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없는 독점거래로 공급업체에게 지속적인 불공정행위 강요해

의료기기 유통구조 불균형의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의료기기 간접납품회사는 일정 수수료를 받고 병원에 들어가는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회사를 말한다. 해외의 경우 ‘구매대행업체(GPO)’가 개별 공급업체로부터 의료기기를 대량 구매해 가격을 절감하고 행정처리를 대행해 의료기기 공급업체는 안정적인 구매처 구축을, 의료기관에는 저렴하게 의료기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국내 간납사의 경우 별다른 서비스 없이 중간 유통사라는 위치를 바탕으로 세금계산서만을 발급하는 통행기관으로서의 역할만 맡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통해 중간이득만 취하는 셈이다.

지난 5월호에서는 의료재단이 지분을 가지고 개입한 간납업체 ‘위더스메디’에 대해 다룬 바 있다. ‘위더스메디’가 간납사 이슈 공론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교적 최근에 생긴 간접적 유형이라면 재단 간납사의 경우 의료재단이 직접적으로 개입한 형태이다. 재단 이사장 가족 등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을 대표로 세워 의료기관이 의료기기 공급업체에게 더욱 강한 압박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영인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구내 300병상 이상 민간 종합병원 68곳 중 25곳 병원(36.8%)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회사가 재단 소유주, 형제, 자녀 등 가족 관계에 있는 사람이 운영하는 간납사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한림대 계열의 성심병원은 병원 설립자의 첫째 아들이 병원장, 둘째 아들이 간납사를 운영하며 전체 매출의 77.9%가 특수관계에 있는 병원으로 나오는 한편 매년 30억 규모의 배당금을 꾸준하게 대주주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2020년 기준 매출 390억원대의 A간납사의 경우 병원 재단 이사장과 특수관계인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매출의 99%가 관련 병원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금 배당 역시 매년 5~7억원을 꾸준하게 대주주에게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의료기기 공급업체가 간납사를 통해 의료기기를 공급할 경우 대금지연, 수수료 부과, 계약서 미작성, 담보 미제공 등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행위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재단간납사의 경우 이런 불공정행위의 정도가 더욱 심하다는 것이다.

병원이 직접 의료기기를 구매하는 경우 공급업체와 병원 구매부서와 납품에 모든 사항을 협의해도 재단 간납사를 통해 최종 계약을 진행하는가 하면 타 병원 납품 금액을 요구하는 등 이른바 갑질의 형태가 더욱 무분별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반 간납사는 의료기기 유통구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납품 시스템 이용료, 창고 사용료 등 공급업체가 필요하지 않는 서비스라도 만들어 강매하며 외부 시선을 의식하고 있으나 재단 간납사는 이런 행위는커녕 낙후된 시스템 개선 의지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의료기관에 구매를 대행하는 일반 간납사부터 병원의 지분이 들어간 간납사 그리고 재단간납사까지 다양한 형태의 간납사가 불공정행위를 통해 국내 의료기기시장 유통구조를 어지럽히고 있다.

중간 업체로서 아무런 서비스 제공 없이 수수료만 받으며 유통구조를 어지럽히는 간납사의 횡포는 의료기기 산업 발전 저해는 물론 국민 보험재정 악화까지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의료기기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기 도매업을 신설하고 판매관리를 강화하고 관리 부처를 일원화해 체계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 세계 5위 의료기기 강국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시장이 고사하지 않도록 정부의 단호한 대책을 적극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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