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테크, 국내 기술사업화 효율 높이는 데 앞장”
다양한 기술 주체와 산업계 연결에 협회의 활약 기대
● 인터뷰–용홍택 메디테크 조직위원장
| 국내 의료기기 및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의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이 제품과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은 산업 발전을 위한 큰 숙제다. ‘논문과 특허’에 멈춰 있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어떻게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출범한 것이 ‘메디테크 조직위원회’다. 2023년 출범 이후, 연구기관과 기업,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실현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의 장’을 만들어 왔다. 이번 인터뷰는 조직위원장인 한양대 용홍택 교수(前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를 통해 메디테크가 어떤 철학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오는 9월 제주에서 개최될 행사에는 어떤 비전을 담고 있는지 직접 들어보는 자리였다. <편집자 주> |
국내 기술사업화 한계, 메디테크 출범 배경
“국내 R&D 예산은 연간 30조원에 달하지만, 기술이전 효율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용홍택 조직위원장은 인터뷰 시작과 함께 국내 기술사업화의 현실을 짚었다. 실제로 미국 대학의 평균 기술이전 효율(기술료 수입/연구비)은 약 4.17%지만, 한국은 약 1.3~1.5% 수준에 그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 성과를 산업화로 연결하는 실질적 플랫폼이 필요했고, 그 결과가 바로 ‘메디테크’라는 것이다.
다양한 기술 주체 연결하는 민관 협력 구조
메디테크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 △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 △한국연구재단 등 총 7개 기관이 공동 주관한다.
이에 더해, 메디테크는 기술이전과 사업화 과정 전반을 고려해 다양한 기술 주체를 연결하는 민·관 협력 구조를 만들고 있다. 주요 참가자로 기술을 개발하는 대학과 연구기관은 물론, 이를 사업화할 스타트업과 기업, 그리고 기술 보호와 이전을 지원하는 특허 법인,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벤처캐피털(VC)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한자리에서 만나 기술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실제 협력까지 이어지는 유기적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용 위원장은 “예전에는 기업들이 각각의 대학이나 출연연을 직접 찾아다녀야 했으나, 이제는 메디테크에 오면 모든 기술 주체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중심’ 이노베이션 어워드
메디테크의 핵심은 ‘기술 중심’이다. 일반적인 의료기기 박람회와 달리, 제품 전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신, 기술 공급자(대학·연구기관)와 수요자(기업·VC)가 직접 만나 일대일로 연결되는 구조에 집중한다. 용 위원장은 이를 “기술이 인정받고 선택받을 수 있는 생태계”라고 표현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메디테크 이노베이션 어워드’도 이 같은 철학을 반영한다. 여기서 수상하는 기술은 상금뿐 아니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컨설팅과 투자 유치 등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1회 어워드 수상 기업인 ‘솔메딕스’는 성대질환 치료를 위한 광유도 약물 주입장치 ‘라이트인(Lightin)’을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아 상용화했다. 이 제품은 2023년 식약처로부터 제52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으며, 작년에는 미국 FDA로부터 510(k) 승인을 받아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또한, 지난해 메디테크를 계기로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케이메디허브)과 인투브이에스(IN2VS)가 ‘승모판 역류증 수술 시뮬레이터’ 관련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다. 케이메디허브의 환자 맞춤형 시뮬레이터 기술과 인투브이에스의 맥동성 펌프 기술이 결합하면서, 정밀하고 실용적인 의료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하는 협력이 자연스럽게 추진됐다.
2025 메디테크, 글로벌 파트너링 강화
오는 9월 개최되는 ‘2025 메디테크 – 의료기기/헬스케어 오픈이노베이션 & 비즈 파트너링’은 3번째 정기 행사다.
올해는 특히 중국 의료기기 시장의 핵심 기업인 위고그룹(WEGO)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단순한 참관이 아니라, 기술 투자와 제품 상용화까지 염두에 둔 실질적 파트너링을 목적으로 한다. 용 위원장은 “이들과의 협력이 국내 스타트업의 중국 시장 진출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1·2회 때 협력했던 싱가포르 기반의 글로벌 VC ‘벤처블릭’과의 인연도 이어진다.
의료기기·디지털헬스케어 중심 융합 전략
용홍택 조직위원장은 메디테크의 비전을 ‘의료기기와 디지털헬스케어 중심의 융합 플랫폼’으로 제시했다. “우리는 IT 강국이다. 여기에 바이오와 디지털 기술이 융합되는 의료기기,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는 미래 성장 동력이다”
특히 AI 기반 진단 기술, 디지털 치료기기,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등은 현재 글로벌 VC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 트렌드도 이를 뒷받침한다.
용 위원장은 “제약은 임상 기간이 길고 리스크가 크지만, 의료기기는 그에 비해 시장 진입 속도가 빠르고 비용 부담이 낮아, 투자 효율이 높다”며, 메디테크가 의료기기와 디지털헬스케어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산업계와의 연결, 협회의 역할 기대
메디테크는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 그리고 투자자 등 기술사업화 생태계의 모든 주체가 한자리에 모여 실질적인 협업을 이루는 구조를 지향해 왔다. 이 가운데 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의 협력은, 기술 공급자와 실제 수요 기업 간의 연결을 보다 체계적으로 폭넓게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김영민 협회장도 메디테크와의 협력에 공감하며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표한 바 있어, 양측의 파트너십이 본격화되면 기술이전의 실효성과 산업계의 참여 폭은 한 층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이 시장으로 가는 길”
마지막으로 용 위원장은 메디테크의 존재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개발된 기술이 논문에서 멈추지 않도록, 시장으로 가는 길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그는 이를 위한 △기술 공급자의 적극적 참여 △기업의 실질적 수요 연결, 그리고 △VC 및 글로벌 플랫폼과의 브리지 등 세 가지 요소를 강조했다. “이 세 요소가 잘 연결되면, 우리도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료기기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