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간납업체 위더스메디, 공급업체에 불공정행위 강요해

대금결제 8개월로 연장, 납품 할인율 재조정, 물류 창고 사용비 추가 지급 등 지난해 새롭게 설립된 의료기기 간접납품회사 ‘위더스메디’가 공급업체에게 요구한 기준이다.

통상 의료기기 간접납품회사는 일정 수수료를 받고 병원에 들어가는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회사를 말한다. 외국의 경우 ‘구매대행업체(GPO)’를 통해 의료기기를 대량으로 구입해 가격을 절감하는 동시에 행정처리를 대신함으로써 의료기관의 구매 프로세스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국내 간납사의 경우 이런 역할 없이 세금계산서만을 발급하는 통행기관으로서의 역할만 주로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중간 업체로 인해 추가 수수료가 지급되는 것 외에는 장점이 전무한 상황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유철욱)는 간납사가 야기한 기형적인 의료기기 유통구조의 폐단에 관심을 가지고 지난 12년부터 꾸준히 사례 조사를 통해 정부에 문제개선을 건의하고 있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고영인 의원을 통해 간납사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고 위원은 “대형병원 재단과 간납사가 계약 중간에 착복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돌아간다”며, “정부는 간납사 운영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특수관계인의 의료기기 납품 금지와 수수료의 상한선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욱 심각해진 유통구조 상황

작년 국정감사 후 반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떤가? 더욱 심각해졌다. 당시 지적했던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위더스메디라는 신생업체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기존에 백병원에 납품하는 의료기기는 모두 이지메디컴이라는 간납사를 통해 진행됐다. 그러나 작년말 이지메디컴으로부터 공급업체는 앞으로 물류는 이지메디컴이, 구매는 위더스메디가 담당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한 업체에서 모두 운영하던 구매와 물류 업무를 2개 업체를 통해 진행하는 납득 가능한 설명도 없을뿐더러 일부 업체의 경우 대금결제 기한이 6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되거나 납품 할인율 재조정을 요구하는 등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의료기관의 공급업체 압박

더욱 심각한 점은 이 둘 업체의 사업장 소재지와 대표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일부 업계에서는 의료기관의 공급업체 쥐어짜기 수단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국정감사에 따른 간납사 이슈가 공론화되면서 더 이상 의료기기를 더 싸게 공급받을 방법이 없어지자 새로운 업체를 설립하는 것으로 방식을 바꾼 것이다. 백병원에서는 기존 대형 간납사와 협조해 새로운 간납사를 설립함으로써 재단 간납사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우회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위더스메디의 지분은 이지메디컴과 백병원 재단이 51:49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간납사 통제력 강화는 물론 의료기기업체에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대로 업체입장에서는 슈퍼 갑인 의료기관이 지분을 가진 간납사의 요구를 전보다 더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간납사가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과도한 수수료는 단순히 의료기기 공급업체의 이익 하락은 물론 기업 부담을 넘어 존폐 위기까지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위더스메디를 시작으로 기존 간납사와 의료기관이 합작한 신종 간납사가 업계에 큰 문제 없이 정착할 경우, 동일한 형태의 간납사가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복잡해진 유통구조로 인한 시장 질서는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 보험재정 악화까지 발생시킬 수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세 판매 대리점의 경우 늘어나는 결제기한과 할인가 재조정에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으므로 줄도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실적인 유통구조 개선방법

그렇다면 현실적인 개선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의료기기법 개정을 통한 의료기기 판매업 관리방안 보강이다. 현재 의료기기 판매업이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 간납사의 불공정행위에 따른 제재 수단이 어렵다. 따라서 의료기기 도매업을 신설하고 허가제로 관리하고 허가대상과 준수사항 등을 구체화해 판매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의료기기 유통관리 부처 일원화가 필요하다. 의료기기 판매와 유통은 복지부와 식약처가 함께 관리하고 있어 체계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므로 소관 부처를 일원화해 의료기기 관리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유통 과정에서 문제 발생 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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