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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전 경쟁 업체와 제품 정보를 교환한 행위는 불법일까?"공정거래법 19조 '입찰담합', 업체는 물론 의료기관의 인식개선도 필요
의료기기뉴스라인 | 승인 2020.10.16 15:14

● 공정거래법 이해와 사례③ 

"입찰 전 경쟁 업체와 제품 정보를 교환한 행위는 불법일까?"
공정거래법 19조 '입찰담합', 업체는 물론 의료기관의 인식개선도 필요

 ▲ 김 현 희
법률사무소 다감
변호사

"고객 요청에 의해 경쟁업체와 입찰에 관한 합의해도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있어"

A 의료기기업체에 근무하는 ㄱ씨는 자신이 납품하는 O병원 구매과장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 병원에서 입찰에 부치는 의료기기 구매 건과 관련해서 입찰공고를 작성해야 하는데, 의료기기업체별로 대등한 상세스펙을 병원에서 모르니 A의료기기업체와 경쟁관계에 있는 B사와 함께 대등한 상세 스펙을 작성해서 제출해달라는 것이었다. ㄱ씨는 예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ㄴ씨가 B사에 근무하고 있음을 떠올리고 즉시 전화를 걸어 A사의 모델과 대등한 B사의 모델에 대한 상세스펙을 건네받기로 하고 자신도 A사 모델에 대한 상세스펙을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며칠 후 A사의 모델과 B사의 모델에 대한 스펙이 상세사양으로 기재된 O병원의 의료기기 구매계약 입찰공고가 게시됐고 입찰결과 A사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어 병원과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위 사안은 실제 사안을 재구성한 것이다. ㄱ씨와 ㄴ씨 및 이들이 근무하는 A사와 B사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

공정거래법상 입찰담합의 규제

고가의 영상진단 의료기기의 경우, 상세 스펙 조합이 수천가지가 넘는다. 또한 회사별로 최신기능과 품명 등이 다르다보니 경쟁사의 어떤 조합이 대등한 기능인지 병원 관계자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입찰공고를 낼 때,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여러 회사의 대등한 스펙을 함께 공고해야 하니 어느 한 업체를 불러다가 다른 업체와 함께 스펙을 대조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 의료기기업체는 을의 입장에서 그러한 요청을 들어주다 입찰담합 의혹을 받는 일이 생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은 금지된 부당한 공동행위의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이 중 제8호는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 낙찰자, 경락자, 투찰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낙찰 또는 경락의 비율, 설계 또는 시공의 방법, 그 밖에 입찰 또는 경매의 경쟁요소가 되는 사항)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입찰담합’이라고 한다.

입찰담합은 주로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행해지나, 이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 물품이나 용역을 동일 가격에 판매하기로 합의
• 동일한 조건의 입찰서를 제출하기로 합의
• 순번을 정하여 돌아가며 낙찰 받기로 합의
• 저가입찰을 하지 않는 사업자에게 낙찰자가 얻는 수익을 배분하기로 합의
• 미리 정한 조건으로 입찰하거나, 최고가 혹은 최저가를 미리 정하거나 상호보완적인 입찰을 하기로  합의
•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입찰지역을 제한
• 입찰에 참가하지 않기로 합의

낙찰자를 미리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하도급업체나 대리점을 입찰담합에 이용하기도 한다. 공정거래법상 입찰담합에 해당하면 대부분 형법상 입찰방해죄에도 뿐 더러 여러 가지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공공기관의 입찰이라면, 입찰담합행위가 있을 경우 2년 이내의 범위 내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제2호, 기타 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 제14조). 과징금 등 제재조치는 물론이고 일정 기간 입찰에 참가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면 사업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게 된다.

사례로 돌아가 보자. 사안과 같이 고객의 요청에 의해 경쟁업체와 입찰에 관해 합의를 하게 된 경우라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공정거래법상 입찰담합 금지는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보호하기 위함에 있다. 해당 건에 있어서 특정한 고객 O병원은 경쟁 제한으로 피해를 입지는 않았겠으나 이는 정상참작 요소에 불과하고 공정거래법 위반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로, 경쟁업체 간 스펙을 교환한 행위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스펙 교환행위 자체는 입찰 담합행위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경쟁업체의 제품의 기능이나 스펙은 시장조사 활동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정보일수 있다. 그러나 스펙 교환과정에서 경쟁업체의 입찰참가 여부나 기타 입찰에 관한 주요한 정보가 오고 갈 수 있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겠으나,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공정위 조사과정이나 이후의 행정소송에 많은 시간과 비용, 인력이 소요될 수 있다.

입찰담합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이제 많은 의료기기업체와 그 소속 임직원들이 잘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영업을 위해 접촉하는 의료기관 대부분이 그 심각성을 알고 있지 못하다는 데에 있다. 구매과정의 편의를 위해 어느 한 업체에게 경쟁 업체와 함께 업체별 스펙을 짜오라고 하거나, 이번 입찰에서는 귀사 제품을 구매하기로 이미 결정되어 있으니 입찰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한 두 업체 더 입찰에 들어오게 하라던가 하는 요청을 거리낌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공정거래법 위반의 멍에를 짊어지게 되는 것은 의료기기업체와 그 소속 임직원이 될 수 있다.

단기간 내에 병의원의 인식변화가 이루어지긴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입찰과정의 불공정 문제가 불거진다면, 병의원 관계자도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생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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