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재료의 특수성이 제도운영 및 평가방식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 심도있는 고민을 할 때

이사

[의료기기협회보_제114호_6월] 우리나라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 하나하나에 대해 그 사용량이나 가격에 대해 진료비를 계산·지급하는 제도인 행위별 수가제(Fee For Service)를 채택하고 있다.

선별등재방식(Positive List System)을 적용하는 약제와 달리 치료재료는 모든 의료기기를 보험적용 대상으로 하는 네거티브리스트시스템(Negative List System- 단, 산정불가 또는 비급여 고시 품목 제외)으로 운용되고 있다.

여기에 적용되는 보험수가는 요양급여(진료 등)에 소요되는 시간, 노력 등 업무량, 인력, 시설, 장비 등 자원의 양과 요양급여의 위험도를 고려하여 산정한 요양급여의 가치를 각 항목 간에 상대적 점수로 나타낸 ‘상대가치점수’에 기인해 산정된다.

지난 2005년~2006년 상대가치점수 개정연구에 협회 보험위원회에서도 참여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현업에 치우쳐 보다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한 것은 지나고 보면 분명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과거에는 모든 보건의료서비스는 의사(physician)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전적으로 의료인의 진료 및 처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질병분류별 행위별 구분이 일반화돼 있고, 보험급여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의사의 행위에 대한 수가를 정하고, 이에 수반되는 약제,치료재료 및 인체조직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급여여부를 정하게 됐다. 또 세부적으로 급여기준을 정하는 방식이 그 동안 익숙했다.

과거 심평원에서 담당했던 신의료기술평가가 2007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 이관된 이래 약 1400여건이 신청됐다고 한다. 실제로 신의료기술평가대상으로 선정된 건은 절반이하라고 하더라도 기존 행위와 별도로 새로운 행위가 생기게 된 사례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런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사례 중 치료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새로운 행위로 이어지는데 이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의료장비나 치료재료의 개발로 인해 기존 행위와 비교해 사용목적, 성능 및 효과 등이 개선됐거나 진단 및 치료의 접근방식 혹은 에너지원을 달리해 확립된 그야말로 신기술(New Technology)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치료재료가 과거에는 의사의 행위에 수반되는 부수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치료재료가 없으면 진료나 치료가 불가능한 영역이 존재하고, 진단 및 치료 등의 의료서비스 전반에 걸쳐 치료재료가 주된 역할을 하는 경우가 그 만큼 많아지고 있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치료재료에 대한 심사 및 평가는 독립적이라기 보다는 많은 부분이 본질적으로 상이한 의약품 심사시 적용되는 제도와 평가방식이 그대로 적용되고, 최신의 치료재료를 평가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치료재료가 단지 행위를 심사평가 하는데 있어 고려되는 하나의 중간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져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실험실에서 합성위주로 발견되고(Discovered),‘효능(Efficacy)'과‘효과(Effectivenss)'를 보는 의약품과 달리 의료기기는 제조자가 의도한 바(Intended Use)에 따라 개발(Designed)되며, ‘성능(Performance)’및‘효과(Effectiveness)’에 무게를 두는 것이 전세계적인 관리방식이다. 스마트폰이 매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새로운 성능이 탑재돼 발전해나가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의료기기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출시 직후부터 또 다시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 품질향상 및 성능개선은 물로, 적응증 확대 등에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의료장비와 연계되는 경우 다양한 의료용 전자기기 및 부분품들의 사용이 수반된다.

여기에는 기술적/임상적 지원(Engineering & Clinical supports)이 불가피하기에 의료인은 일정기간 이상의 교육 및 훈련이 관련업체로부터 제공받는게 필수불가결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를 유지보수하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환자를 대상으로 주기적인 외래진료(Medical Check-up)를 수행해야할 때도 치료재료 및 의료장비(부분품 포함)가 제공 및 사용되는 것을 반드시 직시해야 할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럼 이런 치료재료의 특수성이 얼마나 제도운영 및 평가방식에 반영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도있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치료재료는 상한가 제도에 묶여있고, 행위수가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임의비급여로 남거나 별도로 보상받지 못하는 치료재료들이 상당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치료재료로 인해 발생한 신의료기술이고, 새로운 행위와 연계되지만 이에 대한 급여기준 마련에 있어 요양기관이나 학회에서 행위결정신청을 하면 정부기관과 행위전문위원회를 개최해 그 틀을 정한다. 하지만 정작 이런 새로운 행위를 존재할 수 있게 치료재료를 개발한 업체는 단순히 제품설명을 위한 자료제공만이 할 수 있는 전부이며 행위 및 급여기준이 정해질 때까지 약 1년~3년간 마냥 기다려야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치료재료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제도가 존재하지만 가격통제방식에 묶여 시급히 새로운 가치평가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업계는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정부기관이나 의료인만이 아닌 건강보험 납부자(Payer), 병원(Hospital administrator), 환자(patient), 그리고 공급자 측이 이런 보험급여과정은 물론 의료의 보장성 강화를 비롯해 실질적으로 원하는 진료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시급히 각 주체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시대임을 알고 경직된 제도를 살펴 개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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