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의료기기의 날 기념 특집기고

<strong>▲ 박 찬 익<br>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br>혁신산업위원회<br>AI 분과장<br>(루닛 본부장)</strong><br>
▲ 박 찬 익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혁신산업위원회
AI 분과장
(루닛 본부장)

과거에서 얻은 교훈

코로나 바이러스의 흔적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지난 2년 반 동안의 대유행은 다양한 측면에서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전 인류가 이토록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유일무이한 상황을 만들었고, 또한 기술의 도움으로 전통적인 방법을 넘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시도와 진전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바이오 산업에서 백신 생산 및 개발 경험을 통해 원천 기술에 가까운 역량을 갖출 수 있었고, 체외진단 의료기기 역시 우수한 기술력과 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존의 치과, 초음파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의료기기산업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게 확장됐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의료기기 무역수지와 수입 점유율을 생각해보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헬스케어 산업에서 대한민국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이 어디일까라는 깊이 고민하게 된다. 특히 고부가가치 의료기기 중에 장치로서의 CT, MRI, 선형가속기, 로봇수술기 등이나, 치료재료인 스텐트, 가이드와이어, 심장박동기 등을 보면 오랫동안의 기술과 임상 장벽으로 후발 주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과거를 보면 삼성(1984년 GE삼성의료기기 주식회사 합작 설립)이나 LG(1991년 금성의료기와 지멘스 합작 법인 설립)와 같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직접 장치 의료기기 사업에 진입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다른 제조 기반의 산업군과 의료 산업의 특성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합작은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했다. 이후 2011년 삼성이 메디슨을 인수함으로써 다시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앞서 언급한 대로 고부가가치 장치 의료기기나 치료재료 영역은 막대한 자본과 노력으로도 쉽지 않은 분야였다. 향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의료기기는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앞서갈 수 있는 분야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

2016년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마지막 대국이 치러진 곳이 대한민국이었다는 점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인공지능의 실체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주요 요소였다. 더욱이 전자 및 컴퓨터 공학 영역에서는 반도체를 필두로 이미 세계를 주도하는 기술력과 인재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관심은 많은 관련 전문가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바꾸어 갈 미래를 구체화하는 데 큰 전환점이 됐다.

병원과 의료진 및 정부 역시 이 시점을 계기로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고, 범용성을 위한 데이터 표준화와 구조화에 대한 노력이 점차 현실화됐다. 많은 의료진들이 잘 정제한 데이터와 인공지능 모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임상적으로 유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탐색과 연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탄생했다. 보건복지부의 데이터 중심병원 사업을 비롯해 NIA의 데이터 댐 사업 등 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정부 연구개발 사업에도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보건복지부 내 데이터를 관장하는 실무과와 보건의료정보원이 신설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새롭게 생겨나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의료기기를 적절히 규제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왔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로 포괄할 수 있는 많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Medical Device) 제품들의 탄생을 의미했다. 때맞춰 2019년 제정돼 2020년부터 시행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은 이런 의료기기들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다행히 전자 및 컴퓨터 공학과 의학이 융합된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기업과 연구소 든 처음 시작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이런 정책적 지원과 분야별 협력적 융합은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에 알맞은 환경을 구현해 가고 있다. 다만 안타깝게도 실제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시장 형성 과정은 녹녹치 않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원격 모니터링, 디지털 치료제 등은 짧은 시간 내 그 가치를 증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새로운 임상적 효과와 가치에 대한 불명확한 소구라는 측면과 기존 평가 방식의 한계라는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갈 길

수년 전부터 구글과 아마존 역시 헬스케어 산업으로의 확장을 탐색하며 가능한 모델들을 하나씩 구현해 가고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를 기반으로 혁신을 구현해 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예방과 관찰, 그리고 진단과 치료 및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줄 수 있는 가치가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서 구체화되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가진 노하우와 실력이 선도적인 기술을 만나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로서 구성되고, 전파 및 강화돼 오래도록 활용되기 위해서는 임상적 요구사항 개선을 위한 노력과 함께 시장 형성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와 시행이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핵심 경쟁력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가 우뚝 설 미래를 기대해 본다.

-메디칼타임즈 이인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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