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의료기기의 날 기념 특집기고

▲ 임 재 준<br>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br>보험위원회 부위원장<br>(뷰노 상무)<br>
▲ 임 재 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부위원장
(뷰노 상무)

지난해 11월 25일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혁신의료기술의 선별급여 및 한시적 비급여를 통한 건강보험의 적용방안에 대한 원칙이 발표됐다. 또한 지난 1월 28일에는 선진입 가능한 의료기술 확대를 골자로 하는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이 공포됐다.

이번 개정안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의 적용 대상과 적용 기간을 확대함과 동시에, 이런 의료기술(이른바, 선진입 허용 의료기술)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이번 개정안의 시행에 발맞추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는 '혁신의료기술의 평가와 실시 등에 관한 규정', '평가유예 신의료기술 관리지침', '혁신의료기술 실시에 관한 지침' 등을 연쇄적으로 개정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정책 및 제도 변화는 국내 첨단・혁신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혁신적인 의료기술을 보다 신속하게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이 적시에 필요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계의 입장에서는 큰 틀에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면서 첨단・혁신의료기기 산업을 발전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과 규제 변화는 환영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 제도 변화가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신중한 입장이다.

2018년 말 정부의 「의료기기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정책에 따라 AI(인공지능), 3D 프린팅 등 첨단기술이 융합돼 잠재성이 높은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조기 시장 진입 허용을 위해 혁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혁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정비가 완료된 2019년 3월 이후 지금까지 모두 34건의 기술이 혁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23개의 기술이 ‘혁신 비대상'으로 분류돼 평가위원회의 검토대상이 되지 못했다.

당초 혁신의료기술의 주요 적용대상으로 고려했던 AI(인공지능) 기반 의료기술의 경우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음에 따라 혁신의료기술 평가대상 자체가 되지 못했다. 또한 2019년 4월경 정부는 의료기기산업을 국가 산업으로서 성장시키기 위해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라는 특별법을 제정했다. 현재까지 41개 기업이 혁신형 의료기기기업 인증을 받았고 총 19개 신개발의료기기가 혁신의료기기로 지정을 받았다. 그러나 혁신의료기기기업 인증 및 혁신의료기기 지정이 보험수가 및 시장진입 관련해 가산요소가 없음에 따라 실효성이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경향에 대해 혹자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중심인 국내 바이오헬스 기업의 역량 및 경험부족으로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거나 혹은 새롭게 개발된 의료기기의 혁신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내의 건강보험체계 하에서 새로운 의료기술은 신의료기술로 선정돼 보험등재가 되기 전까지는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으로 평가유예 대상 기술이 되거나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될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의료기관이 합당한 비용을 받으면서 임상에서 사용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의 환경은 국내 바이오헬스 기업에게 매우 가혹하다.

새로운 의료기기는 임상에서 사용돼야 잘 정돈된 환경의 임상 시험이 아닌 수만가지 경우의 수에 노출되는 실제 임상 현장의 실사용근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해당 의료기기의 개선 및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으며 회사는 매출을 통해 R&D 재투자를 시행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선순환 시스템이 막힌 국내 환경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우량 기업이 탄생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미보험청은 새롭게 개발된 의료기기에 대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깨닫고 일찍이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한 ‘임시 수가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신의료기술 추가 지불보상' 제도는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한 메디케어 입원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01년에 도입됐다. 즉, 이 NTAP제도는 메디케어 입원 환자에게 적용하는 전통적인 지불보상제도에 포함되지 못하는 신의료기술에 대해 추가적인 급여를 우선 지급하고 3년 후 정식 급여 여부를 재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도입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NTAP는 시대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FDA의 Breakthrough Device로 지정된 신개발의료기기에 대해 NTAP의 요건 중 '신규성' 요건과 ‘현저한 임상적 개선’ 요건을 별도로 입증하지 않고 FDA의 Breakthrough Device라는 사실만으로 갈음이 된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첨단・혁신 기술이 적용된 신개발의료기기에 대해 일정 요건 하에서 추가 임시수가를 부여함으로써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을 확대함과 동시에 임상현장 사용을 통한 개선 및 임상근거 창출, 회사 매출을 통한 R&D 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이런 선순환 구조를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5월 31일 발표된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보고서에 의하면 AI(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 허가 건수가 2018년 4건을 시작으로, 2019년 10건, 2020년 50건으로(2020년 기준 누적합계 64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별도 추가 수가가 인정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는 식약처의 혁신의료기기 지정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신의료기술평가 대상 확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및 ‘혁신의료기술평가’ 간의 특별한 제도적 연결 고리가 없다. 그에 따라 혁신의료기기 지정 사실이 혁신의료기술평가 등 후속절차에서 가산 요소가 되지 않는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제도 변화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이런 회의론은 2018년 말 ‘혁신의료기술 평가제도 도입’, 2019년 초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제정이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한데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번 제도 변화가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선 산업계 입장에서는 부족할 수 있지만, 2017년경부터(실제로는 이보다 더 오래 전부터 논의됐지만) 정부는 지속적으로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해 고민해왔고 의료기기산업 육성에 필요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2018년 말, 2019년 초와 달리, Covid-19라는 전 세계적인 유래없는 펜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새로운 첨단・혁신기술을 의료현장에 적용함이 필요하고 국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기대 속에서도 우려하는 바는 있다. 제도 변화가 있지만 실제 운영이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 그 제도는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제도 자체의 변화보다도 그 운영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운영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긴밀한 '소통'과 '신속성'이 필요하다.

복지부, 식약처, 심평원, NECA 등 주요 기관에서 산업계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더욱 더 긴밀하고 솔직한 소통을 요청한다. 4차 산업은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이번 Covid-19 사태로 인해 이러한 변화의 속도가 더욱 가속화됐다는 점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빠르게 반영해 의료기기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감이 필요하다.

산업계와 정부 간의 오해와 불만은 '소통'과 '신속성'에서 생긴다. 제도의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고 모두가 공감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지만, 잘 갖추어진 제도가 적시에 빠르게 시행될 수 있는 '신속성'도 산업 발전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중심인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경우 현재 기업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런 신속성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통과 신속한 시행으로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글로벌 챔피언 기업이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청년의사 박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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