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시스템, 품질문제 대비하고 예방 위한 과정 ‘인식전환이 중요’
□ 글로벌 기업과 국내 제조사와의 지속가능한 협력
“지속가능한 협력, 끊임없는 신뢰쌓기에서 시작”
품질시스템, 품질문제 대비하고 예방 위한 과정 ‘인식전환이 중요’
“사업적 파트너로서 신뢰가 있으려면, 그 업체가 좋은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 중요”
메디아나는 현재 Medtronic(과거 Nellcor Puritan Bennett으로 시작해 Malincrodt, Tyco Healthcare, Covidien 등, 인수 합병 과정을 거쳐 현재의 Medtronic에 이름)과 15년째 사업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요구된 제품사양을 바탕으로 외관 디자인부터 기구설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 일체를 메디아나에서 개발하고 모든 시험과 인증을 한국에서 진행한다.
설계과정에 대한 여러 차례의 주요 심사를 거치게 되며 최종 시제품에 대한 시험 성적서 들을 Medtronic에 제출한다. 이 회사로부터 최종 납품승인을 받으면 계약에 의거해 주문이 들어오는 사업구조이다. 15년 동안 총 7개 제품들을 이런 과정을 통해 지속적인 사업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품질
군대에서나 들었던 대포소리 같은 “쿵”, “쿵...”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2002년 3월말 Tyco Healthcare의 모니터사업부가 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럽에 납품하기로 한 환자감시장치 N5500의 시제품에 대한 시험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N5500 제품은 당시 이 회사에 납품하기로 한 3번째 제품이었다. 그 시험은 제품 충격시험으로 100kg 이상의 금속판과 함께 장비를 매달아 1.5m정도 높이에서 한 면당 3번씩 6면에 대해 총 18번의 충격을 가하는 시험이었다. 그 시험이 완료되자 LCD 고정 플라스틱 보스들이 모두 깨지고 내부의 케이블 연결부위가 빠지는 등, 성한 부위가 거의 없었다. 그 당시 메디아나 뿐만 아니라 국내 품질인증시스템은 의료기기에 필요한 각종 시험, 인증, 인허가 등을 위한 체계나 내부인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었다.
2010년 이후 의료기기 국제 규격 중에 응급시장용이나 홈 헬스케어용 장비인 경우 강제적으로 충격시험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메디아나에게는 생소한 시험이었다.
그 시험 이후 장비의 기구적 결점들을 모두 보완했다. 유럽 고객들도 제품품질에 만족스러워했으며 서비스 발생률도 현저히 감소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메디아나 제품들은 필수적으로 이 시험을 통해 품질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그 시험을 참관하고 했던 당사의 길문종 회장은 필자보다 더 심한 충격을 받은 듯 보였고, 지금도 가끔 당시 시험장면을 무용담처럼 회상하곤 한다.
이처럼 제품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다음 숙제는 어떤 시험을 언제 어떻게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문제였다.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귀찮다고 느껴졌던 품질시스템 ISO13485나 미국의 GMP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품질시스템 심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연구소 직원이 1~2주 길게는 한 달씩 밤을 세우기도 했다. 초기에는 1년에 한 번이던 품질심사는 사업을 확장할수록 매년 횟수가 증가했다. 품질시스템이 비용이 아닌, 말 그대로 제품의 품질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 되도록 방향을 전환해야만 했다.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이 최근 “재난을 복구하는 비용이 재난을 대비하는 비용에 비해 5~7배 더 크다”라는 말을 한 것과 같이, 품질시스템은 품질 문제가 발생한 것을 복구하고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주목적은 품질문제를 대비하고 예방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서구 근 대화 이후 선진국들이 이미 검증한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어떤 시험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기 위해서는, 실제 제품 설계 전에 우리가 어떤 제품을 만들려고 하는지 명확히 하고 문서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계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하고 충분해야지만 이를 가지고 시험·검사를 할 수 있다.
이런 인식 전환이 Medtronic과 지속적으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Medtronic은 안정된 품질시스템을 바탕으로 품질 좋은 제품을 납품받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장비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미덕이고 안전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품질유지가 생명인 셈이다.
기획
2001년 Malincrodt 일본으로부터 제품개발 의뢰를 받았다. 일본 담당자는 영업 출신으로 제품개발절차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개발계약 후 제품 개발에 필요한 설계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해 주지 않아 설계변경이 잦았다. 시제품을 만들어 보내주면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변경사항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하지만 모두 대응해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상황으로 인해 두 가지를 배웠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사전에 고민을 많이 하고 개발에 필요한 설계사 양을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작성할수록, 개발진행 중에 설계 변경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개발기간을 줄이고 결국 개발비를 줄이는 것이 된다.
다른 하나는 일본 영업 담당의 설계변경 요청이 우리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진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구현하려 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너무 개인적인 성향으로 편향되거나 사사로운 것으로 트집을 잡는 소비자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나 고객의 소리에 언제나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고민하는 자세가 성공적인 판매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보험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우리의 고집과 자존심으로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일본 담당자의 요구에 저항하거나 의견 충돌이 있었다면 15년간 지속해 온 협력 관계를 보장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신뢰
글로벌 기업이 한국이나 중국 또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 협력 업체를 찾는 목적은 통상적으로 비용절감보다는, 자체 R&D 및 생산을 위해 많은 자원이 투여돼 외주업체를 발굴하게 된다. 이때 품질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절대로 성공하기 힘들다.
다가오는 2016년 현재 한국의 위상은 15년 전과 많이 달라져 있다. 대외적으로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식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그리 높지 않았다. 따라서 글로벌 업체와 일할 때도 보이지 않는 벽도 있었다. 신뢰가 높지 않으면 확인하는 과정이 늘어나 일 진행을 더디게 한다. 사업진행에 있어 신뢰 구축은 언제나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2001년 이후 Medtronic과 협력관계를 지속하면서, 2005년 이후부터는 타 일본회사와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메디아나와 일하게 된 어떤 일본회사 담당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메디아나와 일하기 전 다른 국가의 모 업체를 방문했다. 그 업체에서 저를 위해 공항에 리무진을 보냈다. 그리고 가방에 가득 든 돈을 보여줬다. 나를 잘 접대해 주고 환대해 줘서 고마웠다. 하지만, 사업적 파트너로서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 업체가 좋은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글로벌 업체는 품질 좋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을 원한다. 메디아나는 설계품질, 생산품질, 고객대응품질, 서비스품질, 필드 재작업 등의 관리를 위한 제도와 체계를 글로벌 기업의 눈높이에 맞춰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강화했다. 이와 더불어 더 중요한 것은 메디아나가 살아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응답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질문이나 요청에 대한 답변의 정확성, 신속성은 신뢰구축의 핵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주요사안들에 대해서는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이메일보다 전화로, 전화보다 출장 방문을 통해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15년은 글로벌 기업의 품질 눈높이를 이해하고 그 시스템을 흉내 내고자 노력했던 시간들로 기억된다. 최근 Medtronic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메디아나는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진심으로 성심성의껏 대응하는 회사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협력사 중에서 한 손안에 드는 중요한 파트너이다.”
지난 15년의 노력이 품질과 태도에 대한 신뢰가 쌓였고, 현재까지 Medtronic과 사업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됐다고 믿고 있다. 이 성공을 토대로 메디아나는 자체적인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고 더 큰 성공을 이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