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국민 보건안전 정책과 생산적 규제체계 재구축 추진

설효찬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책과장

지난 2013년은 식약처가 새해의 정책방향과 당부 말씀을 드리기에 앞서 단순히 지나칠 수 없는, 너무도 많은 변화가 생긴 한 해였다. 그 중 가장 의미심장한 변화는 바로 식약청에서 식약처로의 승격일 것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식약청은 국민 보건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 기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식약처라는 새로운 옷을 입게 됐다.

식약청에서 식약처로 승격
특히 의료기기분야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변화는 법령 제·개정권이 생긴 것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청 시절, 규제개혁을 위한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자 하더라도, 우선 의료기기 산업계의 의견을 들어 안을 만들고, 식약청 내부 업무 처리 과정을 거친 후 다시 복지부 업무 처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이중적인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규제개혁에 소요되는 시간이 다른 부처에 비해 2배 이상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업계에서 이렇게 복잡하고 긴 업무 프로세스는 그동안 상당한 부담으로 적용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업계는 규제개선 관련 의견을 제출할 창구도 이중적이었다. 항상 식약청은 물론 복지부에도 별도로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복지부에 전문적인 영역을 세밀하게 설명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식약청이 처로 승격됨으로써 법령 제·개정을 직접 할 수 있게 되어 그간 업계의 손톱 밑 가시 등이 뽑히는 시간은 1/2로 줄어 들었다. 복지부의 내부 보고 관련 업무절차 기간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또한 정책 파트너가 복지부, 식약청 2개 조직에서 전문성을 지닌 식약처로 일원화돼 보다 효과적인 정책 소통도 가능하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개선
그 결과 지난 한 해 식약처는 여러 가지 매우 의미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 중 첫째가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선이다. 2007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설립 이후, 그간 식약처가 허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의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게 해 시장 진입을 지연하거나, 조기기술 또는 연구단계 기술 판정을 통해 아예 제품의 시장진입이 금지 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약처는 과거와 같이 외청으로서가 아니라 독립부처로서 복지부와 심도 있게 논의했고 결국 2013년 12월 13일 4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식약처 허가후 즉시 제품이 출시되고, 신의료기술평가는 그 이후에 하는 방식으로 업무프로세스가 개편됐다. 세부적인 규정은 복지부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에서 담겨지겠지만,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체외진단용제품의 의료기기 전환
또한 업계의 숙원과제였던 체외진단용의약품의 의료기기체계 편입도 주목할 만한 변화로 볼 수 있다.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 및 국제적인 분류체계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체외진단용 시약 중 일부가 체외 진단용의약품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이에 식약처 개편과 함께 국제 조화된 분류체계의 도입 및 체외진단용 시약에 대한 품질관리체계 강화라는 차원에서 체외진단용의약품을 의료기기로 전환시키는 결정을 했다. 세부 시행규칙은 2014년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한해 업무를 수행해 가며 발굴된 여러 과제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2014년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민보건안전의 정착
새해 식약처는 여러 정책과 제들을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정리해 추진해나가고자 한다. 우선 국민보건 안전 관점이다.

첫째로, 새 해에는 식약처장이 정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임상시험자료를 제출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인체이식 제품 등 고위해도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제품을 허가할 때마다 의무적으로 임상자료를 제출토록하고 이를 검토한 후 허가하고 있다. 우리도 국민 보건 안전 강화 및 제도의 일관성 및 예측가능성 강화를 위해서, 임상시험자료 의무제출 대상을 명확하게 지정토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다만 그 시행시점은 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예정이다.

둘째로는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이다. 종전에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는 제품의 소재정보를 제조 · 수입 · 판매업체가 서류로 보관하고, 식약처에서 자료제출을 요청할 경우 10일 이내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응으로는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위해정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 회수 책임자인 제조 · 수입업체는 판매업체가 어느 병원에 납품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회수가 지연될 수 밖에 없으며, 식약처도 사전 대응 및 실시간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새해부터는 '의료기기 통합안전관리시스템'을 운용해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의 유통현환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 보건안전을 위해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IEC-60601-1도입이다. 미국, EU 등 전 세계적인 안전기준 강화 추세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IEC-60601-1 도입 역시 그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우리도 국제적인 흐름 및 국내 환자 안전을 위해서 이를 도입할 예정이다. 물론 국내 산업계에는 이런 추세 및 정책방향이 규제 강화로 비쳐져 부담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계도 미국, EU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러한 강화된 기준규격을 준수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 EU국가들도 동일한 부담을 가지고 있으므로, IEC-60601-1 도입을 단순히 부담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보다 우수한 기술개발을 통해 외국 제조원과 당당히 경쟁해 나가는 기회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생산적 규제체계의 재구축
다음으로 창조경제를 위한 생산적 규제체계 재구축 관점이다. 그 첫 번째로 전문가용 의료기기와 개인용 의료기기의 분류체계의 개편을 추진하고자 한다. 선진국 중 미국 등은 전문가용 의료기기를 별도로 분류하고 있으며 전문가용 의료기기에 대한 판매 규제는 강화하고 허가시 규제는 일부 완화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른바 OTC(Over The Counter) 의료기기의 경우는 판매 중 규제는 상당 부분 완화하고 있으면서도 제품 자체에 대한 허가기준은 강화하고 있다. 일반인이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품 자체의 안전성이 엄격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의료기기의 재분류를 통해 미국과 유사한 규제체계를 일부 도입하는 등 합리적 규제체계를 재개편하고자 한다.

둘째로는 전 공정 위탁제조자격의 완화를 통한 다른 분야업계의 의료기기로 업종전환 촉진이다. 현재 의료기기 전공정 위탁제조를 하고자 하는 자는 GMP 적합성 확인을 받아야만 가능했다. 다시 말해 의료기기 제조 허가를 받은 회사만이 전공정 위탁제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의료기기 경험이 없는 회사라도 충분한 설비만 가지고 있다면 전공정 위탁제조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허가 및 GMP라는 진입장벽이 제거되므로 타분야 업계에서도 의료기기 산업계로 진출이 활발해져 외연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된다.

셋째로는 중고의료기기 검사필증 발행기관 확대이다. 종전에는 의료기기제조 · 수입업체만이 독점적으로 검사필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여, 일부 업체가 부당한 수수료 및 검사지연을 하는 사례가 있었다. 국회에서도 부당한 수수료 문제등을 지적한바 있다. 또한 일부제조 · 수입업체는 자사 제품이지만 검사필증을 발행할 충분한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기에 검사가 지연되거나 유통이 중단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식약처는 중고의료기기 유통구조를 독점구조에서 경쟁구조로 전환시키기 위해 검사필증 발행기관을 확대하고자 한다. 그 대상은 허가시 해당제품을 직접 시험한 식약처 지정 시험검사기관 14개이다. 제조 · 수입업체 뿐만 아니라 시험검사기관에서도 검사필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당한 검사지연 및 과다 수수료 문제가 일부 해결되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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