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수익과 혁신으로 잇는 의료기기 기술사업화 전략”

‘시장 타당성 검토’에서 ‘사후관리’까지 전주기 사업화 로드맵

2025-07-11     의료기기뉴스라인

● DYPrime과 함께하는 지속성장 전략 인사이트

▲김 도 균
디와이프라임 대표

의료기기산업은 전통적으로 연구개발(R&D) 중심의 고기술 산업군으로 분류돼 왔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팬데믹 이후 비대면 진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수요의 급증은 의료기기산업의 구조적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기술의 진보가 있다.
그러나 현장의 의료기기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은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좋은 기술’이 ‘좋은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하려면 반드시 ‘기술사업화’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기술사업화란 무엇인가
기술사업화는 단순히 기술을 제품화하는 단계를 넘어, 해당 기술이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의미한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는 인허가, 임상검증, 품질시스템, 보험 등재, 유통 채널 등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 속에서 기술사업화가 진행된다. 이때문에 단순히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사업화 관점에서 기술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국내 연구개발의 
기술적 성공률은 80%에 달하지만, 사업화 성공률은 40% 수준에 불과하다. 기술사업화는 단순한 ‘후속 절차’가 아니라, 기술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략적 요소다.

기술사업화 5단계 전략
기술사업화는 크게 다섯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시장과 기술에 대한 타당성을 분석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임상 영역과 시장 규모, 타깃 고객군, 경쟁 제품들과의 차별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하며, 규제 환경과 보험 체계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기술의 독창성에만 집중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환자와 의료진의 수용성, 비용 대비 효과성 등 요소들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두 번째 단계는 개념설계 및 초기 임상 검증, 이른바 PoC(Proof of Concept) 단계다. 이 과정에서는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고, 의료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수준인지 확인하며, 기술의 임상적 가치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프로토타입을 바탕으로 한 성능 검증과 IRB 승인 절차,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사용자 평가가 이 단계에서 이뤄지며, 이를 통해 수집된 피드백은 향후 제품 고도화와 설계 변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는 인허가 전략 수립과 품질시스템 구축이다. 의료기기는 법적으로 국가별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미국의 FDA, 유럽의 CE, 일본의 PMDA 등 각국의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인허가 요건에 대응해야 한다. 제품의 위험도에 따라 제출 자료와 임상시험 수준이 달라지며, ISO 13485 기반의 품질관리시스템(QMS)도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니라 제품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핵심 기반이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제품의 생산, 보험전략 수립, 마케팅 및 유통 채널 확보가 이뤄진다. 제품은 GMP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생산돼야 하며, 생산 공정의 재현성과 품질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 동시에 건강보험 등재, 비급여 등록, 실손보험 연계 등 보험 전략도 함께 수립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경제성 평가(HEOR), 비용-편익 분석, 실사용 데이터(RWE) 확보 등 다양한 자료가 필요하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의료진 교육, 유통 파트너 선정, 디지털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통해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도모해야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는 글로벌 진출과 사후관리 단계다. 특히 FDA나 CE와 같은 글로벌 인증을 획득하면 해외 시장 진출이 가능하며, 이는 단순한 수출을 넘어 기업의 신뢰성을 상징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글로벌 인증은 투자 유치, 해외 파트너 발굴, 다국가 임상시험으로의 확장 등 사업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력으로 작용한다. 또한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도 PMCF(PostmarketClinical Follow-up), 사용자 불만 대응, 사이버보안 등 사후관리 체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하며,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기술사업화는 역량을 키우는 과정
기술사업화는 특정 부서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단순한 업무가 아니다. 기업의 전략, 조직 구조,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 정부의 지원 정책 등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는 총체적 프로세스다.
성공적인 기술사업화는 단순히 제품 출시를 넘어, 기업의 역량 내재화와 지속 성장 구조로 이어진다. 하나의 제품을 성공적으로 사업화하면서 확보한 인허가 대응력, 임상시험 기획력, 보험 수가 대응 경험은 기업 내부의 역량으로 축적돼 차기 제품 개발과 확장에 결정적 기반이 된다. 단일 제품 기업이 포트폴리오 기반의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실제로 기술사업화에 성공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바라보는 전략적 시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고, 시장 진입 장벽(보험, 인증, 유통)을 고려하며 제품을 설계한다. 이런 기업들은 제품이 단지 ‘기술적으로 우수한 도구’가 아니라, 실제 의료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또한 정부의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R&D, 기술창업(TIPS),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해 자금, 네트워크, 실증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지속 성장의 필수 조건, 기술사업화
이제 의료기기 기업은 기술력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기술을 어떻게 시장에 연결하고, 수익으로 전환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전반적 기술사업화 전략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기술사업화는 의료기기 기업의 진정한 성장 전략이며,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그 속도만큼 시장이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는 단순히 기술 중심으로 사업화를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의료 현장의 목소리, 즉 실제 사용자의 피드백과 임상적 요구가 반드시 반영돼야 하며, 이는 의료기기 사업화가 다른 기술 분야와 구분되는 본질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기술사업화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경험 있는 전문 컨설팅 기업이나 산업 내 전문가 네트워크와 협력한다면, 조금은 험난한 과정을 보다 지혜롭게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