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헬스영역 국제표준화 현황 및 이슈, 향후의 전망

■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성큼 다가온 스마트헬스시대, 제대로 누리려면"
스마트헬스영역 국제표준화 현황 및 이슈, 향후의 전망

▲ 안 선 주
성균관대학교
생명물리학과 부교수

IT와 의료산업의 결합 '스마트헬스'

한 사람의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출생부터 현재까지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건강 상태를 잘 이해하려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건강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집된 건강지표와 자료는 대조군과 비교 과정을 거친 후에 비로소 맞춤형 건강 가이드로 재탄생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헬스가 구현되는 것이다.

스마트헬스란 무엇인가? 스마트 헬스란 IT(인공지능, 빅데이터, 센서, 기기 등)와 의료산업이 결합한 것을 뜻한다. 데이터 예측을 기반으로 해서 건강을 보호하며,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개인에게 최적화된 건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스마트'라는 용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양질의 정보 수집과 해당 정보들에 대한 정확한 통찰력이 요구된다. 이는 스마트헬스 구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초석이 된다. 그렇다면 현재 스마트 헬스의 주축을 이루는 개인 건강 관련 데이터는 어떤 식으로 생성될까? 기존의 것은 주로 병원 내의 정보시스템과 의료기기에만 의존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 건강기록시스템을 비롯하여 웨어러블 기기, 또 웰니스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축적된 건강 관련 데이터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으며, 데이터의 축적 형식 또한 문자를 비롯해 소리 또는 이미지, 신호 등으로 다변화됐다.

의료정보도 잘 꿰어야 보배

사실 우리는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우리 자신의 건강 상태를 외부에 알려주기 시작한다. 임신 기간 태아는 초음파와 양수 검사 등을 통해 성장 과정과 기형 유무 등을 산모와 의료진에 게 알린다. 이건 바야흐로 시작이다. 신생아와 청소년, 성인의 단계를 거치면서 우리는 본인의 건강이력서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그런데 만약 응급상황이 생긴 환자가 있는데 그 환자의 유전 질환이나 현재 복용 중인 약 이름을 신속히 파악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안타깝지만 발만 동동 구를 것이다.

환자의 의료정보는 여러 병·의원의 전자의무기록시스템에 흩어져 있다. 전체적인 통합이 불가능하므로 환자의 올바른 건강 상태를 단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일련의 종이 기록은 모두 전자화되는 추세이다. 하지만 곧 표준화가 안 되었다는 문제에 봉착하고 만다. 각각의 데이터는 존재하는데 데이터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그에 따라 의미의 명확성도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근거 중심의 보건정책을 수립한다거나, 신약 개발에 사용한다거나 여러 가지 2차 활용을 위한 고품질의 데이터셋을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는 성장 발전의 저해요소가 된 표준화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 방대한 의료데이터가 새롭고 무궁무진한 지식 창출의 보고가 되려면 데이터의 유기적 연결과 활용을 위한 표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환자 데이터도 꿰어야 보배가 되기 때문이다.

갈 길 먼 국내 의료정보 표준화 작업

데이터의 연결과 활용을 위한 스마트 헬스 표준은 다양한 국제표준화 기구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보건의료 정보와 웰니스용 애플리케이션 표준은 ISO/TC 215에서, 의료기기에 관한 표준은 IEC 62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ISO/IEC JTC 1 SC 42에서, 클라우드는 ISO/IEC JTC 1 SC 38에서 진행 중이다. 21세기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는 SC 42 인공지능 기술위원회 작업반 2에서, 의료 인공지능에 관한 사용사례는 작업반 4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 ISO/TC 215에서도 의료 인공지능 애드혹그룹(Ad-Hoc Group)이 만들어져서 운영 중이다.

이러한 공식표준화기구 외에도 CDA, FHIR 등 대다수의 국가가 사용하는 보건의료정보표준은 사실상 표준화 기구인 HL7 인터내셔널에서 개발 중이다. 또한 코드기반 자료 교환의 근간이 되는 표준임상용어체계는 SNOMED CT, 진단검사용어는 LOINC, 영상교환은 DICOM, 의약품과 의료기기식별은 GS1 규격을 사용한다.

스마트헬스가 다양한 기반기술과 응용기술의 융합체이다 보니 표준화는 단일 국제기구에서 담당하기 어렵고 융합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융합과 협력을 위해서 표준화 기구 간 연락관 제도(리에종)를 활용 중이다. 국제표준화 기구 간 스마트헬스 표준화 협력은 체계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국내에서의 스마트헬스 관련 표준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단적인 예로, 전자의무기록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진단용어코드는 ICD코드로 표준화된 지 오래지만, 기타 주호소 및 경과기록지 등에 사용되는 용어는 해당 병원별로 용어의 정의가 없거나 모호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폐렴'으로 통계자료를 생성한다고 가정하면, 소아과에서 사용하는 '폐렴'은 병에 걸렸다는 표현일 수도 있고, 폐렴 예방접종을 의미할 수도 있다. 특정 용어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맥락 정보가 결여되어 있으면 통계해석의 오류가 발생한다.

의료데이터 정책, 표준화터널 지나야만 빛 발해

다행히 최근 들어 공중보건, 의학연구, 인공지능기반 의료제품 생산 등의 엄청난 잠재력을 보유한 의료데이터를 표준화하기 위한 보건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환자가 여러 기관에서 진료를 받게 될 때,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가 사본발급을 직접 받을 필요 없이 병원끼리 진료내역을 표준문서인 CDA로 교류 할 수 있는 진료정보교류사업, 또 양질의 진료와 정보 생성을 돕기 위한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제도가 표준을 근거에 두고 있는 대표적인 정보 정책이다.

또한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등에서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비식별화해서 공익적 연구에 활용하는 보건의료빅데이터 플랫폼, 병원이 소유한 데이터의 활용의 본격화를 예고한 데이터중심병원사업, 개인 중심의 의료데이터 서비스인 My Healthyway 등이 표준을 근간으로 데이터를 연결하고 확장하는 사업이다. 공익 혹은 산업적 목적으로 의료데이터를 사용하려는 정책들은 반드시 표준화라는 터널을 통과해야 빛을 볼 수 있는 정책들이다.

우리 곁에 바짝 다가선 스마트헬스의 편익을 누리려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 줄 데이터의 획득과 압축이 중요하다. 유전정보, 생활습관 데이터인 라이프로그 등의 새로운 데이터 셋의 확보와 활용이 필요하다. 또 손으로 기록하거나 기계로 측정한 정보들이 클라우드에 모일 것이다. 이에 따라 군집 된 데이터의 설명력을 높이기 위한 메타데이터 표준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증하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때이다. 그리할 때 공공의 목적으로 의료데이터를 사용하려는 정책들이 빛을 발할 것이며, 국민 개개인은 더 정밀하고 안전한 생활밀착형 건강관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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