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세평 - 황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 황 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의료기기산업이 연평균 10%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두 가지가 실현돼야 한다. 하나는 건강보험재정과 연관되는‘의료기기 제값 받기’와 다른 하나는 유통질서 확립과 연관되는‘의료기기업체의 제 몫 찾기’이다. 

의료기기산업은 이명박 정부 초창기부터 국가의 새로운 경제먹거리 산업으로 꼽혔으며, 현 박근혜 정부 역시 장기적인 플랜과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산업규모는 작지만 수출 증가율은 타산 업이 견줄 수 없을 만큼 월등하기에 국민의 기대가 큰 산업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의료기기 유통시장에서 대형병원·병의원과 의료기기 공급사 사이에 붙박이처럼 존재하는 간납업체는 의료기기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만큼 시급하게 해결해 할 문제이다. 업계에선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우수한 의료기기를 만들면 뭐하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많다.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는 간납업체의 갑질에 제 몫을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간납업체의 폐해와 부정적 여론이 보건의료산업계 저변에 알려지면서 간납업체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그 방식이 불공정거래 관행을 탈피하는 환골탈태가 아닌,‘구매대행업체(GPO)’로 간판만 달리해 몸집 키우기에 치우쳐 있다. 

간납업체가 주장하는‘구매대행업체(GPO)’를 살펴보자. 우선 대다수 국내 간납업체는 미국식 구매대행업체(Group Purchasing Organization)를 표방하고 있다. 의료기기유통의 선진화, 병원경영의 합리화는 그들이 내세우는 최고의 선이다. 

미국의 GPO는 기본적으로 구매를 전제로 한 병원과 공급업체 간 계약을 중개하고 서비스를 제공,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최소 구매 수량, 금액이 계약서에 명시한다. 그리고 계약 운영 수수료(Contract Administration Fees, CAFs)를 법(Safe harbor guideline; 안전지대규정)으로 규정한 3% 이하만 청구한다. 

즉, 의료기기의 구매 여부가 계약 성립의 요건이고, 그 대가가 수수료인 것이다. 

반면, 국내 간납업체는 구매 수량을 담보하거나 계약서에 할인율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어떤 기준에 의해 제품을 선택해 병원에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계약서에 할인율의 명시를 회피하는 이유는 치료재료 보험청구 제도하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납업체와 병원 그리고 환자로제품의 가격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확인하는 부분이 치료재료 유통구조에 있어서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된다.

특히, 간납업체는 병원공급을 빌미로 공급업체로부터 원하는 제품 단가를 제시받을 때까지 계약서 체결을 차일피일 미루고, 공급업체는 결국 결제대금 지연으로 인한 금융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의 GPO는 어떠한가. 사회적으로 GPO의 효익에 대해 검증받고 있다. 그 투명성이나 성과 및 가치가 명확하지 않아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병원의 비용 절감이나 사회적 비용보다는 구매대행업체가 재정적 이익을 얻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 시장 진입의 장벽으로 GPO를 지목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공급업체, 혁신적인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GPO로 인해 혁신적이고 우수한 제품이 환자에게 선보이지도 못하고 사장된다는 것이다. 즉 제품의 환자접근성이 떨어지고 이는‘환자의 삶을 연장하는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와 다르지 않다’라고 보고하고 있다(정부회계감사원 Government Account ability Office, GAO 보고서, 2012). 

특히, 간납업체가 병원 경영의 합리화의 1순위 혜택으로 홍보하는 ‘비용 절감’이 실체가 없고 어떤 비용을 절감했는지 불분명하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GPO가 공급업체로부터 받은‘계약 운영 수수료(CAFs)’를 다시 병원으로 전달하는 부분을‘비용 절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로튼 번 Lawton burn, 구매대행업체 연구검토, 2014).특히, 국내 급여제품의 보험상한가제도는 간납업체가 주장하는‘비용절감’을 실현하기 어렵다. 

의료기기산업계가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간납업체의 폐해를 막고, 환자 치료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병원과 의료기기업체가 상생의 길을 함께 걷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의료기기 유통구조의 실태를 조사하여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공급업체가 보다 선진화된 유통 환경에서 환자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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