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출판사 어크로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하지만 그 결과가 반드시 민주적이지는 않다. 이미 베네주엘라와 페루 같은 남미와 동부 유럽의 민주적 제도와 정권이 선거에 의하여 민주주의가 무너졌고 경제는 부패와 빈곤으로 내려 앉았다.

미국은 민주주의에 의한 정치철학이 현실 정치에서 시도된 최초의 나라다. 대부분 왕정이 지배하던 18세기 이미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고 13개 주의 연합체가 연방제를 통하여 민주적 제도를 확립시켜 나갔다.

민주주의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은 최고였으며 견제와 균형이라는 제도적 정밀함은 모든 나라에 귀감이 되었지만 트럼프 정부의 등장은 미국의 자부심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하는 정치사적 사건이 된다.

남미와 유럽의 정치사를 전공하는 하버드의 두학자는 선거기간중 거대한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그를 보며 미국이 가지는 미래의 불안을 예측하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의 집권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대중 방송을 통하여 그의 존재를 알렸으며 그저 얼굴이 알려진 부동산 갑부였다.  정치적 계보도 없었고 지지자 또한 조직화 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의 변화된 정치제도와 언론, 그리고 인구학적 변화는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를 지지한 절대 다수는 미국의 기득권 층이다. 백인이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개신교에 시골 출신인 중산층이 다수다.

하지만 시절이 변하여 대학을 나오고 도시에서 자란 유색인종의 비율이 커지며 절대 다수였던 기존의 백인 기득권층이 더이상 기득권이 아닌 시대가 왔다.

더불어 미국에서 후보자의 이변을 걸러내는 정당의 후보자 추천제도와 언론 역시 지각 변동을 거처 문지기 역할을 못하게 되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도가 더 중요하게 작동하게 되었다.

트럼프는 이 틈새를 고묘히 이용하여 후보추천 제도를 대중인기도로 돌파하고 SNS를 이용한 노출을 선점하여 그의 존재감을 국민들에게 굳혀 나갔다. 

이전 같으면 일부 당의 원로들에 의하여 걸러지고 전국단위 방송의 사전검토에서 검증이 되어 기회조차 갖지 못했을 후보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고 결국 대통령 선거까지 이기게 됐다.

공화당내 인사들조차 원하지 않았던 선거결과는 결국 미국이 믿어 왔던 가치가 얼마나 힘없이 무너지는지 깨닫게 만들었다.

내재된 인종갈등, 환경에 대한 중요성, 국제사회에 대한 정의 등은 미국의 이익 앞에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만다.

마지막 선거 결과조차 트럼프와 바이든의 득표율을 보면 바이든은 7860만 표를, 트럼프는 7300만 표를 획득해 이들의 격차는 2.7%p밖에 되지 않았다. 

1960년대에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에게 자녀가 반대당 베필을 선택한다면 어떻게 하겠는냐는 질문에 민주당은 4%, 공화당은 5%가 언짢다고 했다면 2010년 같은 질문에 민주당 33% 공화당 49%가 배척의사를 표했다는것은 의미심장하다.

선거결과에 대한 부정, 인종적 편견, 국수주의적 자세는 전통적인 중산층의 감성을 자극 했으며 트럼프는 오히려 이런 사회적 병리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이용했다. 

저자는 트럼프로 인하여 무너질수 있는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진단을 하며 제한적이지만 그 대안을 제시한다.

Welfare queen, Young bucks 로 대표되는 선별적 복지에 대한 낙인 효과, 그리고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미국 사회에 계층적 불안을 끊임없이 높여나갔다. 

열심히 일하는 중산층들은 자신들이 내는 세금이 근로 의욕조차 없이 놀고 먹는것처럼 보이는 계층에게 사용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과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되었다. 

반면 보편적 복지를 택한 유럽의 경우 복지는 남뿐만 아니라 나도 혜택을 받게 되고 누구나 받을 수 있다는 천부인권에 기초하여 제도가 운영되다보니 계층간 박탈감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결국 나와 남이라고 하는 이분법적 구조가 선명해 질 수록 민주적 가치는 지켜지기 어렵고 독재와 국수적 가치가 앞서게 된다. 

우리라는 공동체와 이를 지켜나가는 관용과 상호존중이 민주적 가치를 지속하기 위한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일반 대중이 이어가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내가 사는 동네와 국가, 나와 남, 내 민족과 다른 민족, 국가와 인류는 차이가 될 뿐이지 차별이 되어서는 안되지만 현실의 제도는 끊임없이 이들을 분리해 나간다.

누구나 인간이 가져야 하는 기본권을 존중하고 지킬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이를 용인하는 우리의 관용이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보편적 복지란 바로 이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될것이다.

저자 :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 정당,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라틴아메리카의 정권 교체 등에 중점을 두고 연구해왔다. 쓴 책으로 《경쟁적 권위주의: 냉전 이후의 혼합 체제Competitvie Authoritarianism: Hybrid Regimes After the Cold War》가 있다. 2003년부터 하버드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비교정치학 기초 강의를 가르쳐왔고, 2004년에는 하버대드 우수 강의자에게 수여하는 로슬린 에이브럼슨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뉴욕 타임스〉, 〈더 애틀랜틱〉 등 각종 매체에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진단하는 글을 기고하고 있다.

저자 : 대니얼 지블랫
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 19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유럽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연구의 독보적인 권위자다. 저서 《보수 정당들과 민주주의의 탄생Conservative Parties and The Birth of Democracy》으로 2017년 미국정치학회가 주는 우드로 윌슨 상, 2018년 미국사회학회가 주는 배링턴 무어 상 등을 수상했다. 수년 동안 하버드대 학부 최고 인기 세미나 중 하나인 〈민주주의는 어디에서나 가능한가?〉를 이끌어오고 있으며, 〈뉴욕 타임스〉와 〈VOX〉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역자 : 박세연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IT 기업에서 마케터와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다. 현재 파주 출판 단지 번역가 모임인 ‘번역인’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단단해지는 연습》, 《딥 씽킹》, 《죽음이란 무엇인가》, 《디퍼런트》,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등이 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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