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이후의 ‘소득처분’, 의료기기 업계가 짚어야 할 쟁점

대표자 상여 간주부터 리베이트 처벌 가능성까지, 소득 귀속 불분명 시 대응 과제

2025-08-08     의료기기뉴스라인

● Medtech를 보는 율촌의 눈 

▲박 진 호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과세관청이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누락된 소득금액을 찾아내거나 기존에 과다계상된 비용을 발견해, 결과적으로 과세소득이 늘어나는 경우 해당 법인에 대해 과세처분을 한다. 이때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늘어난 과세소득에 해당하는 금원이 누구에게 귀속됐는지를 살펴서 그 귀속자 등에게 상여, 배당, 사내유보 등으로 처분하도록 한다. 지난 6월 기고 ‘의료기기 업계의 세무조사, 어디까지 대비해야 하나?’에서 언급한 ‘소득처분’이 바로 이것이다.

소득처분, 귀속자가 불분명하면 대표자가 책임 물어

늘어난 과세소득(세법은 이를 ‘익금에 산입한 금액’ 또는 ‘손금에 산입하지 아니하는 금액’이라 표현한다)이 법인 밖으로 유출된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소득이 귀속된 자가 주주라면 배당으로, 임직원이라면 상여로, 다른 법인 혹은 사업자라면 기타 사외유출로 소득처분을 한다.
늘어난 과세소득이 법인 밖으로 유출은 됐는데, 누구에게 귀속됐는지 불분명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과세관청은 법인 대표자에게 소득이 귀속됐다고 간주해 소득처분을 한다. 법인 대표자라면 회사의 자금흐름을 알고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회사가 그 귀속을 밝히지 못하면 곧바로 대표자의 상여로 인정 내지 간주하겠다는 의미다(세법은 이를 ‘인정상여’라 부른다). 대표이사가 형식상의 대표이사일 뿐이고, 30% 이상의 회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회사를 실제로 경영한 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그자를 대표자로 보아 소득처분을 한다.

세금은 법인이 부담할까, 소득의 귀속자인 개인이 부담할까

소득처분이 이뤄지게 되면, 배당이나 상여 등을 받은 것으로 보게 된 자에게 세금을 매기는 것일까, 아니면 그 소득을 지급한 법인에게 세금을 매기는 것일까? 일단 법인에 세금을 매긴다.
예를 들어,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다고쳐의료기기’가 이미 소득 구간이 최고세율 구간인 대표이사 ‘나대표’에게 10억원의 인정상여 처분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세무서는 먼저 다고쳐의료기기에 대해 약 4억 9,500만원의 원천징수세액 및 가산세를 징수한다. 이때 다고쳐의료기기는 이 4억 9,500만원의 세금을 원래 부담했어야 했던 나대표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
다고쳐의료기기가 나대표에게 정상적인 방법으로 세전 10억원의 상여를 지급했다면, 나대표의 실수령액은 원천징수세액을 차감한 5억 500만원이었을텐데, 소득처분에 따라 나대표가 10억원의 상여 전액을 원천징수 없이 가져간 것으로 보게 되므로, 그 차액인 4억 9,500만원을 법인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소득처분의 파급효과, 세금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소득처분이 있으면 일단 법인이 소득처분에 해당하는 원천징수세액을 징수처분과 함께 국가에 납부하게 되고, 해당 법인은 뒤돌아서서 소득의 귀속자에게 구상청구를 함으로써 최종적인 세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일련의 절차를 염두에 둔다면, 세무조사에 직면해 어떤 부분을 고려해 가면서 대응해야 할까?
세무조사 과정에서 늘어난 과세소득이 있으면 세무서는 그 소득이 사내에 유보돼 있는지를 살펴보고, 해당 소득이 사외로 유출됐다면 그 행방을 찾게 된다. 이때, 법인의 대표자는 사외로 유출된 소득의 행방을 밝히지 못하면 자신이 상여로 지급받은 것으로 간주되는 불이익을 입는다. 그렇다고 해당 소득의 행방을 밝히는 것도 쉽지가 않다. 관련 기록이 없다면 이를 증명하기도 곤란하고, 기록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소득을 받은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가해질 위험이 있고, 때로는 거래상대방과의 신용이 깨어지는 위험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방에게 귀속된 소득만큼 상대방의 과세소득이 증가해 세 부담이 무거워질 뿐만 아니라, 그 지급 금원이 ‘리베이트’로 평가되는 경우, 이를 지급한 자와 수령한 상대방 모두 형사처벌 내지 행정처분의 대상이 될 위험까지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세무조사의 결과가 비단 세무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 파급효과를 내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제약회사에 대한 세무조사에서는 과세소득의 증가가 사외유출로 이어진 경우, 과거에는 귀속 불분명으로 처리해 대표자에게만 고액의 상여처분을 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과세관청은 정책적으로 리베이트 소득의 실질 귀속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기관 내지 의료인에 대해 소득처분을 하고, 관련 국가기관에 통보해 행정제재 및 형사처벌까지 나아가도록 장려하기도 했다. 의료기기 업체에도 이 같은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따라서 향후 세무조사에 직면했을 때 법인세 과세위험뿐만 아니라, 소득처분, 기타 행정처분 내지 형사처벌의 위험성까지 다각도로 검토해 현명하게 대응할 필요가 크다.

소득처분에 불복하고자 할 때, 법인은 직접 소득금액변동통지 다퉈야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마치면, 통상 세무조사결과통지를 하면서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칠 기회를 준 다음, 비로소 납세고지서를 발부하게 된다.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세무조사결과통지 시점에 함께 통지해 주고, 이를 받은 법인이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과세관청이 징수처분을 한다.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다투고자 할 때에는 무엇을 불복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까? 대법원은 2006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행정처분’으로 보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소득금액변동통지 시점에 처분의 위법사유를 다퉈야 하고, 그 불복기간이 다 도과한 뒤 소득금액변동통지에 이은 징수처분을 다투더라도 이미 확정된 법률관계를 뒤집기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따라서 만약 과세관청의 소득처분이 귀속자 선정이 잘못됐다거나, 소득처분금액이 과다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류의 다툼을 벌이고 싶다면, 소득금액변동통지가 있는 때 이를 처분으로 보아 그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불복기간 이내에 필요한 절차를 밟아 나아가야 한다. 

소득의 귀속자로 지정된 자가 소득처분을 다툴 수 있는 방법은?

이처럼, 소득금액변동통지를 정면으로 불복하기 위해서는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받은 법인이 소득금액변동통지 그 자체를 다퉈야 한다. 그렇다면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가 종결되고 소득처분이 이뤄졌을 때, 소득처분에 따른 ‘소득의 귀속자’는 법인의 도움이 없이는 불복할 방법이 없는가? 특히, 소득의 귀속자와 법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 문제가 된다. 법원은 원천징수를 한 법인이 소득의 귀속자를 상대로 구상청구를 할 때, 법인이 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한 사실 뿐만 아니라 원천납세의무자에게 납세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으로써 간접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위 사례에서 다고쳐의료기기가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따른 원천징수세액을 국가에 납부한 후, 나대표에게 이를 구상청구하기 위해서는 원천징수세액 납세 사실 뿐만 아니라, 나대표에게 그에 상응하는 납세의무가 있음을 증명해야 하고, 나대표는 이에 반박해 구상의무를 면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구상절차에서 이와 같은 다툼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잘 알고 있다면, 다고쳐의료기기로서는 소득금액변동통지 시점에 소득금액변동통지를 곧바로 다툴지, 아니면 소득금액변동통지 내역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한 뒤 나대표의 납세의무가 성립됐는지 여부가 다툼의 대상이 됐을 때 이를 증명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나대표를 상대로 구상청구를 할지를 미리 검토해 보는 것이 좋다.

※ 본 원고는 필자 개인의 견해로써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