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 그로비스 매니지먼트 인스티튜트 지음

게임이론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학기 초 교수는 10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서 한 학생에게 주고는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조건은 간단하다. 두 사람 간 합의가 되면 그 돈을 가져 갈 수 있다는 조건이다. 학기 초라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니다. 서먹하지만 학생들은 곧 협상을 시작한다. 반씩 나누면 될까? 아니면 3:7(?)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합의가 안 돼 돈이 다시 교수 손으로 반환됐다.

▲ 그로비스 매니지먼트 인스티튜트 지음
/박철주 옮김/남익철 감수/21세기북스사
/2005년8월

위 실험은 국내에서 영화로도 상영된 적이 있는 러셀 크로 주연의‘Beautiful Mind(2002)’에 나오는 실존 인물, 노벨경제학 수상자‘존 내쉬’의 게임이론 중 한 부분이다.

50불씩 나누자는 상대의 주장에 돈을 갖고 있는 학생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공짜로 받은 것이니 소유에 대한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절반의 권리를 주장하는 상대와 협상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그는 서로 협력적이지 않은 관계에서의 의사 결정 과정을 이론화 했다.

이 양자의 갈등에서 서로간의 합의점이 나온다. 존 내쉬는 이것을 아름다운 균형(Beautiful Equilibrium)이라고 이름 지었으며 이를 통해 많은 경제현상을 해석했다.

최근 이렇게 비협조적인 상대와 협상을 위한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 매우 비슷한 예가 실제로 있었다. 협회 모임에서 사용목적에 대한 변경 사유를 논하면서, 직접근거와 간접근거 중 간접근거에 대한 인정 범위를 통한 기술문서의 사용목적 변경이 인정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벌어졌다.

사용목적은 제품에 대한 유통경로와 판매 시장을 규정짓는 것이고 이를 통한 출시 성공을 판정 짓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업계 측은 당연히 간접근거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고 심의기관은 직접근거가 아니면 변경에 불가한 입장이다. 서로 간에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최종 투표를 통해 업계의 의견을 정하기로 했다.

결론은 간접근거는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심의기관 의견과 맥을 같이했다. 개별사의 염원이긴 했지만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여 명에 가까운 업계 구성원이 모여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면 뭔가 이를 지배하는 비산술적 요인이 작용했으며 이는 모든 이들의 공감을 불러내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앞서 100달러의 실험은 10달러, 1달러로 여러 가능성을 시험했다. 역시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왔다. 심지어 100달러에 대해 경매를 실시해 보기도 했다. 낙찰가는 100달러보다 높게 나온 적도 있다.

이로 비춰 볼 때 비이성적 요인이 실제 여러 상황에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업계 내에서 있었던 일도 개별적으로 모두 간접근거의 인정범위를 찬성했지만 공론화해 결정하라고 하자 예상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게임이론은 바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여러 현상들을 이론화했다. 존 내쉬는 화학과 전기공학을 공부했지만 수학자로 전환해 경제학에 적용하고 마침내 균형이론이라는 새로운 이론의 틀을 제공한 천재였지만 말년에 정신병으로 인한 극심한 대인기피와 편집을 보여 비운의 수학자라는 칭호도 갖게 된다.

경제학에서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고 개인은 자기만족을 추구한다고 한다. 개인의 소비가 비이성적일 수 있는 것은 자기만족이 절대가치가 아닌 상대가치인 까닭에 선택에 대한 예측을 특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내쉬는 바로 이점을 예리하게 관찰해 그렇다면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는 지를 파악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미치지 못하는 다자간 혹은 비산술적 상황에 대한 산술적 답을 도출해 낸 것이다.

이를 실생활에 적용해 보면 다자간 협상에서의 예측력을 높일 수 있다. 축구선수의 패널틱 킥에서 승률도 계산해 볼 수 있다. 더 실용적인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 중에서 가장 나에게 적합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결정이 합리적일까?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저자는 그 예측력과 결정의 기전을 알려주려고 하고 있으며 비이성적 판단 결과에 대한 이성적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앞선 업계의 논란 속에서 정형화된 수치를 제공했다. 그리고 최적화된 결론을 제시했지만 다수의 결론은 공공성과 국민보건이라는 거대한 가치에 자신과 기업의 이익을 희생했다. 이타적 선택을 통하여 장기적 신뢰 구축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세상은 아직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 아닐까 한다.

관련해 많은 도서가 출간됐지만 초기 발행본인 그로비스 매니지먼트 인스티튜트의 ‘게임이론’ 21세기북스사 발행본을 참조했다.

[저자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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