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통합운영, 2월 시범사업 기대

□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법령개정에 따른 업계 전망


“통합검토제도, 실효성 있는 제도 되려면?”
의료기기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통합운영, 2월 시범사업 기대

 

▲ 김 수 정
엠디웍스코리아
대표

최근 2년간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에는 드라마틱한 사건(?)이라 부를만한 변화들이 있어 왔다. 2014년에 제한적의료기술제도와 원스톱 제도의 도입이 있었고, 2015년에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있었다. 이런 새로운 프로세스의 도입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초기부터 강력히 고수해왔던 원칙과 입장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변화의 기대감이 크게 높아졌다. 

해마다 발표되는 제도 개선안
2014년 4월에 제일 먼저 도입된 제한적의료기술제도는 ‘안정성이 확보된 의료기술로서 대체 기술이 없는 질환이거나 희귀질환의 치료·검사를 위해 신속히 임상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II-b등급 연구단계 의료기술 중 의료기관의 신청을 받아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된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진료를 허용하고 그 결과를 의과학적 근거로서 활용하는 제도’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유효성의 근거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대체기술이 없고, 요건을 잘 갖춘 병원이 신청하면 바로 비급여로 실시할 수 있도록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2014년 8월에 시행된 원스톱 서비스는 의료기술평가의 절차 및 평가 방식에 대한 변화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서비스의 개선 사항이다. 식약처 허가검토와 신의료기술평가를 동시에 병행해 진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검토기간을 실질적으로 6개월 이상 단축해 시장진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게 한 제도이다.

2015년 9월에 도입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처 허가를 받은 신 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행위에 대해 신의료기술평가를 1년간 유예해 조기에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기존에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건강보험의 요양급여·비급여로 사용될 수 있었으나,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에 한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1년간 유예하고, 신의료기술평가 기간에도 비급여로 바로 임상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이 중에 제한적 신의료기술제도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는 실시형태나 적용대상에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안전성과 유효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을 임상현장에 바로 도입해 한시적으로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거기에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는 식약처의 임상검토 결과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어, 의료기기 안전성·유효성과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은 별개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고 평가할 만하다. 

이런 진일보한 입장 전환에도 불구하고, 실제 도입된 제도들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있다. 제한적의료기술도 까다롭고 번거로운 행정절차와 비급여 범위 등의 논란 때문인지 시행 2년차이지만, 실제 시행은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는 반대여론을 뚫고 과감히 밀어 붙인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 건의 신청도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상당히 전향적인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세부항목으로 들어가면,‘비교임상’제출이라는 업계로서는 충족시키긴 힘든 단서가 붙어 있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술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비교임상’자료를 갖출 정도의 기술이라면, 평가유예를 하지 않고, 차라리 원스톱서비스를 이용해 허가 후 바로 시장 진입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계에서는‘비교임상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대안적인 평가방식이나 제도 개선을 요구했었는데, 개선된 제도가 원래의 문제점을 그대로 도돌이표로 재현하고 있다. ‘비교임상’을 이미 갖추고 있는 의료기술이 이 평가유예제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라면 결정고시까지의 비급여 기간의 연장 정도밖에는 없어 보인다. 

한국식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의료기술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국가에서는 의료기술 평가라는 것이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임상현장에서 적용 시 참고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역할에서 끝이 난다. 기술의 취사선택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그 자체로 허가제도로서 기능하고 있어 새로운 기술의 진입을 국가가 통제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기술의 안전성 유효성 허가를 받아야지만, 건강보험요양급여 신청이 가능하다. 의료기술 평가 결과에 대한 의료인들의 의학적 판단을 불신하고, 정부가 허락해준 기술만 시행하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국식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근저에는 이렇듯 의료인에 대한 불신이 있다. 또한 의료기기 허가과정을 단순히 전기 기계적, 생물학적 안전성과 같은 기능적 성능 검토 절차로 보는, 타 기관에 대한 불신도 있다. 국민 보건을 책임지고, 의학적 사용목적과 적응 증을 임상근거를 통해 평가하는 식약처의 허가검토 절차를 기기의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하는 기술적 절차로 폄하하는 듯 한 인상을 받기도 했다.

의료기기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절차의 통합 개선안
이런 상황에서 2015년 11월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에 대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개선안이 나왔다. 바로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합하는 안이 제시가 됐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신의료기술평가 제외대상을 확대하고, 신속검토제도를 도입하고 허가와 평가를 통합 운영해, 절차를 간소화·신속화 함으로써 의료현장에서의 사용이 빨라 질 수 있도록 하는 안들이 발표됐다. 

개선안의 첫 번째는 일부 체외진단검사들을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에서 제외해, 허가와 동시에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다고 했다. 검사 분야의 약 60%가 제외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두 번째는 신속검토 도입으로 평가에 소요되는 기간을 현행280일에서 140일로 단축하는 안이다. 

세 번째는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와 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합해 운영하는 안이다. 이 마지막 안은 식약처 허가를 득하고도 신의료기술 인정을 못 받는 사례들을 예방하고자 양 기관이 협의해 허가와 평가결과를 통합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의 원스톱 방식은 식약처와 복지부가 동시에 검토를 하지만 서로 독립된 원칙과 절차로 별개로 진행된 검토였다. 그런데 이제는 부처 간 협의를 통해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합하겠다는 것이어서, 또 한 번 큰 변화의 바람이 예상된다. 이 통합 평가안은 목표시한이 2016년 7월로 돼 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2월에 시범사업을 한다고도 하는데, 전혀 다른 성격의 양 기관이 어떻게 협의 절차를 거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결언
지난 2년간 보여준 신의료기술평가제도 개선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가장 큰 이유를 나름 짚어보자면, Top-down식 의사결정에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규제 개혁의 의지가 실무 개선안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최초 취지를 벗어나게 된 것이다. 눈에 거슬리는 대못은 뽑힌 듯 하지만, 뽑힌 대못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규제들로 쪼개져 곳곳에 깨진 조각으로 박혀져 있는 셈이다. 제한적의료기술제도나 평가유예 제도들이 호응을 얻지 못한 것도, 제도의 취지 자체보다는 복잡한 행정절차와 ‘비교임상’ 요건 같은 세부 규제들 때문이다. 

올해 7월 시행된다고 하는 통합 검토 방식도 이전의 정책결정 방향과 마찬가지로 Topdown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듯이 보여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의료기술의 시장진입을 신속하고 간소하게 만들겠다고 출발한 문제의식이, 오히려 두 기관 간 내부 협의 불일치로 인해 허가 장벽만 더 높여 시장진입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건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모두 앞선 제도들에 걸었던 기대와 실망의 경험 때문에 대못을 뽑은 자리에 더 큰 전봇대를 갖다 놓는 결과가 될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걱정이 되지만, 동시에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대한 기대감도 어쩔 수 없이 클 수밖에 없다. 이 통합검토 제도가 규제개혁의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의료기기업계와 의료전문가들, 각 부처의 실무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Bottom-up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될 필요성이 있다. 밀실방식의 논의가 아니라 개방된 토론을 통해 원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 개선의 세부 안을 같이 만들어 갈 수 있길 기대하며, 또 이 지면을 빌어 공개적으로 요청하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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