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품목지정 늦더라도 업계 의견 충분히 검토 돼야

□ 의료기기 임상의무화에 대한 업계 제언


임상시험자료 제출 대상 ‘품목’ 여부 업계 희비 교차
식약처, 품목지정 늦더라도 업계 의견 충분히 검토 돼야

 

▲한 미 란
웨펜메디칼아이엘
차장

또다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매해 이맘때면 지난 한 해에 시작했던 일들은 잘 마무리됐는지 돌아보고,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여러 준비를 하곤 한다. 그러나 모든 일이 같은 해에 마무리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런 경우에는 다음 해의 준비를 철저히 해서 계획한 기한 내에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그 계획을 조정하기도 하는데, 간혹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기도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은 없기에 처음에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우리를 목표 지점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하는 것이다. 

즉 어떤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 여러 가지 방법을 고려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유연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의료기기 임상시험자료 제출 의무화
2013년 10월 4일자 입법예고를 거쳐 2015년 7월 29일자로 개정된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에 따라 2016년 1월 1일부터는, 이미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와 구조, 원리, 성능, 사용목적 및 사용방법 등이 본질적으로 동등한 의료기기라 하더라도 식약처에서 임상시험에 관한 자료제출이 필요하다고 고시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품목허가 시 임상시험자료 제출이 의무화된다. 

본 조항의 시행을 위해, 식약처에서는 2015년 2월, 4등급의 63개 품목이 포함된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임상시험에 관한 자료의 제출이 필요한 의료기기에 대한 별표 신설)을 행정예고 했다. 그러나 이후 본 규정에 대해서 진행 완료된 개정에는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채로 고시됐고, 작년 12월까지도 변동사항이 없어 시행규칙 상 해당 조항이 일정대로 시행되더라도 당장 적용받는 품목은 없는 상황이 됐다.

아직 실제 적용이 가시화되지 않은 이 상황은 중대한 위험 요소로서 업계에서 인식되고 있으며, 특히 최초 개정안에 포함된63개 품목을 취급하는 업체에게는 2016년 이후 사업 계획을 설정함에 있어 그 어려움이 크게 느껴질 것으로 생각된다. 임상자료 제출 대상으로 최종 확정되는 품목 중, 각 업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임상자료가 국내 요건에 맞지 않는 경우에는 새로운 임상시험을 수행해 자료를 구비해야만 국내 허가를 취득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므로, 허가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짐은 물론이거니와 해당 자료를 준비하는 내외부 인력과 인프라 부분까지도 추가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즉, 대상 품목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품목 허가 전략이 이전과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현재 업계 초미의 관심사는 임상자료 제출 대상에 어떤 품목이 포함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기존 63개 품목이 발표됐을 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은, 이 품목 결정의 기초가 됐던 미국 PMA 제도와 국내 허가 제도와의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하므로 그 차이점을 고려해 품목 결정을 재검토해 달라는 것이었다.

국내와 미국의 임상시험자료 제출제도 
그럼 두 제도의 차이점을 잠시 살펴보자. 미국의 PMA(Premarket Approval) 제도는 해당 제도상 최상위 위해도 분류인 3등급 제품에 대한 허가 절차로서,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절차에는 임상시험 자료의 제출이 요구된다. 그러나 PMA 제도에서는 제품을 심사함에 있어서 ‘동등’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다. 

바로 이 부분이 기허가 제품과의 동등비교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본질적으로 동등한 의료기기 중 식약처장이 임상시험에 관한 자료제출이 필요하다고 정해 고시하는 의료기기’로 임상시험 자료제출 의무 대상을 정하고 있는 국내 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겠다. 오히려 PMA 제도는 동등 비교를 통해 본질적으로 동등한 제품이 없어 임상시험자료 제출 대상으로 분류되는 현 허가 규정과 동일 선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즉, PMA 제도에서는 심사신청 제품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당해 제품에 대해 개별적으로 심사하고, 해당 심사를 위해 제출된 자료가 과학적으로 타당한지를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있으며, 타당한 과학적 자료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여러 종류의 자료를 모두 심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자료 제출 생략이라는 원칙적 단서 조항에 의거, 임상자료의 경우에도 자료의 형태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해당 자료의 내용에 충분한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면 통상의 임상자료 형태가 아니더라도(예시, 적절한 임상시험 프로토콜에 의해 실시해 얻고 분석한 임상 데이터, 과학적/임상적justification, 특히, 당해 제품과의 차이가 안전성·유효성 및 임상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명확한 경우에는 시험에 사용된 제품이 당해 제품이 아니더라도 해당 자료 제출 가능) 대체 자료의 제출이 가능하다. 

이는, 제출 자료의 형태에 대한 규정을 가지고 있는 국내제도와 또 다른 점이라 하겠다. 이와 함께, 4등급 체계 약2,200여개의 품목 소분류를 가지고 있는 국내 제도와 3등급체계 약 6,080여개의 제품 분류 코드를 가지고 있는 미국 제도를 대등하게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결언
이런 업계의 의견을 식약처에서 어떻게 판단해 반영할 것인지 미리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재검토를 할 만한 근거 및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품목에 대한 지정이 다소 미뤄지더라도 다시 한 번 충분히 검토, 논의해 잘못된 지정으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지정으로 인한 불이익은 단순히 업계의 수익적 측면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보다 향상된 의료기기의 국내 도입 지연으로 인한 환자에의 불이익도 포함된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허가된 제품을 장기간 사용하면서 의료 현장으로부터 얻어진 여러 가지 정보를 가지고 제품 디자인을 개선한 제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개선된 부분에 대해서는 실험실 및 동물 실험 등 다양한 시험 방법을 통해 기존 제품과 동등 이상의 성능을 나타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개선된 부분이 실제임상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과 같은 비침습적 방법을 이용해 검증을 마쳤다. 이런 경우에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다시 실시해야 하는가? 만약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면, 얼마간의 기간 동안 몇 명을 대상으로 실시해야 그 안전성 및 유효성이 입증된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생명 유지 목적, 인체 이식형/침습형/인체 흡수성, 생체 유래 재료 등 특수재료 등으로 제조된 의료기기가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성이 높은 고 위해도 의료기기임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며, 이런 제품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 출시되는 대부분 의료기기는 상기 경우처럼 수십 년 동안 의료 현장에서 사용돼온 이전 세대 제품들을 개량/향상시킨 제품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개발 방식과 흐름을 생각했을 때,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해 그 의료기기의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해 보아야만 하는 품목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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