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에서 대기업 수탈‧불공정 관행에 충격, 인생 전환점 맞아

● CEO 인터뷰 – 공정거래지원협회 이경만 회장 

“불공정거래, 상황에 따른 대응 전략 알려드립니다” 
공정위에서 대기업 수탈‧불공정 관행에 충격, 인생 전환점 맞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통구조의 투명성과 위해제품 추적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7월, 4등급부터 단계적 시행에 들어간 의료기기 공급내역보고가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는 모양새다. 최근 일부 의료기기 분야 간납사들이 최종 유통단계인 자신들이 이행해야할 공급내용보고 신고의무를 공급업체에 전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터졌다. 특히 특정 간납사는 공급내역보고를 대신 작성하지 않을 시 패널티로 의료기기 공급업체에 대금지급을 지연하겠다고 엄포를 놓아 ‘갑질’ 논란까지 일고 있다. 4차산업혁명을 맞아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고 K-방역으로 국가위상제고에 기여하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각광받는 의료기기 산업이지만 낙후된 유통 구조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사)공정거래지원협회 이경만 회장을 만나 물었다.

공정거래지원협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공정거래지원협회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불공정거래 행위로 겪는 고충을 신속‧정확하게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비영리법인사단이다. 기업간 불공정거래행위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공정거래위원회 뿐만 아니라 법원 대한상사중재원, 국회 을지로위원회 등 해결 창구가 다양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경우, 잘 몰라서 문제가 닥치면 바로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소송은 가장 마지막 방법이다. 
우리 협회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퇴직 공무원들이  불공정거래를 당한 기업의 피해 내용‧재무적 상황‧거래처 관계 등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해결 방향을 무료로 상담을 해준다. 
실제로 우리 협회는 75억짜리 분쟁을 40일만에 5억짜리 분쟁을 15일만에 해결하기도 했다. 정확한 대응 방안을 찾으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공정거래지원협회를 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현직에 있을 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롯데백화점 등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해 과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이때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구매본부의 캐비닛을 열어보고 참담함을 느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수탈 구조와 불공정 관행을 목도하고 이를 고치지 않으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인생 진로를 바꾼 계기였다. 
또,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대기업은 로펌을 찾아가면 되는데 중소기업은 마땅히 상담받을 데가 없어 항상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이런 이유로 때가 되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제대로 상담해줄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불공정거래 사건이 있다면요. 해결 과정은?   
특히 보람찼던 일은 2년간 이어오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5억짜리 분쟁을 조율해 15일만에 해결한 일이다. 이런 경우 소송보다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좋다. 하도급 사건이라 하도급법 위반으로 대기업에 과징금이 부여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신고당하면 과징금 10억원에 지연이자까지 물어야 하는데 합의하면 5억만 내면 된다. 사실 대기업도 자신들이 얼마만큼 불이익을 받게 될지 모른다. 이를 짚어주면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중소기업은 억울한 마음에 ‘공정거래법 위반’, ‘부당감액’이라고 신고하고는 하는데 따져보면 아닌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10억원에 계약을 맺었는데 대금 증액으로 공사 총액이 늘어난 경우, 부당감액에 해당되지 않는다. 부당감액은 합의가 이뤄진 금액을 부당하게 깎는 경우다. 우리는 상담을 통해 사건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중소기업이 취해야 할 조치를 취할 수 있게 조언해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분쟁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간 분쟁도 많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신제품 개발 및 납품 계약을 맺었다. 양쪽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조업체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아 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고 유통업체는 상품이 제때 나오지 않아 불만인 상황이었다. 공정거래법 조정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외 민사 또는 상사거래 분쟁 대부분을 조정하는 ‘대한상사중재원으로 가라’고 안내해줬다. 
좀 복잡한 사건도 있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면서 중간에 매니저(PM) 역할을 맡길 중견기업을 낀 사례다. 모든 지시는 대기업이, 모든 업무는 중소기업이 행했는데 계약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맺은 것이다. 그런데 초기 예산보다 비용이 증가해 문제가 발생했다. 하도급 문제인데 하도급법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국회로 갔다. 대기업 불공정거래의 경우 국회로 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처럼 각 사안에 맞는 정확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합의 및 결과를 도출해주는 것이 우리 협회의 강점이다. 

의료기기산업계에서는 간납사의 부당 행위 문제를 해결하기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의료기기산업계 불공정거래 문제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 하도급, 유통업은 각각 60일, 40일 이내 대금결제를 해야하고 지연이자 15.5%를 법으로 정해 개선되고 있는데, 의료기기법은 법 적용이 어려운 영역이다. 또, 갑의 입장에서는 불공정거래가 아니라 관행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개선을 위한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한국치과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가 분쟁조정협의회를 구성해 간납, 반품 문제 등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먼저 거래 실태 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피해 확인이 필요하다. ‘의료기기산업계 불공정거래 심각하구나’하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개선 의지가 생긴다. 이를 바탕으로 표준공급계약서를 만들어 국공립병원부터 표준계약체결을 시행, 대형 사립병원 등 민간이 순차적으로 따를 수 있도록 서서히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 의료기기업계와 병원업계가 ‘불공정거래를 공동으로 개선하자’는 캠페인을 함께 시행해도 좋겠다. 

업계에 전하고 싶은 말은. 
경험상, 기업을 경영하면서 꼭 한 번은문제가 생기더라. 분쟁 한 번에 회사가 휘청이거나 파산하는 경우도 더러 봤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계약서, 발주서 등 공석 서류뿐만 아니라 카톡, 이메일 하다못해 음성 녹취라도 비공식적 문서를 잘 남기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회사를 구원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 

향후 비전 및 계획이 궁금하다.
역사를 살펴보면 나라의 패망에는 독점과 부패가 함께했다. 공정거래지원협회를 통해 건강한 기업생태계와 공정한 거래 문화를 조성하고 싶다. 의료기기산업계의 불공정거래 관행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강력한 요소다. 이는 보건산업과 국민건강증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료기기산업계의 불공정한 거래 관계 개선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

이 회장은 행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해 공정위 하도급개선과장, 가맹유통과장, 소비자안전정보과장, 청와대국정과제비서관실 행정관, 국민권익위원회 신고심사심의관(2급)을 지냈다. 2014년 퇴직해 이듬해 공정거래연구소를 설립했다. 저서로는 ‘거래의 7가지 함정(2011)’, ‘하도급 대금을 받는 법칙(2019)’, ‘거래대금을 받는 정석(2020)’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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