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우 칼럼-의료기기는 일상이다(2)

[연재 칼럼 소개] 현대인에게 ‘의료’는 일상이다. 대중문화는 의학과 질병, 치료, 건강 등을 다양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 연재는 대중문화에 나타난 다양한 사례를 통해 대중들이 어떻게 의료를 바라보고 소비하는지 살펴본다.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제적 풍요로움은 상대적으로 음식과 건강에 대해 자신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시켜 준다. 같은 종류의 음식이라도 원산지나 무농약, 유기농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며, 음식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통해 자신에게 알맞은 음식을 선택하여 섭취할 수 있다. 또한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누구나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건강 관련 다양한 정보는 전문가의 영역을 넘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다양하게 공유되고 확산된다. 문제는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확한 정보는 긍정적이겠지만, 어떤 것은 과학적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의 주관적 경험이 확대 재생산됨으로써 잘못된 정보로 이루어진다.

<닥터의 승부>(jtbc)는 이처럼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건강 상식이나 민간 요법 등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강점은 11명의 각 분야 전문의들이 직접 출연하여 시청자들의 궁금증에 대해 직접 ‘찬반/OX’ 의견을 제시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특정한 건강 상식에 대해 일방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건강 정보를 획득해서 모호할 수 있는 건강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전공의들이 특정한 아이템에 대해 찬반 토론을 펼치는 장면은 흥미롭다. 현대사회에서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가에 대한 일종의 맹목적 믿음이 있는데, 그 의사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 논쟁을 펼치는 것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예를 들면, 우유를 먹는 것이 좋을까 안 먹는 것이 좋을까 하는 식이다. 실제로 유유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서양인에 비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우유를 흡수하고 소화시킬 수 있는 기능이 떨어져서 먹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소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우유가 칼슘을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 일종의 완제품이기 때문에 적당량을 꾸준히 마시게 되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특히 신체적으로 왜소했던 한국인들에게 우유는 키를 크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식품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한국인의 평균 키는 꽤 커지기도 했다.

이처럼 우유를 둘러싼 상반된 논란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 결국 판단의 몫은 시청자들에게 달려 있다. 자신들이 경험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우유에 대한 임상 실험의 결과를 얻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어려운 점은 일반인들이 건강 문제와 관련해서는 항상 정답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건강 상식에 있어서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최선의 정답을 제시할 뿐 하나의 명확한 정답을 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정답을 고집하거나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진정성을 의심해봐야 할지도 모른다.

일반인들이 건강 상식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게 된 데에는 인터넷의 발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검색 기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많이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좀 더 명확한 의학정보보다는 다양한 경험들이 만들어낸 정보를 더 신뢰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는 또다른 정보를 낳게 되면서 간혹 잘못된 정보가 절대적인 정보량의 수치로 인해 정확한 정보인 것처럼 왜곡되기도 하는 것이다.

앞으로 건강 상식이나 민간 요법은 더 늘어날 것 같다. 늘어난 수명으로 인한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우리 주변에 떠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많은 정보를 무작정 취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거리를 두고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우유’를 예로 들자면, 판단의 기준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유를 먹고 탈이 나면 먹지 않으면 된다. 우유에 함유된 영양소를 다른 음식에서 섭취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선택의 기준을 외부의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수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수준에서 자신의 몸에 알맞은 기준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많은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에 내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능력이다. 건강 상식이나 의학 정보에 있어서도 그러한 능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필자 소개]

   
권경우
문화평론가

문화평론가. 여러 대학에서 대중문화와 철학을 강의하고, 다양한 매체에 문화비평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문화운동>(로크미디어, 2007)이 있으며, 함께 지은 책으로 <아이돌: H.O.T.에서 소녀시대까지>(이매진, 2011), <웃기는 레볼루션: ‘무한도전’에 대한 몇 가지 진지한 이야기들>(텍스트, 2012) 등이 있다.

nomad70@daum.net

저작권자 © 의료기기뉴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