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상용화 위한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절차의 쟁점

“제품 허가만으로는 부족, 기존기술 여부 판단과 신의료기술평가 고려해야”

2025-07-11     의료기기뉴스라인

● Medtech를 보는 율촌의 눈 

▲허 나 은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

의료기기를 의료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인증·신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기존기술 여부 확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등재 절차의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는 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복지부·심평원·보의연은 건강보험으로 비용을 보전하는 것이 적정한지를 평가한다.
이런 절차를 통해 특정 의료기기를 사용한 행위 또는 치료재료가 급여 또는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정돼야, 요양기관은 환자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의료기기 사용에 따른 비용을 받을 수 있는지는 의료기관과 제조사 모두에게 중요한 사안이므로, 본 기고에서는 이에 관한 법적 구조와 쟁점을 살펴본다.

국민건강보험법령상 의료기기 비용 규율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의료보험에 가입되는 보편적 건강보험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모든 의료기관은 보험급여를 제공하는 요양기관으로 당연 지정돼 있다.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르면, 급여 또는 법정 비급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치료재료·약제에 대해 요양기관이 환자 또는 건보공단으로부터 비용을 받는 경우, 이는 부당청구에 해당해 업무정지 또는 환수처분의 대상이 된다.
결국, 특정 의료기기를 사용한 행위 또는 치료재료가 급여·비급여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요양기관은 그에 대한 비용을 받을 수 없게 되므로, 이는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제조(수입)사에 있어 법적·실무적으로 중요한 쟁점이 된다.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는 국민건강보험법상 행위 또는 치료재료에 대응국민건강보험법은 보험급여 항목을 행위, 치료재료, 약제로 구분하며, 여기서 말하는 ‘행위’는 진찰, 수술, 처치 등 치료 전반을 포괄한다. ‘치료재료’는 별도의 법적 정의는 없지만, 통상적으로 진료에 사용되는 소모성 재료를 의미하며, 식약처의 허가·인증·신고를 받은 의료기기 중 일부 소모성 재료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 그 자체가 건강보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의료기기는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한 ‘행위’ 또는 ‘치료재료’로 구분돼 건강보험 체계에 편입된다.

행위 및 치료재료에 대한 급여·비급여 체계
특정 행위 또는 치료재료가 급여 또는 비급여 대상인지는 관련 비용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로 귀결되므로, 이에 대한 급여·비급여 체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행 법령상 모든 행위 및 치료재료는 원칙적으로 급여 대상이 되나, 실제 복지부 고시인 급여목록표 고시에 등재돼야만 급여 대상이 된다. 비급여의 경우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 2]에 규정된 법정 비급여 항목이거나, 별도의 비급여목록표 고시에 등재돼야만 비급여 대상으로 인정된다. 즉, 행위와 치료재료는 모두 급여든 비급여든 급여목록표 또는 비급여목록표 고시에 등재돼야 하는 것이다.
한편, 치료재료의 경우 원칙적으로 행위료에 포함돼 별도 산정되지 않으며, 복지부장관이 별도 인정한 치료재료 또는 급여목록표 고시에 등재된 품목에 한해 예외적으로 별도 보상이 가능하다.
따라서 제조(수입)사가 치료재료를 포함한 의료기기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허가 또는 인증을 받았거나 신고를 완료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한 행위나 치료재료가 곧바로 급여 또는 비급여 대상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그 행위 또는 치료재료가 위 규칙 [별표 2]에 따른 법정 비급여 대상이 아닌 한, 급여목록표 또는 비급여목록표 고시에 등재돼야만 관련 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환자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된다.

의료기술에 대한 건강보험 등재 절차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건강보험 체계상 요양기관이 환자 또는 건보공단으로부터 의료기기 사용에 따른 비용을 수취하기 위해서는,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한 행위 또는 치료재료가 급여 또는 비급여 항목으로 확정돼야 한다.
그런데 만약 해당 의료기기가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기술에 기반한 것이고, 기존기술로 분류된 경우에는 별도의 급여등재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기존기술의 분류체계에 따라 비용 수취가 가능하다. 즉, 기존기술이 급여 항목에 해당하면 환자 및 건보공단으로부터 급여비용을 받을 수 있고,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환자로부터 비급여 비용을 받을 수 있다.
반면에, 해당 기술이 기존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심평원에 요양급여대상·비급여대상 여부 확인 신청을 통해 기존기술 해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존기술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별도의 절차 없이 의료현장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이에 따른 비용 역시 급여 또는 비급여 방식으로 수취할 수 있다.
그러나 심평원의 평가결과 기존기술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 경우에는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의료기술평가는 보의연이 수행하며, 이 과정에서는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평가된다. 평가결과는 기존기술, 신의료기술, 연구단계기술 중 하나로 분류되며, 신의료기술로 분류되는 경우에 한해 급여등재 절차로 진입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전 과정을 모두 완료해야만 시장 진입이 가능한 기존 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제한적 의료기술, 혁신의료기술, 평가유예 제도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선진입 후평가’ 방식으로 의료기기를 시장에 먼저 진입시키고 비급여로 비용 수취를 허용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도입됐다.

제품화 기획 단계서부터 비용 구조에 대한 선제적 검토 필요
의료기기의 제품화를 기획할 때, 해당 제품을 사용한 의료행위나 치료재료에 대한 대가(비용)를 환자 또는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지는 사업성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사안이다.
해당 기술이 기존기술로 인정되면 급여 또는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비용 수취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진행될 수 있다. 이런 제도적 한계로 인해, 규제기관은 최근 허가·평가 통합운영제도, 제한적 의료기술 제도, 선진입 후평가 제도 등을 도입해 진입장벽을 다소 낮추고 있으나, 여전히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해당 기술이 신의료기술, 혁신의료기술 또는 평가유예 대상으로 인정되면, 요양급여 결정신청을 한 일부 요양기관에 한해 비급여 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후 심평원 및 복지부의 고시 등재 절차를 거쳐야 모든 요양기관이 비용을 수취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국내에서 의료기기를 상용화한다는 것은 식약처의 허가·인증·신고 획득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복잡한 건강보험 급여체계와의 연계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제조사는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한 행위 또는 치료재료의 기존기술 해당성,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을 가능성, 절차별 소요기간과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건강보험 체계를 반영한 개발 및 사업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 본 원고는 필자 개인의 견해로써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