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DIA 간납업체 개선 TFT 기고-제3호

 

해외사례로 본 한국의료 및 의료기기 유통시장의 미래

 

▲ 원 병 철
간납업체 개선 TFT 위원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최근 간납사의 유통왜곡으로 인하여 고통 받는 의료기기산업에서 작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이것은 더 이상 의료기기유통의 선진화를 미루어서는 발전이 어렵다는 메아리일 것이다. 반면 병원은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왕립전문병원에 위탁운영사로 선정된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병원행정 및 물류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례이다. 이것을 보면 한국의 의료유통 및 원내물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루어 져야 함을 알 수 있다.

세계의 의료기기는 시장 규모가 약 3천억달러 이상 추산되며 과거 두 자리 수 성장을 지속하던 산업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성장률이 많이 떨어져 연 2~3%수준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역시 2000년대 초반의 고성장 시대를 마무리하고 2010년에 들어 성장추세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의료기기업체의 어려움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의료기기산업의 사촌 정도 되는 의약품산업의 도매유통업 경향을 보면 지난 15년을 보면 2000년 초반 약 550개의 의약품도매업체가 2014년에는 2,000개이상으로 약 4배정도 급증했으며 최근 연쇄부도사태의 홍역을 겪고 있다. 이것은 의약품 유통의 선진화보다는 도매업체 난립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과 일부 업체들의 무리한 물류시설 차입투자 등으로 인한 결과이다. 뿐만 아니라 경쟁과열은 적자까지도 감내하는 약가 덤핑과 불법 리베이트 판촉 등을 촉발시켜 업체 존속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심지어 국공립병원의 입찰에 1원짜리 초저가 투찰현상은 과열경쟁에 의한 산물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볼 때 올바른 유통기관 및 선진유통 윤리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통환경의 변화는 고통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준비된 기업에게는 새로운 성장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험상한가 삭감은 의료기기 제조업체의 이익을 축소시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대리점 마진을 삭감하게 되고 이것은 대리점의 붕괴를 촉발시켜 결국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직접판매(직판)모형을 증가시킬 수 있다.  직판모형은 영업비용을 증가시켜 비효율성을 낳게 되므로 최종적으로 의료기기 제조업의 쇠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다른 나라들의 의료기기 유통에 대하여 알아보고 우리나라 의료기기 유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 보자.

의료제도 속에서 의료기기 유통

의료기기의 유통은 해당국가의 의료제도, 유통기관, 제조사들이 연결되어 결정된다. 우선 세계의 의료제도를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보면 미국의 민간보험방식과 영국, 캐나다, 스웨덴, 이태리의 국가보건서비스방식 그리고 독일, 프랑스, 일본, 한국, 대만 등의 사회보험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유통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공기관, 정부, 민간보험사 등이 주도하여 의료기관이 국민에게 의료서비스를 하는데 필요한 제품을 의료기관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은 민간보험방식을 적용하는 유일한 나라로서 사립의료기관이 많이 존재하고, 전수보험 단계에 있으며 보장범위가 좁고, 고부담 고급여가 특징이다. 영국은 국가보건서비스를 적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로서 90% 이상이 공공의료기관이고 의료공급자는 의료기관의 선택이 거의 불가능하며 의료비에 대한 국가통제가 강한 반면 전국민이 균등하게 의료보장을 받는다. 국민의 부담은 중간 정도이며 비급여항목을 최소화하고 고급여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나, 진료를 위해서는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일본은 사회보험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지자체 단위로 전수보험을 하고 있고, 공공기관의 75%이상이 적자로 운영되며 저부담 중급여로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 한국은 일본과 같이 사회보험방식을 운영하고 저부담 저급여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나 국공립병원, 사립병원 등이 혼재되어 있으며 국가보험과 사보험을 동시에 운영하는 사회보험방식을 취하고 있어 미국, 영국, 일본의 의료제도가 혼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요국가의 의료제도>

구분 민간보험방식 사회보험방식 국가보건서비스
대표국가 미국 독일,프랑스,일본,한국,대만,호주 영국,캐나다,스웨덴,이태리
보험자 민간보험사 공공기관 정부
보험자형태 대부분 영리보험사 비영리 비영리
가입방식 임의가입 전국민 강제가입 전국민 강제가입
의료기관 이용 민간보험사와 계약한 일부 의료기관 거의 대부분 의료기관 거의 대부분 의료기관
재원 민간보험료 사회보험료(+일부 조세)  

한국과 미국의 의료유통에 차이가 나는 것 중 하나가 제품에 대한 공정시장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은 병원마다 제품의 공급가를 정해야 하는 어려운 행정절차가 필요하므로 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라는 회사에 자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GPO는 행정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한국은 보험상한가가 있고 병원은 보험상한가 이상으로 납품하는 가격의 제품을 공급받을 수 없으므로 실질적으로 병원의 납품가는 거의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병원 측이나 혹은 병원의 설립자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의료제도인 저부담 저급여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의료수가가 너무 낮아 의료서비스를 제외하고 전문적이지 않는 부대행정은 외부화하여 재정 건전성을 높일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부대행정 중에서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고 공급사로부터 공급약정을 하는 업무를 외부화하면서 한국형 간납사가 설립되었다. 

미국 GPO의 발전과 규제

민간보험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미국은 제품별로 표준 시장가가 없고 민간보험사가 주도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GPO는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고 공급사들과 협의하여 공급을 약정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개념적으로 본다면 GPO는 구매 중계인으로서 회원병원사 및 기타의료기관과 연계하여, 공급사로부터 보다 싼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목적인 회사이다. GPO의 매출액은 공급사로부터 받은 계약행정수수료(Contract Administrative fee) 혹은 일반수수료가 원천이 되고, 계약행정수수료 및 공급사 수수료를 동시에 받는 GPO도 있다.

비영리단체에서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시작되었으며, 식품, 전기, 의료사업에서 일반적이다.  병원입장에서 보면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수량할인을 받게 해주고, 불필요한 구매협상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구매인력을 최소화 하여 병원경영을 합리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 본다면 영업인력을 최소화하여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1년 동안의 공급량, 공급금액을 GPO를 통해 보장 받음으로써 경영의 안정성 꾀할 수 있어 좋은 거래상대자가 된다. 

미국의 GPO 는 약 600개정도 되고 96%의 급성기병원 및 98%의 지역병원, 97%의 비영리병원이 가입한 일반적인 회사이고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회사도 있다. 이렇게 역사도 길고 많은 병원에서 이용하는 회사이다 보니 미국정부측에서도 면밀한 관찰을 하게 되었으며 여러 report를 통하여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침을 주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든다면, 1991년에 리베이트금지법(Anti-Kickback Regulation)에서 GPO를 예외규정에 추가하여 병원에 합법적인 비용을 전달할 수 있게 했고, HHS(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에서는 GPO관련 비용을 3%내로 관리하게 하여 불필요한 수익이 나지 않게 하고 있다. 2002에는 미국감사원에서 GPO의 비용절감효과에 문제를 재기하고 감사를 진행했고, FTC(Federal Trade Commission)에서는 면책지대(Safe Harbor) 설정이 반독점법에 제한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상원법사위 반독점 소위원회에서는 GPO에게 보다 강력한 행동강령(Code of Conduct)를  요구했다. 2010 년 썬샤인법(The Sunshine Act)을 기초로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및 GPO는 건당 10불을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의사 및 대학병원에 이전할 경우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비록 민간보험방식으로 자유경쟁을 하더라도, 일정의 규제를 통하여 GPO 본연의 기능을 향상시켜 의료유통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의료기기 유통구조는 의료기기제조사, 대리점, GPO, 병원, 보험회사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의료기기 제조사는 병원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하여  GPO와 공급약정을 진행하고, 제품을 자사의 유통망을 통하거나 FedEX, UPS 나 혹은 3PL(3rd Party Logistics)과 같은 로지스틱회사와 연결하여 납품하는 직판방식과 대리점을 통하여 제품을 제공하는 대리점 이용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효율성과 서비스향상이 편리하다. GPO의 약정에 따라 공급가와 공급방식이 결정되고, 병원에서는 사용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매출인식 방법도 간단해지게 된다.  즉 한국처럼 가납이니 선납이니 하는 복잡한 개념들이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 뿐만 아니라 동종 제품군을 경쟁적으로 회사마다 병원에 쌓아 놓고 사용될 때까지 기다리는 재고비용손실 혹은 자원낭비도 적게 된다. 일반적인 결제기간도 1~2개월이기 때문에 채권관련 막대한 자금으로 투자할 필요도 없다.

영국의 의료제도와 의료유통

영국은 대표적으로 국가보건서비스 방식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보험가가 정부이고 전국민을 강제적으로 의료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있으며 모든 재원은 조세로 운영한다. 국민들에게 사보험을 허용하고 있지만 의료비는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무상치료 원칙을 가지고 있는 복지국가이다. 따라서 정부기관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의 의료서비스 근간이 된다. 유통차원에서 본다면 국가주도의 보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기기를 국가적 차원에서 입찰형태로 구매하고 구매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NHS 구매 유통기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기관은 공급사와 병원에 어떠한 수수료도 부과하지 않고 스스로 자금을 확보하여 운영해 왔고 현재는 NHS supply chain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NHS Supply chain은 NHS 산하기관과 대형물류 유통회사인 DHL의 합작투자회사이다. 이 회사가 영국의 거의 모든 의료유통 및 유통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정부와 병원을 위한 비용관리뿐만 아니라 환자대상의 품질관리도 하고 있다.  NHS supply chain은 10억파운드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영국을 위한 구매물류통합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자원낭비를 최소하고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의료유통 공급망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병원측면에서 본다면 국가예산으로 전체 의료체계가 운영되므로 비용절감에 대한 전문성을 제공하고, 병원이 본연의 업무인 진료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행정지원을 하므로 효익이 있다. 그리고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시장에 혁신적인 신제품 출시를 돕고, 매출향상에 기여하며, 병원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품의 정보를 전달하고, 병원의 요청사항을 정보화시켜 전달해주므로 그 역할에 대한 효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급사들은 사업의 규모와 제품의 성격에 따라 대리점 혹은 자사의 유통망을 통하여 병원 혹은 NHS supply chain에 공급하는 간단한 유통모델을 갖게 된다. 

일본, 대만의 의료유통

일본, 호주, 대만 등은 사회보험방식의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국가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이다. 중요한 것은 모두 의료제품에 보험상한가가 있고 공공기관이 보험자 역할을 하는 구조이다. 우선 일본의 유통을 본다면 특징적인 것은 지자체가 보험자 역할을 하므로 지역별로 편차가 있으며, 경영지원회사(MSO)와 공급사의 대리점들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미국식 GPO모형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원내물류, 비용절감 및 병원관리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지원회사는 의사 및 병원들의 투자로 설립된 주식회사 형태이며 회원병원들의 행정지원 진행을 목적으로 하고 구매, 인력관리, 진료비청구, 마케팅, 홍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SPD라는 모형의 물류회사들이 병원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병원측면에서 본다면 병원을 대신하여 비용절감, 구매지원, 경영지원을 하는 사업체가 있다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기회사는 일반적을 제품의 성격과 사업규모에 따라 대리점 혹은 직판모형을 사용하고 있으며, 대리점은 의료기기 유통과 영업을 직접 진행한다. 유통마진은 약 5~10% 수준에서 제공되고 있으며 대리점은GPO와 거래 계약 시 상대자 역할을 진행한다. 그래도 정형외과 제품 등 응급 사용을 위해 비치 되는 공급사의 가납제품을 제외하고는 병원에 납품을 통하여 매출을 인식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결제기간은 1~6개월 정도로 진행된다.  유통업체 관점에서 본다면 GPO의 보험상한가가 있는데 가격할인을 요구하고 있어 불편하다는 입장이고 병원에 효율적인 물류서비스 및 경영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병원입찰에서의 의료유통, 공급사 입장에서 의료유통으로 분리되어 선진적인 의료유통망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대만인 경우 의료정책의 개혁으로 유명한 나라이다.  1995년 국민건강보호법을 발표한 이후 행위별수가제를 기본으로 시작해서 몇 년 마다 새로운 제도를 발표해 현재는 총액예산제 및 대만형 DRG까지 확대했다. 몇 년마다 바뀌는 제도로 인하여 의료기기유통은 이에 적응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일부 외투회사는 제품 철수까지 하게 되었다. 물론 정부예산에 맞게 비용이 집행되는 것까지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의료의 질적 향상과 의료기기산업 및 의료유통의 발전에 기여하지는 못했다. 한국과 비슷한 GDP 가지고 있을지라도 대만에 의료서비스를 위해 혹은 의료인들이 특정술기를 배우기 위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드문 일이 되었다. 의료기기 유통차원에서 본다면 공급사에서 병원과 직접거래를 선호하고 일부분만 대리점으로 유통을 진행하고 있다.

대만회사는 아니지만 “D”사는 대만의 의료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까지 그 영역을 넓혀 의료유통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D”사는 “H”제약회사와 유통약정을 진행하여 해외 유통망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최첨단 IT를 기반으로 한 병원행정, 의료유통에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전문유통회사가 없는 것은 국가행정가들이 국가경쟁력차원에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 의료기기유통

한국은 일본, 대만과 같이 사회보험방식을 진행하고 있으며 제품별로 보험상한가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의료기기의 유통구조를 병원측면에서 보면 국공립병원은 병원이 주체가 되어 제품을 입찰로 구매하는 구조이므로 공급사에서 직접 제품을 공급받아 운영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반면에 대형사립병원들은 설립재단 중심으로 간납사와 독점계약을 하여 운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공급사는 대리점 혹은 자사유통조직으로 병원에 납품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의료기기 유통차원에서 보면 과거에는 공급사나 공급사와 약정이 있는 대리점에서 병원에게 제품을 공급하고 병원에 제품이 도착하면 매출이 인식되고 병원의 결제기간에 따라 제품공급자에게 결제를 하는 모형을 취해 왔다. 그러나 병원에서2000년경 간납사를 지정하면서 제품은 병원에 결제는 간납사에서 하는 한국형 간납사 이동모형이 한국에 정착하게 되었다. 

<한국의 의료기기 단순 유통모형>

간납사는 미국식 GPO모형을 바탕으로 한국에 도입되었으며, 병원의 구매행정을 외부화 하여 행정 효율성을 증대하고 구매관련 비리를 축소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전국민의료보험을 시작하고 보험상한가가 생기면서 설립되었다는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소득의 일부를 건강보험료로 징수하여 운영되는 의료보장체계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므로 사적 이윤추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간납사는 병원과 특수관계를 바탕으로 독점계약권을 획득하고 공급사들에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높은 할인율 요구하고 계약을 진행하며 보험상한가로 병원에 계산서를 발행해 통행세 형식의 수익을 남기는 모형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공공의료의 기본질서인 실거래가 상환제의 직접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의료유통의 가치창조를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공정시장가격(fare market value) 형성 및 구매비용축소를 목적으로 설립된 미국GPO의 모형과 비교해 보아도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GPO는 여러 병원들이 연합하여 공급사의 물량을 구매하는 것을 전제로 저가로 구매하여 병원들의 비용절감을 가능하게 하고, 병원 혹은 공급사의 최소 행정수수료를 수취하여 운영되는 모형으로 한국의 간납사 이용모형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한국의 간납사는 계약대행 혹은 계산서 발행용 서류 작업의 대가로 의료기기 시장에서만 약 2,000억정도의 수익을 만들어 낸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보통 1~2개월 이내에 결제를 해주고 있고, 병원은 시점에 맞추어 간납사에 결제를 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납사는 공급사에게 보통 4~5개월 후 결제해 주고 있으며, 모 병원은 약 11개월 후 결제를 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약 1조 2천억정도로 추산되는 운전자금이 이런 구조에서 유보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또한 약 6천억정도가 가납재고로 병원에 비치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여기에 의료물류의 효율성을 발휘한다면 경제학적인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해지고, 의료기기의 대부분이 외국산이므로 그 만큼의 외화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GPO처럼 계약행정수수료 수준의 행정운영비로 효율화시키고 의료전달체계에 환원된다면   건강보험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형전문간납사의 진화

제품공급계약과 계산서 발행업무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간납사는 미국의 GPO모형을 벤치마킹하여 한국형 병원물류솔루션을 개발하게 되었다.  병원물류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현재 약 12조정도 되고 있으며, 의약품이 50%, 진료재료가 45%, 의료장비 외 기타가 5%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기기 관련한 대형전문업체는5개이며 전체물동량에 40% 정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대형전문업체는 병원입장에서 보면 구매물류절차를 개선하고, 외주를 통한 비용을 축소하며, 구매관련 불만을 축소시켜 주므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간납사 측에서 보면 기존에 하던 단순행정서비스에서 사업확대 및 신규서비스를 제공하여 양적 성장이 가능하게 되었고, 병원 혹은 공급사와의 교섭력을 증가시켜 수익성확보가 가능하게 되였으며, 규제에 대한 대응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의료기기 공급자 입장에서 보면 제품공급망의 중복에서 발생하는 총 유통비용을 축소할 수 있고, 복잡한 구매물류절차에 의한 행정비용 및 인건비용을 축소할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 전문구매물류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일부 악성 간납사들이 자행하고 있는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거래 행위를 진행하고,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증가시키며, 리베이트의 문제를 발생시킨다면 경제 사회의 문제가 될 것이고 결국 공공의료제도에 흠집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의료기기 유통개선을 위한 제안 
유통은 모든 산업의 기초이고 유통이 왜곡되면 산업의 발전도 보장할 수 없다. 의료기기는 결국 의료인이 이용하여 환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통해 환자로 하여금 삶의 즐거움 되찾게 해주는 특수품목이다.  이러한 의료기기의 유통이 복잡하기를 원하거나 왜곡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의료기기 유통의 발전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해 보고자 한다.

첫째, 의료기기 전문유통 회사에 대한관련법령 제정 및 자격 강화가 필요하다.  

한국형 GPO가 등장한지도 약 15년이 넘었고 법률적으로도 검토가 되었으며, 제도적으로 의료기관 영리자회사가 인정되었으므로 이제는 의료기기의 유통에 대한 관련법령을 제정하여 의료기기 유통기관의 순기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제도적인 승인을 받은 영리자회사는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투자를 통하여 수익을 얻는데 이것이 의료에 재투자되어 국민건강에 기여하기 보다는 투자자의 수익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의 전문유통관련 제도가 만들어지면 당연히 의료기기 전문유통사의 자격도 강화되고 설비도 선진화 됨에 따라 불필요하게 투자된 자원도 줄이고 그에 따른 손실도 최소화 한다면 의료전달체계의 효율성을 높여 국민건강보험제정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여러 정부기관에서 의료기기 유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쉬운 상황은  가시적인 성과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기존에  관련규정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고 그 내용은 의료기기에도 제약유통과 마찬가지로  특수관계자 간의 판매행위금지, 가납재고 요청금지, 표준결제기간설정 등이 있다. 그리고 의료기기의 제품주기 따라 추적관리, 채권에 대한 담보 및 보증강화, 거래강제행위 감찰강화, 의료기기 입찰제도개선, 영국식정부주도형 의료유통공급망 추진, 혁신형 의료기기업 인증제도 및 치료재료 상한액 산정 시 가산율 적용 등 선진의료기기 유통모형을 위한 제도화가 절실하다.

둘째, 의료기기 유통관련 회사 및 병원이 같이 상용할 수 있은 전산시스템 개발이다.

의료기기는 정밀기계산업처럼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환자 개인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의료복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품의 종류가 천문학적으로 다양하고 많은 제품류들이 인체에 남아   장기적으로 보고 및 관찰이 요구되는 제품들이다. 그리고 각 제품들에 해당되는 보험코드를 바탕으로 의료재료비를 건강심사평가원에 청구해야 하고 청구내용을 바탕으로 급여되기 때문에   전산적인 도움이 없이는 거의 업무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병원마다 혹은 대형전문 간납사마다 다른 전산시스템을 만들어 활용하고, 또 병원에서 간납사를 몇 년 주기로 바꿀 때 마다 다시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게 된다면 수 억 혹은 수 십억의 자금이 전산시스템 개발에 중복적으로 투여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산시스템 (EDI, OCS, EMR, VMI, WMS 등)을 통합하여 하나의 병원관리로 시스템화 한다면 의료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고, 중복적인 투자로 발생하는 유통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당청구사례도 줄일 수 있고, 의료기기의 추적관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공급사물류 선진화 및 국제감각이 있는 인재육성이 필요하다.

한국의 병원물류는 과거 15년을 거치면서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반면에 공급사물류는 병원물류와 비교하면 매우 부족하다. 그 이유는 의료기기 유통의 폐쇄성 때문이다. 이제는 의료기기의 유통을 개인적인 관계에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역량에 기초한 구조로 이동해야 할 때이다. 현재 외국의 의료유통회사가 한국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제약유통회사들 역시 의료기기 유통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당분간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유통전문가들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유통질서의 왜곡을 막고, 절차를 효율화하는 선진화 모형을 도입해야 한다. 

비용에는 반드시 가치가 뒤따라야 한다. 과거의 가납사의 역할은 관계에서 비롯된 잘못된 구조의 한 단편이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형간납사는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병원 위중의 서비스만을 구축하고 발전된 선진국회사의 시스템과  국제감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선진화된 경쟁사의 출현이 있을 경우 한국의 전체의료 산업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비용 지불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양질의 회사의 성장이 필요하면 다양한 경쟁을 유도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일부 글로벌 회사는 원외, 원내 물류뿐만 아니라 세계에 맞는 품질관리시스템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전통적인 간납사와 대기업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국제감각이 있는 의료기기전문 유통인재들의 육성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넷째, 의료기기산업의 해외진출이다.

서울대는 아랍에미레이트(UAE)병원에  1조가량의 의료시스템 수출을 시작했고, 이제 의료시스템의 주요 진출국으로 중국, 미국, 몽골, 베트남 등의 나라가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따라서 국가별, 진료과목별, 규모형태별 전략과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한다. 의료시스템 혹은 병원 수출 시 의료유통절차 및 유통물류 프로그램도 수출되고 일부에서는 한국제품도 동시에 수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의 사회보험방식 의료제도하에 병원물류는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발전했고, 그 기반이 되는 병원관리 시스템 또한 최첨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공급사물류까지 선진화한다면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을 것이고 동시에 해외진출 또한 가능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기기 유통의 선진화와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위하여 의사, 간호사, 병원행정인, 의료유통사, 공급사 등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왔다.  거의 모든 관계자들이 열정을 가지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결과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 만한 높은 수준의 의료기술과 의료유통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각자의 최선을 넘어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기회로 승화시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열쇠를 만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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