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의 품목·등급·개발단계별 맞춤형 지원책 마련 필요"

● 협회보 200호 특집기고

글로벌 의료기기 규제 변화에 따른 국내 기업의 허들과 새로운 기회
"정부와 지자체의 품목·등급·개발단계별 맞춤형 지원책 마련 필요"

▲ 김 태 훈 
고려대학교의료원 
임상연구지원본부 본부장
고려대 의대 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교실 교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의료기기 산업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관인 Frost & Sullivan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감염병 진단을 위한 체외진단기기 수요가 급증했으며 비대면 치료와 가상시스템 중심의 헬스케어 IT 분야가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으며 변혁적인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9년 대비 2020년 생산 및 수출 성장이 체외진단기기(+126.5%), 환자감시장치(+47.1%) 등과 같은 감염병 관련 의료기기의 성장은 급증했지만, 초음파영상진단장치(-15.8%) 등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는 고가의 의료장비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 더해 유럽연합(EU)을 포함한 해외 수출에 필수적인 의료기기 인증인 CE Mark(Conformite Europeenne Mark)가 의료기기 지침(MDD: Medical Device Directive)에서 의료기기 규정(MDR: Medical Device Regulation)으로 강화되면서 국내 의료기기 기업, 제조사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유럽의 새로운 의료기기 규정 MDR은 의료기기의 위험관리 및 임상적 안전성 강화를 위해 지난 2010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공업용 실리콘 유방보형물 사건 이후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나오게 됐다. 당시 프랑스의 유방보형물 제조 회사(PIP)에서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해 보형물을 제조‧판매했고, 30~40만명의 환자들이 발암 물질에 노출돼 논란이 됐다. 이에 유럽 사회에서는 엄격한 규제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2017년 의회 논의를 거쳐 3년 후인 2020년 5월 26일 MDR 시행이 결정됐으나, 코로나19 유행으로 1년 유예되면서 지난 2021년 5월 26일 본격 발효됐다.

MDR에서의 가장 중요한 변화 내용 중 하나는 임상 증거 요건의 강화다. CE Mark를 획득하고 갱신하기 위해 제조사는 임상시험(Clinical Investigation) 또는 사후 시장 임상 추적(PMCF: Post-Market clinical follow-up) 등의 활동을 통해 '충분한 임상 증거(Sufficient Clinical Evidence)'를 수집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의료기기 임상 활동은 ISO 14155 국제표준규격을 따라야 한다.

ISO 14155란 '인체 대상 의료기기 임상시험에 대한 국제 표준–GCP (Good Clinical Practice)'을 말한다. ISO 14155에 따른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연구대상자(피험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한편,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임상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EU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브라질, 호주,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도 ISO 14155에 기반한 의료기기 임상시험 및 임상데이터를 인정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이 규격에 맞는 임상데이터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해외 임상시험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나,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 구로, 안산병원이 ISO 14155 인증을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임상시험이 가능해졌다. 고대의료원은 지난 2019년 9월 독일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인 티유브이 슈드(TÜV SÜD)로부터 '국제의료기기 임상시험 실시기관 인증(ISO 14155)'을 획득해 국내 의료기기 개발의 안전성과 성능을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함과 더불어 의료기기 개발 기간과 비용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 또한 고려대의료원은 국제 규격의 표준화된 임상 연구 관리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지난 5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국제의료기기 임상시험지원센터(MedSH)를 승격시킨 임상연구지원본부를 발족시키며, 업무영역을 임상시험 전 분야로 확대하고, 산하 병원 임상시험센터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고대의료원에서 최초로 ISO 14155 기반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한 의료기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급여 목록 등재가 확정돼 임상 현장에 적용됐으며, 작년부터 진행된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의 국외 허가용 임상시험 연구과제 6개 중 2개(각 20억 원 규모)를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동안 의료기기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외 의료기관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임상시험 연구과제의 국가 R&D 연구비가 국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지만, 이번 고대의료원의 국외 허가용 임상시험 과제 수주는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세계 최초로 ISO 14155 인증을 획득한 고려대의료원을 국외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성과다.

2021년 9월 고려대의료원 임상연구지원본부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고영캠퍼스로 이전해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글로벌 허브로의 첫발을 내딛는다. 임상연구지원본부는 국내 주요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본사 및 CRO 등 관련 업체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의료기기 산업화 및 국제화 지원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얻은 K-방역의 성장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영세, 중소 의료기기 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입 허들을 넘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맞춤형 지원책들이 절실히 요구된다. 여러 관련 부처의 분산된 지원을 통합해 국내 의료기기 기업이 내실을 다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품목별, 등급별, 개발단계별 맞춤형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지난 2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제9대 회장에 취임한 유철욱 회장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한 "코로나19로 의료기기 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맞고 있지만, 양극화가 심해졌고 뉴노멀 시대에 대비해 글로벌화에 성공해야 한다."라는 말씀에 매우 공감했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 함께 우수한 의료기기의 개발이 우리나라 보건산업 발전은 물론, 결국 환자에게 좋은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진다는 사명감으로 산업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공동의 노력을 펼쳐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단법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의료기기협회보 제호 200호의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국민의 보건 향상과 의료기기 업계 발전을 위해 애써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철욱 회장님과 임직원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전한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과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 주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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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R 관련 임상시험 문의처 : 고려대의료원 임상지원본부 김동하 PM(02-2286-1512, tnjohnki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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