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란 명목아래 대금결제 지연·공급업체 무단 변경 등, 식약처 보고 의무까지 떠넘겨

대부분의 병원들이 의료기 구매에 간납사(間納社)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납사의 독점 지위로 인한 ‘갑질 횡포’가 심각한 지경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서정숙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22일, “대부분의 병원들이 의료기기 구매시 대행 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병원들이 간납사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간납사가 병원설립재단과 ‘특수 관계’이기 때문에 독점적 지위를 형성하고 이를 악용해왔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이 이용하는 간납업체는 서울대병원이 지분을 갖고 있는 특수관계였고, 9개 성모병원은 설립자인 ‘카톨릭학원’이 직접 운영하는 오페라살루따리스(舊 평화드림)이라는 간납사를 이용하고 있었다. 연세대 재단의 3개 세브란스 병원이 이용하는 간납업체 또한 학교법인이 소유한 업체였다. 5개 성심병원의 소유자인 일송학원 역시 이사장 동생이 최대 주주로 있는 ㈜소화라는 간납 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서 의원은 “병원과 특수관계인 간납사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간납사 갑질 횡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의료기기산업 육성과 공정한 시장 경쟁 조성을 위해서는 갑질 근절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간납사 갑질’의 대표 사례는 무엇보다 ‘대금 결제 지연’이었다. 서울대병원의 간납업체 이지메디컴은 세금계산서 발행부터 2개월 후 지급을 규정하면서도, 간납사 사정에 따라 지급일을 변경할 수 있는 계약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삼성병원 등 다수 병원의 구매를 대행하고 있는 간납사 ‘케어캠프’는 공문을 통해 지급 기한을 일방적으로 3달로 연장해 버리는 등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정숙 의원은 이에 대해 “한국 대표 병원들에서 조차 ‘관행’이란 이름으로 아무렇지 않게 갑질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믿을 수 없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뿐만 아니라, 간납사들은 의료기기 공급사를 예고 없이 마음대로 바꾸기도 하는 등 기본적인 계약도 지키지 않고 있었다. 서 의원은 간납사와 의료기기업체 간에 주고 받은 공문을 제시하며, “기본적인 시장경제의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무도한 횡포”라며 분노하기도 했다. 

점입가경으로 간납사들은 지난 7월부터 식약처가 요구하고 있는 ‘의료기기 공급 보고’ 책임 조차 의료기기 납품업체들에게 전가하고 있었다. 간납사는 의료기기 업체에게 보고의무를 전가하면서 잘못된 보고 내용으로 인해 식약처가 행정처분을 내릴 시 해당 납품업체의 지급일을 연장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치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은 "법에서 부여한 의무조차 의료기기 납품업체에게 전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관계 당국의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또, 정부의 미흡한 관리·감독과 관련해 "실태조사 한번 한적 없는 복지부와 식약처는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범부처 TF를 만들어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서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 의료기기법을 개정해 △병원 특수관계인의 간납사 운영 금지 △ 대금 지급 결제 기한 강제 규정 마련 △'의료기기 공급 보고 책임 전가' 처벌 등을 위한 법령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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