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스메디컬, MRI 한계 넘어 새로운 표준 제시”

의대 연구실에서 시작된 이혜성 대표의 도전, 글로벌 시장까지

2025-01-22     의료기기뉴스라인

● KMDIA 회원사 CEO 인터뷰 – 에어스메디컬 이혜성 대표

▲에어스메디컬 이혜성 대표

MRI 검사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 X-ray나 초음파와 달리, MRI 검사는 환자가 촬영 기기 안에서 30분 이상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한다. 이는 MRI가 3차원 구조를 가진 인체를 다양한 각도와 방식으로 촬영하면서 각 목적에 맞는 고품질 영상을 생성하기 위해 세밀한 작업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은 언제나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 2018년 설립된 국내 AI 의료 스타트업 에어스메디컬(AIRS Medical)은 AI 기반 MRI 영상 복원 솔루션 ‘스위프트엠알(SwiftMR)’을 통해 촬영 시간을 최대 절반으로 줄이며 MRI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본지는 에어스메디컬 이혜성 대표를 만나 이 혁신적인 기술과 그의 창업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편집자 주>


의대 연구실에서 글로벌 시장까지
이혜성 대표는 창업 배경이 그의 의과대학 재학 중 MRI 연구실에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MRI 연구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촬영 시간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는 AI 기술이 떠오르던 당시, MRI 촬영 시간 단축이 의료 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실감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계에서 대세로 떠오른 이 기술이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전 세대 기술이 학계에서 표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10년이 지나도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지 못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우리가 더 빠르게 이를 상용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MRI의 진단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던 것도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이혜성 대표는 MRI가 방사선 노출 없이 안전하며,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이 X-ray나 CT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진단적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높은 비용과 긴 촬영 시간이 그 잠재력의 발목을 잡았다고 판단했다. “MRI는 X-ray보다 200배 비싸고, 촬영 시간은 300배 더 걸린다. 판독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니, 진단적 가치가 아무리 높아도 다른 영상진단 장비를 대체하거나 대세가 될 수 없었다” 그는 이 점을 기술적으로 해결한다면, 의료 현장에서 많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만약 MRI 촬영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의료진의 부담도 덜고 환자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느꼈다” 그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SwiftMR, 시간과 품질의 균형
에어스메디컬의 대표 제품인 SwiftMR은 MRI 촬영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영상 품질을 향상한다. 기존 MRI는 촬영 시간을 줄이면 영상 품질이 떨어지고, 품질을 높이려면 촬영 시간이 길어지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피할 수 없었다. SwiftMR은 AI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빠르게 촬영한 저품질의 영상을 복원하며 이런 한계를 뛰어넘었다.
특히 영상 복원 과정에서 △해상도 △노이즈 △아티팩트 세 가지를 모두 해결하며, 기존 솔루션 대비 효율성과 품질을 동시에 잡았다. “SwiftMR은 대부분의 MRI에 이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고, 또 별도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없이 병원의 기존 워크플로를 그대로 운영할 수 있다” 이혜성 대표는 이러한 점을 타사 솔루션과의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했다.
이 기술은 환자들에게는 더 편리한 검사 경험을, 병원에는 더 높은 효율성을 제공한다. 이 대표는 특히 촬영 시간이 줄어들면서 폐소공포증 환자나 장시간 누워 있기 힘든 척추 디스크 환자분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전했다. “폐소공포증 때문에 MRI 촬영이 어려웠던 환자가 ‘검사 과정이 훨씬 편안해졌다’, ‘세상이 달라졌다’고 말한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미국에서 얻은 글로벌 성과와 전략
에어스메디컬은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 시장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해 왔다. 까다로운 규제와 높은 고객 기대치를 가진 시장이지만, 이혜성 대표는 뚝심 있는 전략으로 이를 돌파했다. “일부 국내 병원에서는 온프레미스(병원 내 서버) 설치 방식을 요구하며 제품을 개발하라는 요청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클라우드 기반 방식을 고수하며 유니버설한 프로토콜과 시퀀스를 충족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에 집중했다”
이 전략은 2023년 7월, 미국 유타주의 외딴 병원에서의 첫 판매로 결실을 봤다. 새벽까지 작업하며 설치를 완료했을 당시 긴장했던 순간을 이혜성 대표는 생생히 기억했다. “설치 다음 날 의료진이 ‘이렇게 빠른 촬영으로 이런 품질이 가능하냐’, ‘이렇게 이슈가 없고, 설치까지 잘 되는 제품은 처음 경험해 본다’고 말했을 때, 우리가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에어스메디컬은 현재 노스웨스턴대학 병원과 레이어스 이미징 센터 등 미국의 여러 유수의 의료기관과 협력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미국은 에어스메디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성장을 이끄는 핵심 시장이 됐다.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도 에어스메디컬은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일본, 유럽, 남미 등 다양한 국가에서 SwiftMR을 도입했으며, 현재 매출의 7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성공 뒤 숨은 노력
SwiftMR은 단순한 AI 기술 이상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다. 이혜성 대표는 각 병원에 맞춘 호환성과 현지화를 통해 성공을 이뤘다고 전했다. “병원마다 MRI 장비와 PACS(영상 저장 서버) 환경이 다르나. 새로운 환경마다 소프트웨어를 맞춤형으로 조정하며, 2년 동안 100번 이상의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그는 또한 다양한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AI 모델의 학습과 개선을 거듭했다고 덧붙였다.
현지화 전략도 성공의 열쇠였다. 에어스메디컬은 현지의 젊고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 그들을 본사에서 교육하고 해외 시장으로 다시 파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들은 본사에서 팀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문화적 차이를 좁히고, 에어스메디컬의 방식과 철학을 익혔다. 이후 현지에 돌아간 뒤에도 매일 화상 회의를 통해 긴밀히 소통하며 미국 시장과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도록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팀은 단순한 실행자가 아니라, 에어스메디컬의 문화와 가치를 체화한 핵심 인력으로 성장했다.

환자를 위한 더 나은 기술, 미래를 향한 비전
에어스메디컬은 SwiftMR 외에도 방사선사와 환자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촬영 전후로 방사선사의 작업을 간소화하고, 환자가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을 올해 중순쯤 선보일 예정이다”
이혜성 대표는 단순히 의사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지만, 의료 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망이 그를 이 자리까지 이끌었다. “현대 의료 시스템은 환자의 고통을 통해 이익을 얻는 구조다. 그러나 사람들을 진정으로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싶었다. 이런 비전은 단순히 병원 안에서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넘어, 병원 밖에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SwiftMR로 시작된 에어스메디컬의 여정은 기술을 통해 의료의 본질적인 문제와 한계를 넘어서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AI 의료기술 혁신을 넘어, MRI 분야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