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 / 출판사 길

항상 배가 고프다는 전직 대통령의 연설에서 저자는 그리스 신화의 저주받은 이야기를 꺼내온다. 부자였던 에리식턴은 뒷마당의 떡갈나무를 베어버리고자 한다. 이때 나무에 살던 요정이 나와 베지말라고 간청을 하지만 끝내 요정의 요청을 거절한다.

뒤늦게 이를 안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는 격노하여 기아의 여신 가이아에게 부탁하여 항상 기아에 허덕여야하는 저주를 내린다.  끝없는 배고품을 참지 못한 에리식톤은 주변의 모든것을 먹어치구고 심지어 몸까지 뜯어먹는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자본주의를 적나라하게 분석하며 우리가 갖는 가치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알려준다. 재벌들의 탄생 배경을 통해 군정 이후 특혜를 통한 부의 축적에서  박정희정권의 쿠테타와 이들이 어떻게 변모했으며 군부와 결탁한 자본이 독점화 되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기술했다.

이과정에서 정권은 부패했고 재벌은 동조했으면 부의 재분배는 실패하여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지만 사회는 점점 더 각박해 진다.

이승만, 박정희 정권이 무너지고 뒤를 이은 대통령들은 연이어 부정부패와 뇌물로 재판을 받게 되고 뒤이어 문민정부조차 경제개발이라는 발전지상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주요정부정책으로 책정하고 이어나간다.

가난한 과거를 잊지못하고 오로지 생존을 위한 노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단하나의 목표 만을 향해 나갔지만 지금에 와서 역대 정권의 비극이 결과로 다가온다.

이명박은 평직원의 신화로 대기업 회장까지 역임한 성공한 인간상이였다. 그의 성공에는 자기 희생이 기반이 되었으며  휴일조차 쉬지 않고 일하는 성실함이 장점이었다. 현대건설이라는 굴지의 대지업에 사장까지 지냈다면 평생 돈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부를 축척했지만 그의 배고픔은 결국 그를 감옥에 가게 했다.

단지 이명박의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갖는 공동가치가 천민자본주의에 기반한 물신주의이며 이를 위한 댓가는 크다고 한다. 모두가 부자가 되라는 광고의 문구가 인사가 될때 사회는 상위 1프로 조차 배고픔에 허덕이며 자신을 파과한다.

천민자본의의란 베버가 유태인의 행태를 분석해 낸것이다. 청교도적 가치에 기반한 절제와 절약의 자본주의가 아닌 이윤을 위하여 무엇이든 하던 유대인의 행태를 표현한 것이 현대에 와서 개념화 되었다.

박정희와 정주영 조용기로 대표되는 정치권력과 재벌 그리고 종교의 이데올로기적 광풍이 경제이외의 모든 가치를 덮어 버리고 심지어 그자신조차 비극의 종말을 겪게 되는 현실을 보며 저자가 꺼낸 에릭식톤은 우리에게 와닿는다.

정주영회장은 말년에 소때를 몰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그가 꿈꾸던 소망을 이뤘지만 이는 예외일뿐 이후 모든 권력자는 영어의 몸이 되었다.

심지어 종교조차 재벌을 지향하며 양적 성장에 목을 메었고 이후 한국 개신교는 북한의 부자세습은 비난하면 자신들의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행태를 부끄럼없이 저지르고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며 강단에서 이웃사랑을 설교한다. 이 과정에서 받는 비판조차 그들의 입장에서 뚜려한 목표와 가치를 통한 반성없는 자기욕심을 구현했고 바로 이런 사회적 정서가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왜곡된 보편적 가치를 대변하는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우리가 갖고 있는 고대 괴물의 가치관에서 극복하기 위한 3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기승전 경제성장이라는 단일한 가치에서 벗어나야하며 이를 위해 환원근대적사고의 축인 재벌의 해체를 방법으로 제시한다. 둘째는 유교적 집단주의를 개인주의로 대치하고 가치의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고한다. 마지막 세째로는 종교가 갖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세속과 종교적 가르침을 구분하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로는 단지 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다 그는 천민자본주의 가치에 충실했고 서울을 하나님께 바치고자 하는 종교관에 기인했다. 하지만 저자는 사회학적 방법론을 적용하여 그가 그럴 수 밖에 없던 환경을 분석해 내고 대안을 제시한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괴물은 신화가 아닌 우리 가슴속에 묻혀있는 조작된 가치임을 깨달을때 우리에게 새로운 발전의 길이 보일것이다

저자 김덕영은 연세대 사회학을 전공하고 독일괴팅겐대학에서 박사를 받은 후 카셀대학에서 게오르그 짐멜과 막스베버의 비교연구를 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학자지만 많은 저작 활동과 논문을 통하여 우리를 일깨워준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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