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의료기기의 날 기념 특집기고

<strong>▲ 심 현 우<br>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br>교육홍보위원회 부위원장<br>(한국스트라이커 대표이사)</strong><br>
▲ 심 현 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교육홍보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스트라이커 대표이사)

인류는 오랜 시간 자연에 맞서 척박한 환경을 살아오면서, 자신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많은 기술들을 개발해 왔다. 그 결과로, 지금도 우리는 많은 사고와 판단을 '자동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변화에 저항하는 태도를 취한다. 이 전략은 잘 작동해 분명히 더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생존할 수 있게 됐지만 원시 시대에 적절했던 기술들은 현대 사회에서는 때때로 걸림돌로 작용되곤 한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많은 변화가 더욱 큰 폭으로 상존하기 때문에 예전의 경험에 의거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든지, 혹은 변화의 폭이 적은 쪽으로만 나아간다면, 인간의 힘이 닿지 않는 큰 변화에 대해서는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후 변화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애초에 그 존재를 부정하거나 혹은 예전과 동일한 행동을 하면서도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나친 낙관주의를 펼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의 COVID19이 가져온 충격은 너무나 커서, 과연 앞으로 몇 십년 안에 이보다 더 큰 삶의 변화를 전지구에 가지고 온 것이 있을까 싶다. 삶의 방식이 바뀌고,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울리는 방식도 변했으며 비극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경험도 해야만 했다. 그런 어려운 과정을 겪으신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변화의 파도 속에서도 쉽사리 변하지 않는 인류의 본성은, 늘 그 변화의 크기를 과소평가하려고 하고 또한 저항하려는 의지를 만들어 낸다. 이것은 별것 아니고 곧 지나갈 것이고, 그 이후에는 우리가 전에 익숙했던 삶의 방식 그 자체에 다시 ‘최대한’ 가깝게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믿도록 속삭인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우리의 본능적인 특성을 잘 이해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세움에 있어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COVID 중에 생성됐던 사회적인 큰 흐름은 여전히 지속되리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개인주의는 계속해서 우리의 삶에 파고들 것이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모여 지내면서 활동하고 결정하는 일은 점점 더 줄어들고, 각자가 파편화된 채로 살아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 조직 전체의 목적에 집중하기 보다는 개인의 목적과 행복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실제로 사무실에 나와서 오랜 시간 머물기 보다는 꼭 필요한 경우만 나와서 업무를 보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집 혹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선택적으로 교류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단순히 공간의 사용 문제를 떠나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기 보다는 개인의 목표를 추구하면서 다 같이 어울리는 모임보다는 개인의 운동이나 취미에 더 집중할 것으로 많은 분들이 예상하고 있다. 현실에선 그런 비즈니스들이 빠르게 성장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개인주의적인 접근은 역설적으로 온라인을 통한 교제를 활발하게 하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충족돼야 하는 기본적인 인정과 교류의 욕구가 있다. 예전에는 오프라인에서 이런 욕구를 충족했다고 하면, 앞으로는 온라인을 통해서 친구를 만들고, 그들에게 인정을 받고, 또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하리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그런 인정과 교제에 적합한 것들이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다.

이런 큰 변화를 보며, 아직 현역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아마 이 고민은 저뿐만 아니라 같은 산업에 계신 다른 분들도 모두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과연 의료기기산업은 post COVID 시대에 어떻게 흘러갈까?

우선,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가장 첫 단계는 변화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 파고가 우리의 예상보다 클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머리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본능적으로 그것을 과소평가하기 위해서 노력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앞으로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그 변화에서 우리에게 더 의미 있는 것들을 뽑아내는 과정이다. 비대면진료(원격진료)에 대해서 더 전향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과거에는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면서 큰 저항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 장점이 충분히 설득이 됐다. 그리고 이런 형태의 비즈니스는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으로 누가 주도권을 쥐고 양쪽의 고객군을 선점하느냐에 따라서 엄청난 비즈니스적인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물론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 당국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조율은 필수적으로 뒷따른다.

비슷한 맥락으로 아직은 초기 단계에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큰 발전이 있을 수가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수면제를 제공하기보다는 수면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제 원격의료와 비대면 처치가 일반화되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다른 기술적인 발전을 접목할 수 있다. 환자의 통증을 원격으로 조절하는 법, 식습관 변화를 원격으로 지도함으로써 비만을 예방하는 법 등 해당 분야에 이미 많은 분들이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형태가 없어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제품들이 의료기기로 인정되고 우리와 함께 비즈니스를 하게 되리라 믿는다.

필자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두렵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커리어의 대부분을 보수적인 환경에서 쌓아왔기에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또 하나의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안정된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더 큰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고, 새롭게 출발하시는 분들에게는 기존의 공룡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의료기기산업계는 변화의 흐름을 주도면밀히 보며, 변화에 저항하기보다는 빠른 물결에 올라타 더 큰 혁신을 통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만들어, 환자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고귀한 목적을 달성하길 기대한다.

-보건신문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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