘, 그 아래 살아가는 순박하고 따뜻한 사람들. 의료 접근성이 부족한 지역이지만, 그 안에는 더없이 건강하고 순수한 공동체의 모습이 있었다.

봉사단은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협회 사무국 직원, 일반 봉사자와 통역 등 12명으로 꾸려졌다. 현지 여건상 인원이 다소 제한적이었으나, 모두의 열정과 진심이 부족한 인원을 충분히 보완했다. 낯설었던 표정은 공항에서 짐을 나누고 봉사 장비와 선물을 함께 정리하면서 금세 사라졌다. 참가자들은 누구보다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서로를 배려했고, 봉사 내내 하나 된 마음으로 임했다.

▲KMDIA 및 서울의료봉사재단 봉사자 단체사진

설렘과 책임 속에 시작된 여정

인천공항에서 가진 간단한 출범식은 우리의 첫 호흡이었다. 아이들에게 전할 선물과 의료 물품을 함께 나눠 담으며, 봉사의 시작이 단순한 여행이 아닌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항은 분주했지만 마음만은 고요하고 따뜻했다.

몽골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창밖으로 펼쳐진 광활한 대지는 봉사의 설렘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이 땅의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주고 싶다”는 다짐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진료 첫날, 우리는 투우아이막 보건청을 방문해 지역 의료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비 내리는 날씨였지만 뭉크토야 보건청장은 따뜻한 차와 함께 우리를 반겨 주었다. 이후 KMDIA 무료진료센터(중앙병원)에 도착하니, 복도에는 이미 아침 일찍부터 진료를 기다리는 현지 주민들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더욱 묵직한 책임감을 느꼈다.

▲투우아이막 보건청 방문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피로는 사라지다

진료는 3세부터 15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흘 동안 쉼 없이 이어졌지만, 아이들의 충치 치료, 예방 진료, 구강검진뿐 아니라 올바른 칫솔질 교육까지 세심히 이뤄졌다. 총 170명의 아이들이 무료 진료 혜택을 받았고, 이는 작은 인원으로 이룬 결실이라 더욱 값졌다.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질 때면 봉사단은 아이들과 종이접기, 팔찌 만들기, 그림 그리기 같은 체험 활동을 함께했다. 작은 스티커 하나, 어눌한 몽골어 인사 한마디에도 아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졌다. 처음엔 긴장한 얼굴로 진료실 문을 열던 아이들이 치료 후엔 활짝 웃으며 나올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졌다.

특히 치료 도중 울음을 터뜨리던 한 아이는 끝나자마자 봉사자의 품에 안겨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걸며 앞으로 올바른 칫솔질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이의 순수한 다짐은 단순한 진료를 넘어, 우리에게도 잊지 못할 감동과 위로의 순간이 됐다.

▲올바른 칫솔질 교육 모습

현지의 협력과 회원사의 따뜻한 후원

이번 봉사가 가능했던 또 하나의 힘은 회원사의 후원과 현지 기관의 협력 덕분이었다. 글래드얼라이언스, 브레인테크,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약품냉장고 2개, 소변·수질 분석 시스템 2대, 재정 후원 등 총 1,800만 원 상당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현지 의료 환경의 수준을 높이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투우아이막 중앙병원 우간바야르 원장은 기부 장비의 성공적인 설치를 약속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서울의료봉사재단 역시 포터블 엑스레이 및 디지털 센서 장비의 추가 지원을 약속해 지속적인 협력 의지를 표했다. 또한 봉사단은 투우아이막 보건청의 초청으로 인근 에르데느 마을의 신설 병원을 방문해 향후 공동 의료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나눔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회원사 후원물품 및 기부금 전달식 기념사진

봉사의 끝, 그러나 나눔의 시작

몽골 의료봉사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우리가 나눈 것은 치료나 장비에 그치지 않았다. 언어와 문화, 환경이 달라도 진심은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 가장 큰 힘이 생긴다는 것을 배웠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더 많은 인력이 함께하지 못했고, 더 넓은 지역을 돌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경험은 앞으로 더 나은 봉사를 준비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봉사는 누군가의 삶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이자, 동시에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몽골에서 만난 아이들과 부모들, 그리고 현지 의료진과 나눈 소중한 교감은 오래도록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 앞으로의 나눔을 이끄는 빛이 될 것이다. 봉사의 길은 끝이 아닌 시작이며, 우리는 그 빛을 따라 다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