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로 질병을 읽다, 정밀의료의 새로운 길”
‘마스토체크’에서 ‘PASS’까지, 베르티스의 한국형 정밀의료 전략
● KMDIA 회원사 CEO 인터뷰 – 베르티스 한승만 대표
| 정밀의료는 최근 의료산업 전반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분야다. 개인의 생물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단백질은 질병의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정보로, 이를 분석하는 ‘프로테오믹스’ 기술은 정밀진단과 치료 분야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베르티스는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정밀의료의 가능성을 현실로 구현해 온 기업이다. 본지는 베르티스 한승만 대표를 만나 창업 계기부터 대표 기술, 그리고 정밀의료 산업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정밀의료는 최근 의료산업 전반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분야다. 개인의 생물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단백질은 질병의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정보로, 이를 분석하는 ‘프로테오믹스’ 기술은 정밀진단과 치료 분야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베르티스는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정밀의료의 가능성을 현실로 구현해 온 기업이다. 본지는 베르티스 한승만 대표를 만나 창업 계기부터 대표 기술, 그리고 정밀의료 산업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정밀의료 시장진입 배경과 창업 이야기
“단백질 기반 기술은 한국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 확신했다”
베르티스 한승만 대표는 SK케미칼에서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뒤, 컨설팅과 투자업계를 거치며 바이오 분야의 시장 가능성을 다각도로 경험했다. 그는 2014년,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술로 단백질 기반 분석 기술인 ‘프로테오믹스’에 주목하며 베르티스를 창업했다.
그는 당시 유전체 중심의 연구가 활발했던 흐름 속에서, 유전자의 최종 발현 산물인 단백질을 분석하는 ‘프로테오믹스’에 주목했다. 단백질은 유전자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이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정보기술(인포메틱스)이 필요하다.
한 대표는 이 분야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단백체학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한국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실제로 국내 단백질 연구 수준이 높다는 점, 그리고 인포메틱스 기반 기술의 융합이 필요한 이 분야는 한국의 IT 기반과도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여러 상황을 봤을 때, 프로테오믹스는 굉장히 중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나온 회사가 선도적인 위치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이 그의 창업으로 이어졌다.
유방암 조기진단에서 췌장암, 난소암까지
베르티스의 대표 제품 ‘마스토체크(MastoCheck)’는 혈액 내 단백질 농도 변화를 분석해 유방암 여부를 예측하는 조기진단 보조 서비스다. 유방암과 밀접한 관련을 보이는 세 가지 단백질 농도를 측정하고 이를 독자적인 알고리즘에 적용해 결과를 판정한다.
해당 제품은 2019년 식약처로부터 0기~2기 유방암 보조 진단용으로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국내 약 500여개 병원과 건강검진센터에서 선택검사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한 대표는 “피 한 방울로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임팩트가 있다”며, “정량적 단백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검사자 숙련도에 따른 편차가 없고, 통증의 부담이 없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는 문화적 제약으로 유방 엑스레이 검사가 어렵기 때문에, 혈액 기반 진단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사우디는 국가 차원에서 유방암 검진 장비를 갖췄지만, 신체를 노출해 검사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마스토체크가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베르티스는 유방암 외에도 췌장암, 난소암, 전립선암 등의 조기진단 제품을 개발 중이며, 향후 대장암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정밀의료 흐름 속에서 커지는 프로테오믹스의 역할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에서 ‘환자 개별 특성에 맞는 치료’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런 변화가 단백질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테오믹스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췌장암도 하나의 암으로 보이지만 단백질과 유전자를 함께 분석해 보면 여섯개의 아형으로 나뉜다. 앞으로는 각 아형에 맞는 치료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프로테오믹스는 진단뿐 아니라 치료 반응 예측, 약물 타깃 발굴 등 정밀의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잘하는 건 단백질을 최대한 많이 보고, 그 안에서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찾아내는 것이다. 조기진단은 그 기술의 한 가지 응용일 뿐이고, 정밀의료 전반으로 확장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국 UK 바이오뱅크에서 60만 명의 혈액을 분석해 인간의 ‘생로병사’ 전체를 연구하려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는 점도 언급하며, 한국도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에서 단백질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 단백질 지도, 데이터 확보가 관건
베르티스는 현재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진출해 있으며, 현지 수탁기관 및 파트너사와 협력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한국 식약처에 제출됐던 데이터를 상당 부분 인정해 주는 국가로, 인허가 및 시장진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한승만 대표는 “큰 회사도 아닌 입장에서 국가별로 임상부터 다시 진행하는 건 부담이 크다. 한국 식약처의 데이터를 어느 정도 신뢰하고 인정해 주는 국가일수록 진입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진출 과정에서 정부 지원의 역할도 컸다고 평가했다.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모르는 기업에 정부가 첫 문을 열어주고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것만으로도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 대표는 정밀의료와 인공지능 진단, 신약개발 전반의 기반으로 단백질 데이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AI도 결국은 데이터가 있어야 작동하고, 치료 타깃도 데이터가 있어야 찾을 수 있다”며, “양질의 단백질 데이터가 있어야 의미 있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 주도의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이 주로 유전체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현재 상황을 언급하며, 단백질 정보를 포함한 공공 단백질 데이터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영국이나 중국은 이미 수십만명 단위의 단백질 데이터를 정부 차원에서 확보하고 있다”며, “한국도 한국인의 단백질 지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런 기반이 구축돼야 한국 실정에 맞는 진단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PASS 서비스, 조기진단을 넘어 신약개발 지원까지
최근 ‘표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이 신약 개발의 핵심 전략으로 급부상하면서, 관련 분석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에 따라 베르티스는 진단 제품 외에도 단백질 분석 서비스인 ‘PASS’를 통해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의 신약개발을 지원하며, TPD 기반 신약 타깃 검증, 약물 반응 메커니즘 분석, 피부 단백질 프로파일링 등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 중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미국이나 캐나다에 단백질 분석을 의뢰했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국내에서 같은 수준 이상의 분석을 제공하고 있는데, 많은 기업들이 몰랐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그는 PASS를 통해 프로테오믹스 기술의 수요를 늘리고, 업계 전반에 그 중요성을 알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베르티스는 단백질 분석 분야에서 5년 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는 단백질을 누구보다 많이 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이 분야에서 5년 안에 글로벌 넘버원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